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사랑의 아테네 1 신일숙 환상전집
신일숙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품명 사랑의 아테네
작가명 신일숙
장르 순정, 로맨스
발행정보 1985년 발표 : 대본소용 완결(전5권)
1993년 만화잡지 『댕기』 별책부록(전9권)
1997년 서울문화사 단행본(전3권) 발행
2009년 학산문화사 신일숙 환상전집 3(전2권) 발행
특기사항 할리퀸 로맨스(앤 햄프슨의 '사랑의 아테네')를 원작으로 함

 

 

신일숙의 85년작으로, 초창기 작품군 중의 하나.

어느 작가라도 초창기 작품은 전성기에 비하면 서투르고 모자라지만, 84년에 ‘라이언의 왕녀’로 데뷔하여 활동이 뜸해진 현재까지 제법 일관된 흐름을 보이는 신일숙의 작품 리스트에서 <사랑의 아테네>는 조금 튄다 싶을 정도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신일숙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나 ‘리니지’ 같은 대작에서 작가가 창조해 낸 가상세계와 캐릭터, 장대한 스토리가 독자에게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지 떠올려 보면, 동명의 할리퀸 로맨스(앤 햄프슨의 ‘사랑의 아테네’)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이러한 탄생 배경부터가 이질적이다.


 

작가의 말에서도 나오지만 그녀의 오리지널 작품에서는 나오기 힘든 캐릭터들이 대거 출연하기 때문에, 만약 작가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만화만 본다면 (팬이 아닌 다음에야) 신일숙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시대물에서는 빛을 발하지만 현대물에서는 어쩐지 그 매력이 반감되어 버리는 그림체 -<사랑의 아테네>의 경우 설정이 외국이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 그나마 낫지만-, 초창기라 채 다듬어지기도 전의 그림체를 보면 ‘이거 정말 신일숙 만화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이자 데뷔작이었던 ‘라이언의 왕녀’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초석이라 불릴 수준의 가능성과 완성도를 띠며 신일숙스러움을 발산했던 걸 생각해보면, <사랑의 아테네>는 오히려 습작 같은 느낌이 들 만큼 풋풋하다. (왼쪽 그림을 보면 우리나라 만화가들의 초창기 그림이 대개 그렇듯 일본 만화의 영향이 상당히 강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신일숙 특유의 그림체가 형성되기 전이다. 세라와 다크의 설정샷!)


고전적 로맨스 장치의 안정적 활용


그리스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세라는 그리스 관습에 따라 집안이 정한 남자와 결혼해야할 상황에 처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상형과 너무나 먼 청혼자의 모습에 실망한 나머지 가출을 감행하고 만다. 한편, 영국 귀족가문의 자제인 바람둥이 다크는, 6개월 안에 결혼할 것을 전제로 유산을 상속받게 받게 되자 그에 대한 충격과 반발심으로 여행을 결심하게 된다. 그런 두 사람이 우연히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만나게 되고, 서로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다크는 세라의 티없이 맑은 모습에 점점 마음이 끌리게 되고, 세라 역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으로 혼란스러워 한다.

천진난만 미소녀와 흑발냉미남의 결합이다. 자란 환경, 생활 방식, 가장 기본적인 성향에서 태도, 성격까지 도무지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이 그 대척점에서 서로를 향해 다가가다 마침내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상투적인 설정은, 한편으로는 촌스럽고 유치할 수 있지만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의 소녀감성에 입각해보면 충분히 가슴 떨릴만하다. 이러한 고전적인 스토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변주되어 온 소재가 아니던가. 신일숙은 이러한 점을 할리퀸 원작에서 충실히 끌어오면서도, 캐릭터에 살을 붙이고 변형을 해가며 작품을 환기시킨다. 로맨틱한 장면은 만화이기에 조금 더 극적으로, 식상한 장면에선 약간의 유머 코드를 집어넣어서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부여한다.


매력적인 서브남과 서브여의 이야기. 조용하지만 강한 단역들의 활약.


이렇듯 주인공들이 전형적이면서도 만인에게 무난하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라면, 매너남 찰스와 차도녀 제니는 주인공들과 대비되는 신선한 조합인데, 이들의 서브 스토리가 있었기에 <사랑의 아테네>가 좀 더 재미있어지지 않았나 싶다. 제니는 다크보다는 덜 하지만 부모의 불화로 인한 약간의 성장 결핍이 있는 인물이다. 야무지게 행동하지만 오빠를 강하게 의지했고, 그래서 다크와 세라의 결혼이 재산을 탐낸 오빠의 얄팍한 결정이란 생각에 배신감을 품고 있다. 그 결정에 동참한게 찰스이기에 그에게 화를 내지만, 그런 제니를 좋아하는 찰스의 끈덕진 구애와 포용력은 순진한 세라와 냉소적인 다크의 관계를 역으로 뒤집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온화하면서도 강단있고, 편견보다는 사람 자체를 들여다볼 줄 아는 혜안을 지닌 어머니 역의 리즈 모건은 세라와 다크의 사이에서도, 제니와 찰스 사이에서도 징검다리 역할을 200%해내는 멋진 부인.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강한 하인 프레스톤과 자네트 역시 확고한 캐릭터를 가진 이 만화의 주요 인물이다. 사실 세라 같은 세상물정 모르는 천진난만한 캐릭터는 까딱하면 민폐형 인물로 전락할 수 있는데, 이들 단역들의 활약으로 순진무구한 캐릭터가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세라가 외로워서 친척 찾는답시고 일 저질렀을 때, 이들의 보이지 않는 활약이 없었다면 보는 사람은 꽤나 답답했을 것 같다.

혼자 김칫국 마시다가 발악하는 재미없는 악역 클라린스는 의도치 않게 주인공(및 서브 주인공)의 사랑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막판엔 시크하게 퇴장했고, 그저 순수하게 주인공을 좋아한 죄로 이리저리 얻어터기만 하다 떠난 토마스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 인물.


<사랑의 아테네>_서울문화사 : 소장중


하지만 온갖 수사 둘러서 거창하게 말해도 <사랑의 아테네>가 먹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지 오래라는 걸 안다. 이제 이 만화의 주된 고객은 8090세대의 향수를 쫓는 어른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 작품, 더 나아가 '옛날 만화'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일까? 항간에 부는 '고전 다시 읽기 열풍'의 관점으로 보자면, 결국 옛 작품을 다시 보며 새롭게 의미를 되새기고 재조명 혹은 재창조(혹은 비틀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고전 만화 다시 읽기


내용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세라는 '피보스'가 청혼을 하러 오러 오기 전까지만 해도 혹시 '꿈 속의 왕자님은 아닐까' 막연하게 상상한다. 그러나 땅딸막하고 못생긴 피보스가 눈앞에 나타나자 기겁을 하고 도망치며, 평생 결혼을 안 해도 좋다고 소리를 지른다. 처음 만화를 읽던 당시에는 피보스란 존재는 세라가 집을 나가 다크를 만나게 할 구실에 지나지 않은 엑스트라에 불과했지만, 다 커서 다시 읽다보니 피보스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세상의 피해자가 아닌가. 사실 이러한 설정은 '오만과 편견'에도 등장하지만, 콜린스는 속물스럽고 찌질하기나 했지... 피보스는 결혼하면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순박하게 청혼만 했을 뿐인데, 단지 외모가 못 생겼다고 사람을 면전에 두고 뛰쳐나간 세라 덕분에 마음에 단단히 상처를 입었을 듯 싶다. 심지어 그 세라는 며칠도 안 되어 잘생기고 돈 많은 귀족 남자와 결혼을 해서 외국으로 가버렸으니, 관습이 엄격한 만큼 소문도 빠른 동네에서 얼굴 들고 다니기 여간 힘들지 않았을까. 주인공의 로맨스를 위해서 나머지들은 그야말로 '쩌리'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지만, 피보스의 경우는 단 두컷(상상컷까지 세컷) 만에 광속 퇴장. 피보스가 비뚤어진다면 그건 세라탓. 제목이 '사랑의 아테네'인 만큼 자기들은 로맨스 흩뿌리며 설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망할 아테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사실 이런 식으로 뜯어본다면 남아날 캐릭터 있겠냐만서도,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시각차는 분명히 존재하므로 이런식의 만화읽기도 어떤 면에선 신선하고 재미있다. 각종 만화와 드라마를 섞어서 내용을 아예 더 전형적으로 비틀어 본다면, 세라 때문에 충격받은 피보스가 각고의 노력 끝에 몸짱, 얼짱이 되고 돈까지 많이 벌어 세라 앞에 당당히 나타나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세라에게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고 일갈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응?) 아니면 눈 옆에 점하나 붙이고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 해~...(중략) 용서못해~♬"라며 복수라도....!!! (푸학!) 농담처럼 썼지만, 결국 고전이란 이렇게 읽어도 저렇게 읽어도 보편적인 재미라는 게 있기 때문에 고전이 아닐까. 클래식의 위엄이란 거지.


하지만 몸짱의 기회를 원천차단해버린 저 (다리) 라인 어쩔겨.-_ㅠ


뜬금없이 책장 깊숙이 박혀있던 <사랑의 아테네>를 굳이 꺼내 읽은 건, 이사를 대비해 정리할 책들을 고르다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실은 '리니지'를 읽고 싶었는데, 찾다보니 '리니지'보다 이게 더 책장 바깥 쪽에 꽂혀있어서 먼저 읽었다.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토끼 같지만 이것도 썩 나쁘지 않지!) 내가 하고 싶던 블로그 프로젝트(쓸 데 없이 거창하다;) 중에 '읽은 만화 몽땅 리뷰하기'가 있는데 스타트로 끊기에 나쁘지 않은 만화기도 하고. 여튼 글 쓰면서 구글링을 통해 <사랑의 아테네> 이미지를 좀 찾아봤는데, 별의 별 게 다 있어서 새삼 구글의 위대함에 감탄하고 말았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사랑의 아테네> 원작.
국내 할리퀸 로맨스의 산실 '신영미디어'에서 나왔다.


 

<사랑의 아테네> 대본소 용. (전 5권 완결)
만화방에 가면 저 주홍색 책등의 향연이 눈부셨지.




 

 

<사랑의 아테네> 댕기 부록. (전 9권 완결) : 사진에는 여덟 권 밖에 없다.
나도 이거 2권 빼고 다 갖고 있는데, 박스 찾기 힘들어서 구글링해서 찾은 사진으로 대체.




 

 

<사랑의 아테네> 현재 시중에 판매중인 학산문화사 버전. (전 2권 완결)




 

 

이건 <사랑의 아테네>와 하등 상관이 없는데, 저기 적힌 신일숙의  '18세의 순수' 때문에 급 저장. 이슈 창간호와 창간 2호에 실린 저 만화 은근히 좋아했는데, 아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ㅠ_ㅠ (검색해도 안 나옴) 최근 완간된 신일숙의 환상전집 시리즈에 꼽사리 껴서 실리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현대물이라 취급을 안 해주는지 어디에도 실리지 않았다. 신일숙도 나름 컬러화보나 단편을 꽤  낸 작간데, 예전의 김혜린 단편집 '노래하는 돌'처럼 몽땅 묶어서 거대 단편집 하나 내주면 좋겠다. 내가 가진 '나의 이브'나 '크리슈티'랑 중복돼도 좋으니까 저거 '18세의 순수' 실어서 좀 내주면 안 되나? (그나저나 '이슈' 그립네~ 창간호부터 한 호도 빼놓지 않고, 대학가서도 모았던 집착의 산물인데... 1996년 1월 1일 창간해서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는 걸 보면 참 대견하다 싶기도 하고. 창간호에 시작했지만 연재 중단으로 끝을 기약할 수 없게 되어버린 한승원의 '프린세스'를 보니 속쓰리기도 하고 그렇다.)

 

펼친 부분 접기 ▲

 

 

2012/05/19 작성, 알라딘에 옮겨놓는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소 님 만화마니아셨군요. 리뷰가 아주 알찹니다....

다소 2014-01-31 23:19   좋아요 0 | URL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만화'라고 농담처럼 얘기하곤 하지요. 심지어 수능 선택과목도 만화 때문에 세계사를 선택할 정도였으니까요. (당시 빠져있던 만화가 고대의 지중해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거든요.) 망할' 청보법 이후로 한국 만화계가 많이 죽어서 슬픕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1 16:49   좋아요 0 | URL
개새끼들이었죠. 청보법.... 정말 악법입니다.
도대체 만화가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
내 친구만 해도 일본에서 만화 그립니다. 한국에서는 먹고 살 수가 없으니까요...
그곳에서 고군분투하는 걸 보면 ( 결국은 술만 먹는 귀신이 되었지만 ) 안타까워요...

다소 2014-02-01 20:34   좋아요 0 | URL
악법중의 악법. 청보법! 당시 만화계는 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소재도 다양해지던 시기였고, 그만큼 만화잡지도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는데 안타깝죠. 그 이후로 만화잡지란 잡지는 다 폐간되고, 지금 명맥을 잇고 있는 건 그나마 대형 출판사에서 나오는 한 두권 뿐이죠. 그러다보니 만화계는 점점 일본만화가 잠식해가고, 당시 만화가들은 다른 살길을 모색하거나 웹연재로 넘어간지 오래... 하지만 그것도 극소수다보니 더더욱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죠. 그래놓고 딴 나라에서 소위 돈 되는 문화 컨텐츠가 나오면 우리나라는 왜 저런 걸 못만드냐고 닦달을 하질 않나, 창조 어쩌구 하면서 비교질 해대는 거 보면 한심해서 눈물이 다 납니다.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저변을 마련해주지는 못할 망정 죽여놓기 바쁘면서 결과물은 거창하길 바라다니... 정말 입맛이 쓰네요.
 
프린세스 29
한승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28권을 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29권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니, 이렇게 빨리?'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28권을 좀 늦게 읽은 편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발매 텀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좀 빠른 감이 있다. 3개월 만에 뒷 이야기를 볼 수 있다니, 물론 나야 후속권이 빨리 나와주니 무척 고맙지만, 그간 척박한 만화시장에 워낙 연재 중단과 펑크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이런 일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어쨌든 생각지도 못했는데 떡 하니 뒷 이야기가 나와주어서 마치 깜짝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으로 29권을 읽게 되었다.

28권에서 프리가 부쩍 성장한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슬슬 본격적인 3세대 이야기가 진행될 것을 암시했었는데, 와우-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덩달아 가슴이 뛴다. 29권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프리와 히로의 만남이다. 물론 28권에서도 만나긴 했지만, 그렇게 우연히 스치는 듯한 만남이 아닌, 서로의 존재를 확실히 인지한 제대로 된 만남이라는 점에서 29권의 그 장면은 의미가 남다르다. 히로로서는 그 옛날 왕비마마(비이)와 했던 약속 -공주님(프리)의 첫번째 수호기사가 되리라는- 을 이제야 지킬 수 있게 된 것이고, 프리로서는 앞으로의 역경을 헤쳐나가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어줄 이를 만난 것이다. 히로가 사람들 앞에서 "신 히로이크·바이다, 공주님께 인사드립니다"라고, 그간 숨겨왔던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무릎을 꿇는 장면이 어찌나 가슴 찡한지. 어우, 순간 또 코 끝이 찡한게 눈물이 고이는 거다. 생각해보면 매우 전형적인 장면인데, 나는 늘 이런 씬에 약하다. 여기에 음악까지 웅장하고 처연하게 터져주면 진짜 눈물 흘리는 건 일도 아닌데 말야. (만화라서 그건 안되는군.) 여튼 그렇게 바라왔던 히로와 프리의 재회가 드디어 이루어졌다. 만세! 근데 앞으로가 고달파보여서 마냥 좋지만도 않구나.

이 밖에 몇몇 인물에 대한 단상을 늘어놓자면, 요피나 왕비는 애저녁에 큰 인물 되기는 글러먹었다. 처음에는 (재수는 없지만) 그럴싸한 악역 정도는 돼 줄거라 생각했는데, 빠듯한 왕실 재정에 역대 왕비들보다 배는 더 받아쓰면서 파티할 돈 없다고 재정고문 닦달하는 거 보니 이미 멋진 악역은 물 건너간 듯. 하긴 라라 핍박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_-; 그에 비해 오빠인 실라이 왕자는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꽤 멋진 악역(?)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진짜 악역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카데이는 병중이라는 그럴 듯한 핑계로 얼굴을 내보이지 않다가 기회를 포착, 단숨에 스가르드를 공격할 구실을 만들어 전쟁에 돌입하는 게 과연 스카데이답다; 싶고, 야파와 테오도라는 어휴, 이 커플도 참 불쌍해서 보기 안쓰럽다. 좀 행복해져도 좋을텐데. 시벨은 외모는 물론 기질마저 언뜻 아버지와 닮은 꼴로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가 기대(?)되고, 아레아는 음...테오도라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해서 얘도 마음 쓰인다. 쥬드와 첼시 삼촌은 감초 역할 톡톡히 해내며 즐거움을 주고 있고, 28권부터 꽤 비중있게 등장한 비체와 디안은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 무엇보다 29권에서 반가웠던 얼굴은 애쉬(에스힐드)다. 와, 오랜만에 보니까 어쩜 이리 반가운지, 훗훗. 빨리 프리 일행이랑 만났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애쉬가 무술 가르치던 그 왕자.. 얼굴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 군. 핫핫. 더욱이 앞으로 새롭게 프리 일행의 원군이 되어줄 것 같으니 요체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이인데... 어머, 세이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보여. ㅠㅠ 그래서인지 예전에 느꼈던 세이 특유의 날카로움이 덜 느껴진다. 하긴 언제적 세이인데.. 하지만 앞으로도 그의 활약이 많이 남아 있을 거라 믿는다.

..........으음, 다 썼나? 아유, 프린세스는 워낙 긴 이야기에 등장인물이 많아놔서 짧게 감상 쓰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헥헥. 어쨌건 30권도 기대기대. 29권 같은 페이스라면 빠르면 12월 말, 늦어도 1월엔 만나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게 한국의 만화 시장인지라, 그저 잊고 있는 게 상책일 듯. 그나저나 30권에서는 비욘이랑 레오를 만나볼 수 있으려나...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다감 18 - 완결
박은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한마디로 : 이제는 정말로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

보기 전에 이미 여러 곳에서 스포일러를 잔뜩 얻어맞았기 때문에 분명히 다 보고 나서도 담담할 줄 알았는데… 담담은 개뿔, 눈물이 핑, 돌더니 결국 한방울 흘렸다. ToT 으앙. 내용 다 읽고, 작가 메시지까지 꼼꼼히 읽고, 마지막 장을 넘기고 표지를 탁 덮고나니, 엄뭐, 내 마음이 왜 이러니? 가슴 한 켠에 구멍이 뚫린 것 처럼 바람이 싸악-하고 빠져나가는 거다. '다정다감'은 처음엔 그저 그런 청춘학원물이었다. 게다가 처음 볼 때부터 나는 이미 그 나이 또래를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귀여운 동생들의 청춘 한토막을 훔쳐보는 기분으로 이 만화를 즐겼었는데, 이 만화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성장 만화로 탈바꿈하면서 나도 그 속에 들어가 있었나보다. 이렇게 가슴이 휑한걸 보면. 만년 교복을 입고, 친구 때문에 울고, 풋사랑에 고민할 줄만 알았던 아이들은 그렇게 한 뼘쯤 성장한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이별을 고했다. 장장 8년 만이다.

나는 '다정다감'을 여러모로 '나는 사슴이다'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만화로 분류했었다. 만화가 처음 나온 때도 비슷하고, 주인공들이 어여쁜 고교생이라는 설정도 비슷했고, 대부분 그렇듯이 그 나이 또래들이 가지는 감수성 어린 생각을 서술한다는 점에서 나는 이 두 만화를 같은 카테고리에 넣어놓고 예뻐했었다. 하지만 진행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라 '사슴…'의 경우, 소녀의 소소하고도 엉뚱한 판타지(?)를 현실화 시키는 쪽이었고, '다정다감'은 실제 고교생활을 가감없이 풀어놓는 쪽에 속했다. 둘의 매력이 다르므로 감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다정다감'에 조금 더 애정이 갔던 것은 역시 감정이입이 더 잘 됐기 때문이겠지. 그렇다고 내가 주인공인 '배이지'와 비슷한 유형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똘끼; 다분한 도경이에 가깝지. (물론 도경이처럼 예쁘지는 않지만-_-;) 음, 그냥 만화 속의 상황들에 폭 젖어들었다고 해야 맞을 듯 싶다. 아- 나도 저 나이엔 저랬는데, 저런 일들로 힘들어 했었는데, 저렇게 웃고 울었는데…, 뭐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그렇게 공감했던 이야기들이 끝나버리니 마치 내 10대도 다시 한번 막을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미 20대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면서 말이지;) 어쨌든 길었던 '다정다감'이 끝났다. 너무너무 예뻐했던 이지, 새륜, 도경, 한결이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회자정리라잖아.(음, 하이킥 생각나는군; 크흣)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박은아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나도 이만 '다정다감'의 추억을 접는다. 안녕.

덧. 그것과는 별개로 18권의 내용은 많이 안타깝고, 슬펐다. 아, 또 눈물 날 것 같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린세스 28
한승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한마디로 : (드디어) 아이들이 자랐어요!

길었다. 정말로 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느낌!?
이슈 창간호가 언제였더라? 1996년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물론 중간에 잠시 연재 중단을 했던 적도 있지만;)줄창 연재해오고 있는 한승원의 프린세스. 예전 같으면 단행본 나오는 날 체크해서 득달같이 사가지고 와서 읽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들해지더니 이제는 나왔는지도 별 관심도 없고-_-; 웹서핑하다가 한번씩 생각날 때 나왔나, 안 나왔나 검색해주는 정도? (나도 지친거지;) 암튼 그렇게 해서 오늘에서야 28권을 읽었다. 감상? 위의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겠다. 드디어 '프리'가 (쬐끔) 자랐어요! ToT 아아, 길기도 하여라. 근데 별로 좋아할 것도 없는 게, 겉모습은 한 18살쯤 돼 보이는데, 극 설정상 12살이란다. 맙소사. 그럼 얘네 언제 커서 나라 되찾고, 언제 사랑을 하고, 언제 행복하게 되는 거야? 앞으로 또 10년 기다려야 되는 거 아닐까, 하는 무시무시한 생각이 다 드는 28권이었다.; 그치만 프리는 예뻤다. 비욘과 비이를 똑 닮은 얼굴을 하고, 또 두 사람의 장점만 쏙 뽑아놓은 성격으로 해맑게 웃는데..아, 예쁘구나! 한승원 식 여주인공 특유의 그 눈웃음이라니.. 너무 오랜만이라 순간 내 기분도 좋아졌다. '나 순정만화예요!'라는 티를 팍팍 내주는 한승원의 그림이 그립기라도 했던걸까? 음, 그럴 수도 있겠다. 취향은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향수가 묻어나서 좋은 걸.

28권의 포인트는 딱 2가지다. 첫 번째는 아이들이 자랐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아이들이 운명의 궤도에 올랐다는 것. 즉, 우연이든 필연이든, 알든 모르든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프리, 히스, 시벨, 베아트리스, 아레아, 리라.. 과연 이 아이들의 앞날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이대로라면 재회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감격! ToT) 물론 그 전에 부모 세대들의 질기고 안타까운 인연부터 청산해야겠지만, 어쨌든 이제 아이들도 자랐고.. 본격적으로 3세대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전망. 근데 아직도 이야기 진행은 이리 더디기만 하니, 완결은 언제 볼 수 있을지…. 내가 이 만화를 보는 동안 시간은 잘도 흘러 그동안 나는 중학교도 졸업하고,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대학도 졸업했다. -_- 결혼만 빨리 했더라면 애가 '어린이 집'에 갈 나이라고. 바라건대, 계란 한판 채우기 전에는 완결 봤으면 싶다.(근데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 그래서 감히 예측하건대, 이 만화.. 잘 하면 '열혈강호'보다 더 길게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흐하, 그럼 순정만화 사상 '최강 장편 서사 만화'가 되는 건가? (뭐 어느 의미로든 대단하구나!; 따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존
아소우 미코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기타 실력은 수준급이나 보컬 실력은 수준 미달. 밴드 '옥시즌(O₂)'의 멤버, 오우 시게오(이하 '왕짱')는 학교 축제에 나가려고 객원 멤버까지 불러들여 맹연습을 하지만 음치의 영역에서 헤매기만 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또다른 멤버 오쿠다 하유루와 함께 길을 걷다가 '이동식 빵가게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매료되어 그 노래를 부른 장본인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노래를 부른 이는 17살의 여자아이로,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고 도쿄의 할머니댁에서 일을 돕고 있는 오사카 출신 소녀, 오노데라 치카. 왕짱은 그녀에게 다짜고짜 밴드의 보컬을 맡아달라 제안한다. 그러면서 원래는 이니셜이 O인 사람들이 모여 옥시즌(O+O=O₂)이었는데, 이제 O가 셋이니 오존(O₃)으로 밴드이름을 개명하겠다며 호들갑을 떨며 좋아한다. 그러나 치카의 관심사는 오로지 아버지가 생전에 운영하셨던 빵가게의 재개장 뿐. 왕짱은 곡을 녹음한 MD를 치카의 손에 들려주며 생각이 바뀌면 연락하라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원하던 꿈을 접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내달릴 때도 있다. '오존'은 그런 청춘남녀의 이야기다. 꿈도 재능도 아무런 확신이 없는 세 젊은이의 팔팔한 청춘 스토리.

[한마디 말]을 먼저 읽은 관계로 상대적으로 이 단편은 심심하게 느껴졌다. 딱히 공감이 간다기보다 '아소우 미코토'다운 인물, 말투, 그림이 좋았다. 그리고 '치카'가 쓰는 오사카 사투리가 정겨웠고. 물론 그걸 한국어로 번역하려니 '전라도+경상도+충청도 말'이 기묘하게 섞여서 국적불명의 사투리가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어떤 느낌인지는 알 것 같으니 그 정도는 애교. 언제나 특별함을 갈구하는 '왕짱'과 요즘 유행어로 '무심한듯 시크한' '에짱', 그들 사이에 벼락처럼 떨어진 '치카'가 만나 '옥시즌'은 '오존'이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들이지만 푸르른 젊음과 유대관계만으로도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이 좋다.

뒤에 이어지는 단편, 'SHALL WE DANCE?'와 프리퀄에 해당하는 'sofa~소파~'도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은 편. 난 아소우 미코토 식 청춘학원물이 즐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