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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www.dunkindonuts.co.kr/play/event_view.html?page=1&newsSeq=2516&golist_num=3&searchKind=&gubn_code=N

 

 

어제 점심으로 불고기 정식을 먹고 동료들과 사무실 앞 던킨도너츠로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던킨도너츠 문앞에 못보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이내 '수요일', '3+3', '3300원' 이런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뭐? 3300원으로 도넛 6개를 살 수 있다고? 대박!!! 누가 채갈세라 문을 박차고 들어가 동료들을 돌아보며 "나 이거! 나 이거!"를 외쳤다. 점원이 잠시 피식 웃더니, "아직 수량 많습니다!" ........ 네! 하여간 달고 맛있는 것만 보면 사족을 못 쓴다. 레드벨벳 많이 팔려서 기념으로 2월달에는 수요일마다 3+3을 진행한다고 하니,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수요일만 되면 달려가지 싶다.

 

2. 저녁 늦게 집에 와서 주차를 하려다보면 대박 빡치는 순간이 있는데, 그건 주차할 데가 없어서도 아니고, 지하주차장에 자리가 없어서도 아니고, 이중주차를 해야 해서도 아닌, 주차선을 넘기거나 물고 있는 차 때문에 그 옆에 멀쩡한 주차공간이 있음에도 주차를 할 수 없을 때다. 최근 한달 넘게 상습적으로 주차 박스선의 오른쪽 주차선을 물거나 넘어서 주차하는 차량이 있는데, 오른쪽으로 두칸 옆차량이 왼쪽으로 바짝 붙여 주차할 경우, 그 사이는 공간이 있어도 주차하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대신 엉망으로 주차한 차량의 운전석 쪽은 두사람이 나란히 지나가도 될 만큼 공간이 남는다.) 한번은 아파트 진입을 했는데, 웬 차 한대가 주차공간이 한 자리 있는데도 그걸 지나쳐서 이중주차를 하는게 아닌가. 금방 나갈건가 싶어서 '앗싸! 잘 됐다. 내가 저기 대야지~' 하며 다가갔더니, 웬 차량이 또 주차선을 넘어있네.-_-;(그래서 저기에 차를 못 댔군;) 빡침과 오기가 생긴 나는 꾸역꾸역 그 자리에 차를 집어넣겠다고 후진주차로 살금살금 뒷꽁무니를 밀어넣었는데, 차가 작다보니 다행히 들어가긴 했다. 그런데 어떻게 나가지? ;;; 평소에 문콕을 무진장 싫어해서 내릴때 엄청 조심하는데, 문콕을 하더라도 나가기가 요원할 정도로 바짝 붙여대서 나가기가 매우 힘들었다. 아니 어떻게 나갈 수는 있겠는데, 미세먼지 땜에 차 외부가 더러워서 나가다가 내 옷으로 차를 다 닦을 것 같아서 그건 싫고, 오른쪽으로 붙이기엔 내 오른쪽 차량에게 민폐니까 그건 또 싫고. 결국 끙끙거리며 조수석쪽으로 넘어와서 내리긴 했는데, 내리고 나니 더 열받아. 그런 일이 최근 서너번. 아니 대체 차를 왜 저렇게 대는 걸까? 주차선이 안 보이나? 그 눈으로 운전은 대체 어떻게 한대? 이상하게도 그렇게 주차하는 차는 비싼 경우가 많다.(개인적 경험이다) 뭐야? 자기 차 좋으니까 주차공간 두개 사용해서 흠집을 방지하겠다는 거야 뭐야? 차 샀지, 길 샀냐? 왁왁왁!!! 이건 뭐 '주차선을 지킵시다' 플래카드라도 걸어야 하나. 에잉~ (일단 다음번에 또 보이면 관리실에 말해야지.)

 

3. 자다가 새벽에 깨서 여태까지 뜬눈으로 뒹굴했더니, 머리 아프다. 아... 오늘 하루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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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 운동을 쉬다가 오늘은 도저히 빠질 수 없어서 운동하러 갔다. 지난 10월까지 제법 꾸준히 운동을 했었는데, 11월 경부터 일이 바빠지면서 일주일에 한 번 가기도 버거워졌다. 운동이 뜸해지면서 티나게 떨어진 건 심폐지구력이었다. 워낙 해오던 게 있으니까 근지구력이나 자세, 근육량이나 체지방률은 특별히 변화가 없지만, 심폐지구력은 조금만 쉬어도 티가 난다. 유산소성 운동을 할 때 강도가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호흡조절이 안 되면서 심박수가 미친듯이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지속적으로 하기가 어려워져서 중간에 쉬기 일쑤. 한창 때는 런닝머신 위에서 경사도 8에 스피드 10으로 뛰고 재도 심박수 100 언저리였는데, 지금은 스프링보드 위에서 전력질주 1분 하고 나면 1분 쉬고 심박수를 재도 160이 넘는다. 코치쌤은 난 운동수행능력이 좋으므로 2주만 주 2~3회 운동하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올거라 했지만, 지금으로썬 예전만큼 운동에 시간을 쏟기가 어려워 원래대로 돌리기가 요원하다.

 

현재 샵에서는 4주간 기초체력증강 이벤트를 한다. 첫주에 10가지 종목에서 기초체력 테스트를 한 뒤, 4주 후 가장 눈에 띄게 체력이 증가한 3명에게 선물을 주는 거다. 3위 안에 들면 선물 받아 좋고, 3위 안에 못 들어도 개인 체력은 높아질테니 나쁠 게 없다. 작년에 머슬업&팻다운 대회를 개최했었는데, 그때 머슬업 3위에 입상, 10위권 안에 여자는 나밖에 없다고 대단한 칭찬을 받았었다. 그 이후로도 늘 기본 이상의 성적을 냈기에 이번에도 코치쌤은 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덕분에 오늘은 평소하던 근력운동 말고, 유산소 병합 타바타운동을 했다.

 

 

 

작년 초여름에 타바타란 운동을 처음 알게 됐는데, 일본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간단히 말하면 20초 운동 뒤 10초 쉬고, 20초 운동 뒤 10초 쉬는 운동이라고 했다. 이 말만 들으면 '20초? 꿀인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그게 8번 반복된다고 하면? 듣기엔 할 만할지 몰라도 막상 하게 되면 욕이 절로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당시엔 그냥 그런 운동이 있다라는 말만 듣고 이 운동을 제대로 해보지는 않아서 이게 그렇게 '빡센' 운동인지 미처 몰랐다. 그러다 작년 말, 샵에 그룹 타바타 수업이 생기면서 코치쌤의 권유로 한번 들어갔다가......

 

 

몸살로 앓아누웠다.

 

 

당시 편도선이 약간 부어서 몸상태가 안 좋긴 했지만, 타바타 운동하고 난 뒤 전방위적 근육통이랑 겹치면서 편도선염이 악화되고, 염증 때문에 열이 높아지면서 체력 좋다는 말을 수시로 듣는 내가 결국 오전 출근을 포기해야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었다. 그러다보니 타바타라는 말만 들어도 슬슬 피하게 됐는데, 오늘 또 한번 실감했다. 이건 정말 힘들구나! 간만에 운동하면서 현기증을 느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하루 4분으로 1시간의 운동효과'를 낸다거나 '4분의 기적' 같은 홍보문구를 보면 "우와, 4분만으로 한시간 운동 효과라고? 매일 하면 살이 쭉쭉 빠지겠네?" 하겠지만, 여기서 운동효과는 지구력이나 운동능력의 상승이지, 칼로리를 미친듯이 소모해서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꾸준히 하면 간접적으로야 살이 빠지겠지만, 단시간에 티나게 슬림한 몸매를 얻기는 어렵다는 말. 모든 (근력)운동이 그렇겠지만 운동 초반에는 -식단조절이나 유산소를 부수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오히려 근육량이 증가하면서 몸무게가 팍팍 느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나의 경우, 운동 초반에 6kg이나 체중이 늘었다. 애초에 살 빼려는 게 목적이 아니고, 체력증가 및 체형교정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늘어나는 체중 따위 상관이 없었지만, 05kg에도 연연하는 사람이라면 맘 단단히 먹고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건 체중이 변화할 뿐이지,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체지방이 빠지고 그 자리에 근육이 들어오면서 일종의 플러스마이너스 효과. 이 시기를 잘 넘긴다면 근육이 정리가 되면서 -몸무게는 비슷해도- 균형잡힌 몸매를 얻게 되는 것이다.

 

말이 길어졌다. 오늘 타바타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이 두 권의 책을 보고 나니 '홍보문구가 좀 자극적인데?' 싶어서 운동 잡담하는 김에 주저리주저리 늘어놨다. 하루 4분으로 1시간 운동효과? 제대로만 하면 물론 낼 수 있다. 그런데 그걸로는 궁극적인 목표 -가령 체중감소, 예쁜 몸매 만들기, 근육 증가 같은 것- 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종목당 4분 잡아 최소 하루 5종목은 해야 하지 않을까?(음..너무 많나? 하긴 나는 오늘 6종목하고 나가 떨어졌다. 그것도 막판에는 2개 뺐다.-ㅠ-) 초보들은 너무 욕심내지 말고 4분씩 꾸준하게 한 뒤, 조금씩 한 종목씩 늘려가면 될 듯. 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20초가 얼마나 긴지, 그리고 10초는 얼마나 눈 깜짝할 사이인지. 그리고 고작 4분 만으로도 근육통이 얼마나 올 수 있는지, 종목이 늘어갈수록 부위를 달리하며 느끼게 될 근육통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눈에 띄는 몸 혹은 체력 변화가 오면, 그때부터는 운동의 참맛을 알게 되리라. (물론 이건 굳이 타바타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참고로 타바타는 초시계 켜놓고 일일이 20초, 10초에 한번씩 눌러가며 하면 운동효과가 떨어진다. 20초, 10초마다 자동으로 알람을 울려주게끔 설정된 음악이나 사운드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샵에서 운동할 때 틀어주는 타바타용 록키 OST가 진리인데,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면, 나중에는 록키만 들어도 숨이 가빠지는 것. 빰빰빰 하고 시작해서 20초마다 권투 시작때 울리는 벨소리가 땡 울리면 자동으로 반복 운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8세트에서는 '차라리 날 죽여라'싶어지게 될지도. 체력이 증가하고 운동수행능력이 높아지면 맨몸에서 중량을 늘려 운동강도를 높이면 된다. 아,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하는 사람은 타바타 혹은 근력 운동 후, 반드시 유산소를 해줘야 하고 식단도 조절해줘야 한다. 그리고 4분 동안 반드시 전력을 다 할 것! 자, 모두들 건투를 빈다. 그리고 부상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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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건투를 빕시다. 건투를 빈다, 는 말 제가 자주하는 말인데
여기서 뵈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말제
제가 자주 하는 말이니 두 말하지 않겠습니다. 세 말하면 잔소리이니 말이죠
내 말 명심하시길...이라고 섰다가 두 말, 세 말, 내 말 이것도 제가 자주 쓰는 말이라
이거 은갈치보다 은은하게 자랑질을.. 어라 ?! 은갈치보다 은은한, 이란 말도 제가 지어낸 신조어인데..
허허... 이러다가 끝이 업겠어요. 여기서 끝내야지....ㅎㅎㅎㅎㅎ

다소 2014-02-06 06:30   좋아요 0 | URL
어째 이 댓글은 랩하듯이 읽어야 할 것 같아요. Yo~! >_<

bukji78 2018-09-12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바타용 록키ost 어디서 들을수 있나요? 아무리 찾아도 타바타용은 없어서요
 

설 연휴에 친구와 만나서 커피나 한잔하려고 시내에 갔다가 민족대이동을 몸소 느꼈다. 세뱃돈 받고 좋아서 뛰쳐나온 꼬꼬마부터 잔소리와 집안일에서 탈출을 감행한 어른들까지, 시내 한복판은 무슨 아이돌 팬사인회가 열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길을 걷다 감히 방향을 틀라치면 앞, 뒤, 옆사람과 한번쯤은 부딪혀야했다. 커피숍은 또 어떤가.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부터 소규모 개인 커피숍까지 단 둘이 앉을 자리 조차 없을 만큼 사람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 와중에 폰케이스를 바꾸고, 필름을 붙이고, 음반가게에 들러서 벼르고 있던 CD 하나를 샀다. 바로 대세 <겨울왕국>의 사운드 트랙이다. 



OST코너에서 <겨울왕국> 디럭스 에디션을 골라 카운터로 가고 있는데, 홀점원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더니 "손님 잠깐만요."했다. "아, 겨울왕국은 카운터에 많으니 계산하실때 달라고 하시면 줄거에요. 이건 전시용으로 놔둔거라..."하면서 CD를 달라고 했다. 과연 대세는 대세군. 본래 음반가게나 책가게나 대세는 카운터에 쌓아두는 법이지. 사가는 사람이 많으니까.


<겨울왕국>은 <변호인>과 더불어 올 겨울 최고 대세 영화가 되었다. 나 역시 개봉하자마자 보고, 연휴에 3D로 한번씩 더 보았으니 확실히 대세에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영화나 드라마의 사운드트랙을 많이 사모으는 편인데, 디즈니에서 간만에 대작 하나 터뜨려주었으니 나로선 기쁠 수 밖에. 최근 각종 차트를 휩쓸고 있는 엘사의 테마곡 'Let it go'를 위시하여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Love is an open door',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등 영화내내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곡들을 CD로 들을 생각을 하니 왠지 설렜다. 이걸 CD로 들으려고 일부러 음원사이트에서 음원을 다운받지도 않았다. 어차피 살건데 음원으로 다운 받으면 감흥이 떨어지니까. 몇 백원이지만 이중결제해야하니 돈이 아깝기도 했고.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CDP를 꺼냈다. 몇백장의 CD를 가지고 있는 주제에 집에 쓸만한 홈오디오 시스템 하나 없다는 게 좀 슬프지만, 어쨌든 나에겐 CDP가 있으니까 뭐. 내가 갖고 있는 CDP는 파나소닉과 소니 두개인데, 간만에 꺼내보니 파나소닉은 고장이 났는지 새 건전지를 넣어도 작동이 안 되고, 소니는 충전건전지의 +극 부분이 약간 녹슬었긴 했지만 완충하니 제대로 작동했다. 소니 CDP를 라인인 케이블로 아이폰 독스피커에 연결해서 크게 들었는데, 꽤 쓸만했다. 아무래도 CDP라 출력이 약해서 독스피커의 볼륨을 엄청 올려야했지만 말이다.



소니 D-NE730



위 CDP는 2007년인가 'CDP들이 멸종위기'라는 카더라 소식에 혹시나 해서 하나 사둔 거다. 파나소닉 CDP가 있긴 하지만, 고장나면 어쩌나 싶어서 사둔 건데, 나름 선견지명이었나보다. 실제로 파나소닉은 고장이 났고, 이건 그나마 최신모델(...)이라 그런지 아직 쌩쌩하니까. 당시 병행수입된 제품을 사서 7~8만원 정도 가격으로 제법 싸게 샀던 기억인데, 지금 검색해보니까 무려 45만원이나 한다. (헐- 그돈이면 야마하 오디오도사겠다.;;;;) 속물스럽지만 가격이 그만큼 뻥튀기되니까 갑자기 내 CDP가 사랑스러워진다.


<겨울왕국>을 몇 번 돌려듣고나니 그동안 소홀했던 다른 사운드트랙에도 눈이 갔다. 그래서 'Love Affair'와 'Anastasia', 'Titanic', 'A lot like love'를 차례로 들었다. 실체가 없는 mp3 음원과 동그란 형태를 가진 CD의 음원은 같은 음악이라도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 LP도, 카세트 테이프도 그 느낌이 다르다. 음질의 좋고 나쁨을 떠나 향유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받아들이는 느낌도 달라지는 것이다. 칙칙지지직 튀는 LP에는 디지털 매체에는 없는 아날로그의 향수가 있고, 늘어진 테이프에는 어리고 서투른 시절이 숨겨져있다. 디지털로의 전환을 알렸지만, 이제는 천천히 그리고 확연하게 구시대 매체로 귀속되어가는 CD에는 나름대로의 세련됨과 과도기의 추억이 함께 묻어있다. 그래서 CD는 디지털인데도 묘하게 아날로그적이다. 아마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물리적으로 소장할 수 있는 마지막 매체가 아닐까. mp3는 CD를 갈아끼우거나 앨범 속지를 들여다보며 가사를 곱씹을 수 있지는 않으니까. 점점 발매되는 CD의 양이 줄어들고, 음원쪽으로 기울어가는 걸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난 CD가 오래오래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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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노무직 2014-02-03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기 계셨군요!!

근데 다소님은 뭐하는 분이세요??
오래 알고지내면서도 전혀 뭐하시는 분인지 모르네요..

다소 2014-02-04 12:34   좋아요 0 | URL
온지 얼마 안 됐어요. 정착할지 안 할지도 모르지만...아마 할 듯.
제가 포스트에서 제 얘기 안하던가요? (최근엔 안 했나..;ㅎㅎ) 그냥..꼬맹이들 가르쳐요.^^
 



  • 취접냉월 / 황미나
    팀매니아 / 1~2권, 완결 (1995)
  • 잡지 연재 : 『르네상스』1991년 1월 ~ 1992년 1월



오랜만에 [취접냉월]을 꺼내 읽었다. "술 취한 나비와 차가운 달"이란 뜻을 갖고 있는 이 만화는 1990년대 초반, 잡지『르네상스』에서 연재된 황미나표 무협만화(라고 한)다.(전문[傳聞]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그 때의 내가 만화잡지라고는 "보물섬" 밖에 몰랐던 순진한 국민초등학생이었기 때문) 이 책을 읽은 건 단행본이 나오고도 한참 지나서였는데, 아마 고 1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일찍이 무협에 심취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무협이란 게 한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거의 아편 수준의 중독 증상을 유발하며, 어설프게 떼어낼라치면 무시무시한 금단 현상까지 동반하는 마력의 장르물인 건 주지의 사실.(정말?) 따분하기 짝이 없는 야자시간, 공부는 뒷전이고 감독 선생님 몰래 만화책을 읽거나 영웅문을 비롯한 각종 무협소설들을 탐독하던; 그 시기의 내가 무협과 만화의 절묘한 조합물인 [취접냉월]을 읽게 된 건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황미나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은 동양적 정취의 무협물에 대한 꿈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은 '취향'이라는 다소 빈약한 어휘로 밖에 설명할 수 없지만, 밑바닥에 깔린 진한 애정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무협이라는 통속적 판타지에서 때론 심오한 철학을 느끼기도 한다는 대목에서는 절로 고개를 끄덕끄덕. 그러면서도 기존의 무협과는 다른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는 황미나는 정통 무협물의 방식을 따르면서도 이색적인 [취접냉월]을 그려내었다.




하루 아침에 가족이 몰살 당하지만 용케 살아남아 복수를 다짐하는 주인공이 우연히 스승을 만나 절대고수로 성장하는 스토리는 무협에 있어 오래된 정석 중 하나다. 철이 들기도 전에 복수심부터 배운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 패턴은 늘 독기어린 아슬아슬함이 있다. 알고보니 스승이 자신의 원수였다거나 더 나아가 진짜 원수는 따로 있다는 설정, 때마침 찾아온 사랑이 원수의 핏줄이라는 갈등 구조는 이제 고전 중의 고전이다. 황미나는 이 전형적인 플롯을 착실히 따르면서, 그녀가 말한 '취향'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데 성공한다. 이른바 '동양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것이다. 수묵화 느낌의 그림체도 그러하거니와 정情에 이끌리는 인물들의 감정 흐름, 애달픈 마음을 표현하는 한시가 배경으로 깔리는 것은 영화보다 절제되고 소설보다 애틋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것이 바로, 까딱하면 흔해빠진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이 만화가 매력적인 이유다. 늘어지지 않고 촘촘하게 진행되는 서술 방식은 예상 가능한 전개임에도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데 일조한다. 무협복수극의 코스를 착착 밟으면서도 순정(만화)의 두근거림을 놓지 않는 [취접냉월]은 비록 신선하지는 않을지언정 내게는 각별한 만화. 오래된 만화책의 눅눅한 향마저 고풍스럽다. 스산한 밤, 기울어가는 달밤에 읽기에 그야말로 딱이다.



차가운 달이뜨니 취한나비 날아든다
나비야 오지마라 네 앉을곳 없도다
내마음 차갑고 검조차 무정한데
검에 비친 이눈물은 뉘의 것이냐...


검하나에 의지한채 홀로 방랑하는데
강호엔 내한몸 뉠곳조차 없어라
수심속에 잔을드니 옛정이 떠오른다
묻노니 달빛은 어디를 비추는가...


검 대신 잔을 들어 슬픔을 마실 차에
하늘에 달이 뜨니 술잔에도 있어라
강호엔 오늘도 혈화가 흩날리니
무정타 검이여, 내 마음을 모르는고...


- 취접냉월(醉蝶冷月) 중에서 -

 

 

2008/05/04 작성, 알라딘에 옮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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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2-0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놔 마니아로써의 열정이 느껴지네요. 좋습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만화를 좋아해서 만회학회 회원이 되어서
세미나에 종종 참석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 소개시켜 드리고 싶네요... 후후후.....

다소 2014-02-02 23:15   좋아요 0 | URL
오오, 대단하시네요. 저는 그냥 혼자 좋아하는 걸로 끝냈는데, 제 친구중에서는 직접 동호회 만들고, 소재 공모해서 만화 그리고, 비평하고 이런 친구들도 많았어요. 그런 애들 보면 저는 정말 열정없는 만화애호가구나 싶었죠. 전 그냥 사서 보는 정도였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시'를 읽으니 아, 이 약간 허세가 들어간 게 만화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었던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말 한때 만화 르네상스였는데, 정치하는 새끼들이 다 개같이 만들어놔서.. 정말 욕 나오죠...

다소 2014-02-02 23:15   좋아요 0 | URL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정치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한 문장으로 간추리면, '차가운 인상에 다소 깐깐해 보이는 모범생 기현과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능글능글하며 은근히 마이페이스 태경의 학원라이프 한자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남자를 중심으로 한 심플한 학원물이지만 그게 오히려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이 만화의 매력. 평범한 남학생들의 일반적인 학교생활은 오히려 신선하기까지 하다.(사실 '순정'에 기반을 둔 만화에서 소년 특유의 '거친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간혹 그것이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기도 하지만 나쁘지 않다. 반듯한 훈남 고교생의 환상을 쫓는 게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10대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하루에도 열두번씩 소용돌이 치는 때.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은 남녀사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어서 당사자는 혼란하기 짝이 없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삶속에 들어와 이유없이 친절하고, 남이 못보는 자신의 감정을 단박에 눈치챈다거나 하면 신경이 안 쓰이는 게 더 이상하지. 심지어 귀찮기만 한 녀석이 어느 순간 멀어지면 허전해지기까지 한다. <올웨이즈>는 기현의 시점에서 태경과의 관계를 이야기 하는 만화다. 단지 '같은 반 친구'에서 '의미있는 내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남녀사이의 시작'만큼이나 두근거린다. 특히 눈을 바라보며 살짝 낯뜨거운, 그러나 분명히 진심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나까지 두근거릴 지경. 이쯤되면 보는 사람도 조바심 나는 법. '이거이거 위험한데?'를 외치며 음흉한 미소로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기지만 만화는 급속하고 매정하게 끝을 내 버린다. 아쉬워라. 작가도 너무하다고 생각했는지 나름 양질의 에필로그로 마음을 달래주기는 한다. 그러나 한껏 고양된 나의 상상력은 날개를 달고 훨훨. 자극적인 설정이나 어여쁜 그림체로 유혹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서 두근거리게 하는 게 권교정 학원물의 특징. 그저 조금만 더 길었다면 하는 아쉬움만 남을 뿐.



 
갑자기
이 녀석과 <대화>란 걸 하고 싶어졌다.



난…. 지금까지 어떤 얘기를 해 왔더라…?

응….
그래.

그것 말고 조금은 다른 얘기를 해 보고 싶어.
이런 생각이 든 것도 처음이지만.

 

 

 

 

2010/10/08 작성, 알라딘에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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