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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아테네 1 신일숙 환상전집
신일숙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품명 사랑의 아테네
작가명 신일숙
장르 순정, 로맨스
발행정보 1985년 발표 : 대본소용 완결(전5권)
1993년 만화잡지 『댕기』 별책부록(전9권)
1997년 서울문화사 단행본(전3권) 발행
2009년 학산문화사 신일숙 환상전집 3(전2권) 발행
특기사항 할리퀸 로맨스(앤 햄프슨의 '사랑의 아테네')를 원작으로 함

 

 

신일숙의 85년작으로, 초창기 작품군 중의 하나.

어느 작가라도 초창기 작품은 전성기에 비하면 서투르고 모자라지만, 84년에 ‘라이언의 왕녀’로 데뷔하여 활동이 뜸해진 현재까지 제법 일관된 흐름을 보이는 신일숙의 작품 리스트에서 <사랑의 아테네>는 조금 튄다 싶을 정도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신일숙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나 ‘리니지’ 같은 대작에서 작가가 창조해 낸 가상세계와 캐릭터, 장대한 스토리가 독자에게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지 떠올려 보면, 동명의 할리퀸 로맨스(앤 햄프슨의 ‘사랑의 아테네’)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이러한 탄생 배경부터가 이질적이다.


 

작가의 말에서도 나오지만 그녀의 오리지널 작품에서는 나오기 힘든 캐릭터들이 대거 출연하기 때문에, 만약 작가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만화만 본다면 (팬이 아닌 다음에야) 신일숙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시대물에서는 빛을 발하지만 현대물에서는 어쩐지 그 매력이 반감되어 버리는 그림체 -<사랑의 아테네>의 경우 설정이 외국이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 그나마 낫지만-, 초창기라 채 다듬어지기도 전의 그림체를 보면 ‘이거 정말 신일숙 만화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이자 데뷔작이었던 ‘라이언의 왕녀’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초석이라 불릴 수준의 가능성과 완성도를 띠며 신일숙스러움을 발산했던 걸 생각해보면, <사랑의 아테네>는 오히려 습작 같은 느낌이 들 만큼 풋풋하다. (왼쪽 그림을 보면 우리나라 만화가들의 초창기 그림이 대개 그렇듯 일본 만화의 영향이 상당히 강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신일숙 특유의 그림체가 형성되기 전이다. 세라와 다크의 설정샷!)


고전적 로맨스 장치의 안정적 활용


그리스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세라는 그리스 관습에 따라 집안이 정한 남자와 결혼해야할 상황에 처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상형과 너무나 먼 청혼자의 모습에 실망한 나머지 가출을 감행하고 만다. 한편, 영국 귀족가문의 자제인 바람둥이 다크는, 6개월 안에 결혼할 것을 전제로 유산을 상속받게 받게 되자 그에 대한 충격과 반발심으로 여행을 결심하게 된다. 그런 두 사람이 우연히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만나게 되고, 서로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다크는 세라의 티없이 맑은 모습에 점점 마음이 끌리게 되고, 세라 역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으로 혼란스러워 한다.

천진난만 미소녀와 흑발냉미남의 결합이다. 자란 환경, 생활 방식, 가장 기본적인 성향에서 태도, 성격까지 도무지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이 그 대척점에서 서로를 향해 다가가다 마침내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상투적인 설정은, 한편으로는 촌스럽고 유치할 수 있지만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의 소녀감성에 입각해보면 충분히 가슴 떨릴만하다. 이러한 고전적인 스토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변주되어 온 소재가 아니던가. 신일숙은 이러한 점을 할리퀸 원작에서 충실히 끌어오면서도, 캐릭터에 살을 붙이고 변형을 해가며 작품을 환기시킨다. 로맨틱한 장면은 만화이기에 조금 더 극적으로, 식상한 장면에선 약간의 유머 코드를 집어넣어서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부여한다.


매력적인 서브남과 서브여의 이야기. 조용하지만 강한 단역들의 활약.


이렇듯 주인공들이 전형적이면서도 만인에게 무난하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라면, 매너남 찰스와 차도녀 제니는 주인공들과 대비되는 신선한 조합인데, 이들의 서브 스토리가 있었기에 <사랑의 아테네>가 좀 더 재미있어지지 않았나 싶다. 제니는 다크보다는 덜 하지만 부모의 불화로 인한 약간의 성장 결핍이 있는 인물이다. 야무지게 행동하지만 오빠를 강하게 의지했고, 그래서 다크와 세라의 결혼이 재산을 탐낸 오빠의 얄팍한 결정이란 생각에 배신감을 품고 있다. 그 결정에 동참한게 찰스이기에 그에게 화를 내지만, 그런 제니를 좋아하는 찰스의 끈덕진 구애와 포용력은 순진한 세라와 냉소적인 다크의 관계를 역으로 뒤집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온화하면서도 강단있고, 편견보다는 사람 자체를 들여다볼 줄 아는 혜안을 지닌 어머니 역의 리즈 모건은 세라와 다크의 사이에서도, 제니와 찰스 사이에서도 징검다리 역할을 200%해내는 멋진 부인.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강한 하인 프레스톤과 자네트 역시 확고한 캐릭터를 가진 이 만화의 주요 인물이다. 사실 세라 같은 세상물정 모르는 천진난만한 캐릭터는 까딱하면 민폐형 인물로 전락할 수 있는데, 이들 단역들의 활약으로 순진무구한 캐릭터가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세라가 외로워서 친척 찾는답시고 일 저질렀을 때, 이들의 보이지 않는 활약이 없었다면 보는 사람은 꽤나 답답했을 것 같다.

혼자 김칫국 마시다가 발악하는 재미없는 악역 클라린스는 의도치 않게 주인공(및 서브 주인공)의 사랑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막판엔 시크하게 퇴장했고, 그저 순수하게 주인공을 좋아한 죄로 이리저리 얻어터기만 하다 떠난 토마스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 인물.


<사랑의 아테네>_서울문화사 : 소장중


하지만 온갖 수사 둘러서 거창하게 말해도 <사랑의 아테네>가 먹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지 오래라는 걸 안다. 이제 이 만화의 주된 고객은 8090세대의 향수를 쫓는 어른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 작품, 더 나아가 '옛날 만화'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일까? 항간에 부는 '고전 다시 읽기 열풍'의 관점으로 보자면, 결국 옛 작품을 다시 보며 새롭게 의미를 되새기고 재조명 혹은 재창조(혹은 비틀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고전 만화 다시 읽기


내용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세라는 '피보스'가 청혼을 하러 오러 오기 전까지만 해도 혹시 '꿈 속의 왕자님은 아닐까' 막연하게 상상한다. 그러나 땅딸막하고 못생긴 피보스가 눈앞에 나타나자 기겁을 하고 도망치며, 평생 결혼을 안 해도 좋다고 소리를 지른다. 처음 만화를 읽던 당시에는 피보스란 존재는 세라가 집을 나가 다크를 만나게 할 구실에 지나지 않은 엑스트라에 불과했지만, 다 커서 다시 읽다보니 피보스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세상의 피해자가 아닌가. 사실 이러한 설정은 '오만과 편견'에도 등장하지만, 콜린스는 속물스럽고 찌질하기나 했지... 피보스는 결혼하면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순박하게 청혼만 했을 뿐인데, 단지 외모가 못 생겼다고 사람을 면전에 두고 뛰쳐나간 세라 덕분에 마음에 단단히 상처를 입었을 듯 싶다. 심지어 그 세라는 며칠도 안 되어 잘생기고 돈 많은 귀족 남자와 결혼을 해서 외국으로 가버렸으니, 관습이 엄격한 만큼 소문도 빠른 동네에서 얼굴 들고 다니기 여간 힘들지 않았을까. 주인공의 로맨스를 위해서 나머지들은 그야말로 '쩌리'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지만, 피보스의 경우는 단 두컷(상상컷까지 세컷) 만에 광속 퇴장. 피보스가 비뚤어진다면 그건 세라탓. 제목이 '사랑의 아테네'인 만큼 자기들은 로맨스 흩뿌리며 설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망할 아테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사실 이런 식으로 뜯어본다면 남아날 캐릭터 있겠냐만서도,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시각차는 분명히 존재하므로 이런식의 만화읽기도 어떤 면에선 신선하고 재미있다. 각종 만화와 드라마를 섞어서 내용을 아예 더 전형적으로 비틀어 본다면, 세라 때문에 충격받은 피보스가 각고의 노력 끝에 몸짱, 얼짱이 되고 돈까지 많이 벌어 세라 앞에 당당히 나타나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세라에게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고 일갈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응?) 아니면 눈 옆에 점하나 붙이고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 해~...(중략) 용서못해~♬"라며 복수라도....!!! (푸학!) 농담처럼 썼지만, 결국 고전이란 이렇게 읽어도 저렇게 읽어도 보편적인 재미라는 게 있기 때문에 고전이 아닐까. 클래식의 위엄이란 거지.


하지만 몸짱의 기회를 원천차단해버린 저 (다리) 라인 어쩔겨.-_ㅠ


뜬금없이 책장 깊숙이 박혀있던 <사랑의 아테네>를 굳이 꺼내 읽은 건, 이사를 대비해 정리할 책들을 고르다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실은 '리니지'를 읽고 싶었는데, 찾다보니 '리니지'보다 이게 더 책장 바깥 쪽에 꽂혀있어서 먼저 읽었다.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토끼 같지만 이것도 썩 나쁘지 않지!) 내가 하고 싶던 블로그 프로젝트(쓸 데 없이 거창하다;) 중에 '읽은 만화 몽땅 리뷰하기'가 있는데 스타트로 끊기에 나쁘지 않은 만화기도 하고. 여튼 글 쓰면서 구글링을 통해 <사랑의 아테네> 이미지를 좀 찾아봤는데, 별의 별 게 다 있어서 새삼 구글의 위대함에 감탄하고 말았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사랑의 아테네> 원작.
국내 할리퀸 로맨스의 산실 '신영미디어'에서 나왔다.


 

<사랑의 아테네> 대본소 용. (전 5권 완결)
만화방에 가면 저 주홍색 책등의 향연이 눈부셨지.




 

 

<사랑의 아테네> 댕기 부록. (전 9권 완결) : 사진에는 여덟 권 밖에 없다.
나도 이거 2권 빼고 다 갖고 있는데, 박스 찾기 힘들어서 구글링해서 찾은 사진으로 대체.




 

 

<사랑의 아테네> 현재 시중에 판매중인 학산문화사 버전. (전 2권 완결)




 

 

이건 <사랑의 아테네>와 하등 상관이 없는데, 저기 적힌 신일숙의  '18세의 순수' 때문에 급 저장. 이슈 창간호와 창간 2호에 실린 저 만화 은근히 좋아했는데, 아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ㅠ_ㅠ (검색해도 안 나옴) 최근 완간된 신일숙의 환상전집 시리즈에 꼽사리 껴서 실리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현대물이라 취급을 안 해주는지 어디에도 실리지 않았다. 신일숙도 나름 컬러화보나 단편을 꽤  낸 작간데, 예전의 김혜린 단편집 '노래하는 돌'처럼 몽땅 묶어서 거대 단편집 하나 내주면 좋겠다. 내가 가진 '나의 이브'나 '크리슈티'랑 중복돼도 좋으니까 저거 '18세의 순수' 실어서 좀 내주면 안 되나? (그나저나 '이슈' 그립네~ 창간호부터 한 호도 빼놓지 않고, 대학가서도 모았던 집착의 산물인데... 1996년 1월 1일 창간해서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는 걸 보면 참 대견하다 싶기도 하고. 창간호에 시작했지만 연재 중단으로 끝을 기약할 수 없게 되어버린 한승원의 '프린세스'를 보니 속쓰리기도 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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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9 작성, 알라딘에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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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소 님 만화마니아셨군요. 리뷰가 아주 알찹니다....

다소 2014-01-31 23:19   좋아요 0 | URL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만화'라고 농담처럼 얘기하곤 하지요. 심지어 수능 선택과목도 만화 때문에 세계사를 선택할 정도였으니까요. (당시 빠져있던 만화가 고대의 지중해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거든요.) 망할' 청보법 이후로 한국 만화계가 많이 죽어서 슬픕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1 16:49   좋아요 0 | URL
개새끼들이었죠. 청보법.... 정말 악법입니다.
도대체 만화가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
내 친구만 해도 일본에서 만화 그립니다. 한국에서는 먹고 살 수가 없으니까요...
그곳에서 고군분투하는 걸 보면 ( 결국은 술만 먹는 귀신이 되었지만 ) 안타까워요...

다소 2014-02-01 20:34   좋아요 0 | URL
악법중의 악법. 청보법! 당시 만화계는 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소재도 다양해지던 시기였고, 그만큼 만화잡지도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는데 안타깝죠. 그 이후로 만화잡지란 잡지는 다 폐간되고, 지금 명맥을 잇고 있는 건 그나마 대형 출판사에서 나오는 한 두권 뿐이죠. 그러다보니 만화계는 점점 일본만화가 잠식해가고, 당시 만화가들은 다른 살길을 모색하거나 웹연재로 넘어간지 오래... 하지만 그것도 극소수다보니 더더욱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죠. 그래놓고 딴 나라에서 소위 돈 되는 문화 컨텐츠가 나오면 우리나라는 왜 저런 걸 못만드냐고 닦달을 하질 않나, 창조 어쩌구 하면서 비교질 해대는 거 보면 한심해서 눈물이 다 납니다.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저변을 마련해주지는 못할 망정 죽여놓기 바쁘면서 결과물은 거창하길 바라다니... 정말 입맛이 쓰네요.
 
집 구하세요?
야마다 유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집 구하세요?" ...라고?

얼핏 친절한 부동산 가이드북 같은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은 "순정"만화다. 굳이 "순정"에다 큰 따옴표를 친 이유는, 이 책이 작가(야마다 유기)의 "첫·순정·코믹스"이기 때문. 이건 띠지에도 대문짝 만하게 써 넣어 광고를 하고 있을 만큼 만화 전체를 아우르는 특징이 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수많은 순정만화 중 왜 이 만화만 유독 "순정"에 방점을 찍느냐, 대답은 간단하다. 야마다 유기는 원래 순정 만화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BL계 작가로, 일본 뿐 아니라 국내에도 수많은 팬을 거느린 인기 만화가인데, 최근 순정에도 슬쩍 손을 대신 모양. 책 뒤에 실린 출판 정보와 짤막한 후기에 따르면 2004년경 가볍게 시작한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1년에 1~2편 꼴로 느긋하게 그린 시리즈를 모아 단행본을 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말은 순정만화라고 하지만 표지에서는 왠지 BL의 냄새가 강하게 난다.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 왕년에 주먹깨나 썼을 듯한 인상으로 담배를 물고 있는 미중년 남자와, 그 뒤로 눈웃음 한방이면 웬만한 여자는 물론 남자도 다 녹여버릴 것 같은 남자, 스마트하고 깔끔해 보이는 인상 좋은 안경남과, 태닝한 피부에 눈 꼬리와 입 위의 점만으로 색기가 줄줄 흐르는 남자까지. 아무리 봐도 이건 순정 만화 표지가 아니다. 만약 이 남자들 사이에, 저 커다란 괴나리봇짐을 목에 둘러메어 마치 최첨단 패션인 양 코디한; 단발머리 아가씨가 없었다면, 누가 이 표지를 보고 이걸 보고 순정만화라고 생각하겠는가. 혹시 출판사에서도 그렇게 오해하는 독자가 있을까봐 일부러 "순정"이라는 글자를 띠지에 적어넣은 게 아닐까. 훗. (농담이고...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야마다 유기의 '첫 순정만화'는 그 자체만으로 이미 광고효과가 높을 게다. 호기심 많은 팬들은 싫든 좋든 야마다 유기의 "외도"를 궁금해하기 마련이거든!)


설정은 간단하다. 하쿠센 역 앞에 "카미야마 상사"라고 부동산 중개업소가 있는데, 그 곳에는 왠지 호스트 클럽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분위기를 가진 4명의 남자들이 업무를 본다. 집을 알아보러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다간 그 묘한 분위기에 당황해 뛰쳐나가기 십상. 카리스마 사장(통칭 보스)과 늘 웃고 있지만 가끔은 살벌한 모습도 보이는 입사 3년차 타케이(통칭 스마일리), 실제로 호스트 클럽 출신인 시바타(통칭 섹시)와, 입사 6개월차 막내이자 사장의 조카인 카미야마(통칭 안경)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 카미야마 상사에 (표지에도 보이는) 단발머리 아가씨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볍게 시작한 에피소드에서 파생된 시리즈답게 이야기는 당연히 옴니버스식.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1화 보고 살짝 실망했(아니 할 뻔) 했다. (꼭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시간도 없고 해서 1화보고 며칠 덮어뒀음;) 어우, 인물들은 상큼한데 이야기가 생각보다 전형적으로 흘러서 어째 좀 진부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기대감이 거의 밑바닥인 상태로 (며칠 후) 2화를 읽었는데, 다행히도 그 다음 이야기부터는 슬슬 제 궤도를 찾아 매력이 흘러나오더라. 총 6화와 번외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옴니버스가 늘 그렇듯 때로는 길게 혹은 짧게 각 멤버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화마다 바뀌는 메인 이야기 언저리에 간간히 나오는 짜투리 이야기와 인물들의 올망졸망한 단순컷, 가령 복실복실한 털복숭이 여자아이의 맹한 얼굴이라든지, 꼭 참새 주둥이마냥 입술을 부-하고 내미는 단발머리 아가씨의 모습이 꽤나 귀엽다. 개인적으로 1화 빼고는 다 나름대로 재미있었는데, 특히 맨 마지막 이야기인 보스의 에피소드는 보면서 내내 히죽히죽 웃었을 만큼 맘에 들었다. (중간에 웃음이 빵- 터지기도. 큽큽-) 과연 미중년의 과거는 흥미롭구나, 이런 느낌? 호호. 미중년에 혹하는 만화 속 흑발 미녀 언니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된다니까. >_<


그러나 아무래도 작가의 순정만화 첫 도전이어서 그런지 조금 서투르다고 해야할까, 이야기를 무척 조심스럽게 진행시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존 만화(그래봤자 내가 본 건 "마지막 문을 닫아라!" 하나밖에 없다;)에서 보여준 재기발랄함이나 폭소 개그컷 및 대사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팬들은 조금 심심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뒤로 갈 수록 안정감을 찾고, 특유의 매력이 나오니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다. 또 이 정도 분량으로 끝내기엔 어쩐지 아쉽기도 한데, 왜냐면 이제야 인물들의 관계가 좀 발전하고 이야기도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려는 참인데 아멸차게도 거기서 그만 THE END. (ㅠ_ㅠ) 2~3권 정도 뒷 이야기들이 이어져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책은 한 권짜리 단편 만화처럼 디자인되어 있어, 후속 권이 나올지 안 나올지 미지수. 야마다 선생, 좀 더 그려주지 않으려나...; 앗,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이 작품, 부정기 연재물이니 2권이 나올 가능성이 그리 희박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나와라, 나와라!) 후속 권에 따라 작품에 대한 완성도나 애정도가 조금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내려갈 일은 별로 없을 듯) 개인적으로 그림도 참 마음에 든다. 아기자기한 게 예쁜 것이 예전에 본 그림들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 짤막 후기에서도 밝히지만 여자를 그리는 게 익숙치 않아 매번 고전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꽤나 공들인 게 엿보인다. 그러니 이 정도면 (대박은 아니라도) 순정만화계에 무난하게 첫 발을 내딛었다고 토닥토닥해 줄 수 있을 듯. 앞으로가 기대가 되는 바이다. ...그런데 만화 다 읽고 웹서핑을 하다보니 나와는 달리, 야마다 유기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자, 이제 순정도 그려봤으니, 다시 본래의 분야로 돌아와주세요!"라는 의견이 많다. 호오~ 이게 팬과 일반 독자의 차이?

잠시 딴 얘기 좀 하자면, 앞서도 말했지만 내가 읽은 야마다 유기의 만화라고는 "마지막 문을 닫아라!"밖에 없다. 늘상 말하지만, BL을 남들보다 훨씬 늦게 접했고, 접하고 나서도 한창 불타오를 때 빼고는 그다지 찾아보지 않는 편이라 야마다 유기의 만화가 아니라도 실제로 본 작품은 몇 개 없다.(요시나가 후미나 이마 이치코 정도가 전부다;) 그래도 주위 친구들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 건네 받거나 들은 정보는 많아서 대충 작가명이라든지 작품 이름, 스타일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야마다 유기의 "마지막 문을 닫아라!"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어서 예전에 친구에게 빌려본 기억이 난다.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무척 유쾌하고 쌈박했던 것 같다. 그림체도 깔끔하고 개그컷이 제법 취향에 맞아서 꽤나 웃으면서 읽었더랬다.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여러 작품을 본 독자야 아무래도 이 만화에 생소함을 느끼거나 이전 작품에 더 안정감을 느끼겠지만, 난 본 게 하나 밖에 없으니 이 작품에 대해서도 크게 거부감이나 이질감 없이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말하자면 작가 스타일에 익숙해지기 전, 그러니까 완전 백지는 아니라도 그에 가까운 상태로 작품을 접했다는 건데, 아마 그래서 읽고난 뒤 어색함보다는 다음 순정만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일 게다. 그러니 이 만화, 야마다 유기의 만화를 별로 접해보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무난하게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야마다 유기의 BL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조금 낯설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두 장르 사이에서 괴리감 없이 만화가로서의 매력을 보여주는 건 작가의 몫. 앞으로도 계속 "순정"에 도전하여 영역을 넓혀갈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지켜봐도 좋을 듯 하다. 그러니까 2권 Please~ ♥



덧 1, 원제인 "おひっこし?"를 "이사하세요?"가 아니라 "집 구하세요?"라고 번역한 거 맘에 든다.
덧 2, 아무리봐도 야마다 유기의 그림체... 순간순간 이마 이치코가 생각난단 말야.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건지도 몰라. >_<
덧 3, 이 만화 사면서 동(同)작가의 "누구에게도 사랑 받을 수 없어"도 덩달아 구입.; 몰랐는데, "마지막 문을 닫아라"에서 본편보다 더 인상깊었던 단편 만화가 후속 이야기를 덧붙여 따로 단행본 발매 돼 있더라.(과연 난 이 쪽으로는 정보력이 약해;) 두께도 제법 두툼한 것이 꽤 마음에 들어 망설임 없이 구입, 재밌었다. 그에 관한 리뷰도 조만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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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7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2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린세스 29
한승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28권을 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29권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니, 이렇게 빨리?'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28권을 좀 늦게 읽은 편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발매 텀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좀 빠른 감이 있다. 3개월 만에 뒷 이야기를 볼 수 있다니, 물론 나야 후속권이 빨리 나와주니 무척 고맙지만, 그간 척박한 만화시장에 워낙 연재 중단과 펑크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이런 일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어쨌든 생각지도 못했는데 떡 하니 뒷 이야기가 나와주어서 마치 깜짝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으로 29권을 읽게 되었다.

28권에서 프리가 부쩍 성장한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슬슬 본격적인 3세대 이야기가 진행될 것을 암시했었는데, 와우-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덩달아 가슴이 뛴다. 29권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프리와 히로의 만남이다. 물론 28권에서도 만나긴 했지만, 그렇게 우연히 스치는 듯한 만남이 아닌, 서로의 존재를 확실히 인지한 제대로 된 만남이라는 점에서 29권의 그 장면은 의미가 남다르다. 히로로서는 그 옛날 왕비마마(비이)와 했던 약속 -공주님(프리)의 첫번째 수호기사가 되리라는- 을 이제야 지킬 수 있게 된 것이고, 프리로서는 앞으로의 역경을 헤쳐나가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어줄 이를 만난 것이다. 히로가 사람들 앞에서 "신 히로이크·바이다, 공주님께 인사드립니다"라고, 그간 숨겨왔던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무릎을 꿇는 장면이 어찌나 가슴 찡한지. 어우, 순간 또 코 끝이 찡한게 눈물이 고이는 거다. 생각해보면 매우 전형적인 장면인데, 나는 늘 이런 씬에 약하다. 여기에 음악까지 웅장하고 처연하게 터져주면 진짜 눈물 흘리는 건 일도 아닌데 말야. (만화라서 그건 안되는군.) 여튼 그렇게 바라왔던 히로와 프리의 재회가 드디어 이루어졌다. 만세! 근데 앞으로가 고달파보여서 마냥 좋지만도 않구나.

이 밖에 몇몇 인물에 대한 단상을 늘어놓자면, 요피나 왕비는 애저녁에 큰 인물 되기는 글러먹었다. 처음에는 (재수는 없지만) 그럴싸한 악역 정도는 돼 줄거라 생각했는데, 빠듯한 왕실 재정에 역대 왕비들보다 배는 더 받아쓰면서 파티할 돈 없다고 재정고문 닦달하는 거 보니 이미 멋진 악역은 물 건너간 듯. 하긴 라라 핍박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_-; 그에 비해 오빠인 실라이 왕자는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꽤 멋진 악역(?)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진짜 악역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카데이는 병중이라는 그럴 듯한 핑계로 얼굴을 내보이지 않다가 기회를 포착, 단숨에 스가르드를 공격할 구실을 만들어 전쟁에 돌입하는 게 과연 스카데이답다; 싶고, 야파와 테오도라는 어휴, 이 커플도 참 불쌍해서 보기 안쓰럽다. 좀 행복해져도 좋을텐데. 시벨은 외모는 물론 기질마저 언뜻 아버지와 닮은 꼴로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가 기대(?)되고, 아레아는 음...테오도라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해서 얘도 마음 쓰인다. 쥬드와 첼시 삼촌은 감초 역할 톡톡히 해내며 즐거움을 주고 있고, 28권부터 꽤 비중있게 등장한 비체와 디안은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 무엇보다 29권에서 반가웠던 얼굴은 애쉬(에스힐드)다. 와, 오랜만에 보니까 어쩜 이리 반가운지, 훗훗. 빨리 프리 일행이랑 만났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애쉬가 무술 가르치던 그 왕자.. 얼굴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 군. 핫핫. 더욱이 앞으로 새롭게 프리 일행의 원군이 되어줄 것 같으니 요체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이인데... 어머, 세이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보여. ㅠㅠ 그래서인지 예전에 느꼈던 세이 특유의 날카로움이 덜 느껴진다. 하긴 언제적 세이인데.. 하지만 앞으로도 그의 활약이 많이 남아 있을 거라 믿는다.

..........으음, 다 썼나? 아유, 프린세스는 워낙 긴 이야기에 등장인물이 많아놔서 짧게 감상 쓰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헥헥. 어쨌건 30권도 기대기대. 29권 같은 페이스라면 빠르면 12월 말, 늦어도 1월엔 만나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게 한국의 만화 시장인지라, 그저 잊고 있는 게 상책일 듯. 그나저나 30권에서는 비욘이랑 레오를 만나볼 수 있으려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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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다감 18 - 완결
박은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한마디로 : 이제는 정말로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

보기 전에 이미 여러 곳에서 스포일러를 잔뜩 얻어맞았기 때문에 분명히 다 보고 나서도 담담할 줄 알았는데… 담담은 개뿔, 눈물이 핑, 돌더니 결국 한방울 흘렸다. ToT 으앙. 내용 다 읽고, 작가 메시지까지 꼼꼼히 읽고, 마지막 장을 넘기고 표지를 탁 덮고나니, 엄뭐, 내 마음이 왜 이러니? 가슴 한 켠에 구멍이 뚫린 것 처럼 바람이 싸악-하고 빠져나가는 거다. '다정다감'은 처음엔 그저 그런 청춘학원물이었다. 게다가 처음 볼 때부터 나는 이미 그 나이 또래를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귀여운 동생들의 청춘 한토막을 훔쳐보는 기분으로 이 만화를 즐겼었는데, 이 만화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성장 만화로 탈바꿈하면서 나도 그 속에 들어가 있었나보다. 이렇게 가슴이 휑한걸 보면. 만년 교복을 입고, 친구 때문에 울고, 풋사랑에 고민할 줄만 알았던 아이들은 그렇게 한 뼘쯤 성장한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이별을 고했다. 장장 8년 만이다.

나는 '다정다감'을 여러모로 '나는 사슴이다'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만화로 분류했었다. 만화가 처음 나온 때도 비슷하고, 주인공들이 어여쁜 고교생이라는 설정도 비슷했고, 대부분 그렇듯이 그 나이 또래들이 가지는 감수성 어린 생각을 서술한다는 점에서 나는 이 두 만화를 같은 카테고리에 넣어놓고 예뻐했었다. 하지만 진행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라 '사슴…'의 경우, 소녀의 소소하고도 엉뚱한 판타지(?)를 현실화 시키는 쪽이었고, '다정다감'은 실제 고교생활을 가감없이 풀어놓는 쪽에 속했다. 둘의 매력이 다르므로 감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다정다감'에 조금 더 애정이 갔던 것은 역시 감정이입이 더 잘 됐기 때문이겠지. 그렇다고 내가 주인공인 '배이지'와 비슷한 유형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똘끼; 다분한 도경이에 가깝지. (물론 도경이처럼 예쁘지는 않지만-_-;) 음, 그냥 만화 속의 상황들에 폭 젖어들었다고 해야 맞을 듯 싶다. 아- 나도 저 나이엔 저랬는데, 저런 일들로 힘들어 했었는데, 저렇게 웃고 울었는데…, 뭐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그렇게 공감했던 이야기들이 끝나버리니 마치 내 10대도 다시 한번 막을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미 20대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면서 말이지;) 어쨌든 길었던 '다정다감'이 끝났다. 너무너무 예뻐했던 이지, 새륜, 도경, 한결이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회자정리라잖아.(음, 하이킥 생각나는군; 크흣)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박은아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나도 이만 '다정다감'의 추억을 접는다. 안녕.

덧. 그것과는 별개로 18권의 내용은 많이 안타깝고, 슬펐다. 아, 또 눈물 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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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28
한승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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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 (드디어) 아이들이 자랐어요!

길었다. 정말로 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느낌!?
이슈 창간호가 언제였더라? 1996년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물론 중간에 잠시 연재 중단을 했던 적도 있지만;)줄창 연재해오고 있는 한승원의 프린세스. 예전 같으면 단행본 나오는 날 체크해서 득달같이 사가지고 와서 읽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들해지더니 이제는 나왔는지도 별 관심도 없고-_-; 웹서핑하다가 한번씩 생각날 때 나왔나, 안 나왔나 검색해주는 정도? (나도 지친거지;) 암튼 그렇게 해서 오늘에서야 28권을 읽었다. 감상? 위의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겠다. 드디어 '프리'가 (쬐끔) 자랐어요! ToT 아아, 길기도 하여라. 근데 별로 좋아할 것도 없는 게, 겉모습은 한 18살쯤 돼 보이는데, 극 설정상 12살이란다. 맙소사. 그럼 얘네 언제 커서 나라 되찾고, 언제 사랑을 하고, 언제 행복하게 되는 거야? 앞으로 또 10년 기다려야 되는 거 아닐까, 하는 무시무시한 생각이 다 드는 28권이었다.; 그치만 프리는 예뻤다. 비욘과 비이를 똑 닮은 얼굴을 하고, 또 두 사람의 장점만 쏙 뽑아놓은 성격으로 해맑게 웃는데..아, 예쁘구나! 한승원 식 여주인공 특유의 그 눈웃음이라니.. 너무 오랜만이라 순간 내 기분도 좋아졌다. '나 순정만화예요!'라는 티를 팍팍 내주는 한승원의 그림이 그립기라도 했던걸까? 음, 그럴 수도 있겠다. 취향은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향수가 묻어나서 좋은 걸.

28권의 포인트는 딱 2가지다. 첫 번째는 아이들이 자랐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아이들이 운명의 궤도에 올랐다는 것. 즉, 우연이든 필연이든, 알든 모르든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프리, 히스, 시벨, 베아트리스, 아레아, 리라.. 과연 이 아이들의 앞날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이대로라면 재회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감격! ToT) 물론 그 전에 부모 세대들의 질기고 안타까운 인연부터 청산해야겠지만, 어쨌든 이제 아이들도 자랐고.. 본격적으로 3세대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전망. 근데 아직도 이야기 진행은 이리 더디기만 하니, 완결은 언제 볼 수 있을지…. 내가 이 만화를 보는 동안 시간은 잘도 흘러 그동안 나는 중학교도 졸업하고,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대학도 졸업했다. -_- 결혼만 빨리 했더라면 애가 '어린이 집'에 갈 나이라고. 바라건대, 계란 한판 채우기 전에는 완결 봤으면 싶다.(근데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 그래서 감히 예측하건대, 이 만화.. 잘 하면 '열혈강호'보다 더 길게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흐하, 그럼 순정만화 사상 '최강 장편 서사 만화'가 되는 건가? (뭐 어느 의미로든 대단하구나!; 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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