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감촉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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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평단이라는 걸 신청해봤다. 근 10년만인 것 같다. 한때는 프로서평단을 자처했었는데(ㅋㅋ), 어느 순간 그것도 시들해져서 내돈내산 하면서 책 읽고 리뷰는 내킬 때만 쓰다가 오랜만에 은희경 신간이 나왔고 이벤트를 한다길래 신청했는데 운좋게 또 뽑혔다. 음.. 좋아! 출판사 이벤트라면 소소하게 티저북 정도는 신청해서 맛보기 독서 정도만 하다가 간만에 "드립니다" 스탬프가 찍힌 서평단 책 받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무튼 그런 고로 이 책은 서평단 도서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솔직히 처음에 너무 안 읽혀서 한 3일동안 2장도 못 읽고 던져놓았다. 주인공이 노년의 여자이고 그런 노년의 눈으로 보는 아침 일상이라는 건 어쩐지 처량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쩐지 자조적인 듯한 서술은 그다지 읽고 싶은 인상을 주진 못했다. 그러다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보니  의외로 내가 생각한 전개가 아니네? 호오... 이건 뭘까?


'안나'라는 세례명 비스무리한 이름을 가진 노년의 여자와 그녀의 동생 '경선'이 주인공이다. 둘은 자매지만 태어난 해가 같다. 그래서 친구처럼 지내지만 그리 살갑지는 않다. 이름 만큼 외모나 성격도 판이하게 다르고 살아온 궤적도 무척 다르다. 그런 자매가 어쩌다 만나게 되고 한 사람이 수술을 하게 되면서 병간호를 하고, 또 여행을 가게 되면서 과거를 불러와 현재를 말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다. 여기에 경선의 손녀인 다니엘이 끼면서 이야기에 색채가 더해진다. 


요약하는 재주가 없어 이렇게 밖에 못 쓰는 게 안타깝네.


서로가 많이 다른 만큼 서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혹은 너무 잘 알아서 오해한 채로 묻어두었던 과거가 펼쳐지는 3, 4부가 참 좋았다. 나에겐 아직 미래의 시간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해 공감할 수 밖에 없던 1,2부와 다르게 반전으로 느껴졌기도 했고, 다니엘과 함께 떠난 여행이 어쩐지 자매의 시간을 되돌리는 역할도 했던 것 같고. 제법 잔잔하게 진행되지만 나도 자매라 그런지 흥미롭게 읽었다. 


읽으면서 은희경은 은희경이구나 싶었던 게, 뒤로 갈수록 폼이 올라온다고 해야하나 

솔직히 앞 부분이 너무 내 흥미를 끌지 못하고 약간 우울하기도 해서 별로였는데, 안나와 경선이 만나 뜻하지 않은 일로 붙어있게 되는 즈음부터 드라마 보는 느낌으로 봤다. 뭔가 묘하게 2000년대 초반의 아침드라마 같다고나 할까. 자극적이진 않은데 묘하게 뒤를 가늠할 수 없고 잔잔하게 다음 내용기다리게 만드는.


안나와 경선이 메인이긴 하지만, 여기엔 이 둘의 어머니와 경선의 딸 다은, 또 다은의 딸 다니엘까지 4대에 걸친 여성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었다. 뭔가 시간이라는 연결고리로 촘촘하게 연결되어진 느낌이라 가족드라마로 느껴진 것 같기도. 개인적으로는 다니엘이 만든(?) '우리의 첫' 게임이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진실게임 같은 느낌으로 솔직해지는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고. 여성의 시각에서 할 말 많아지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기회가 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 따로 얘기하고 싶다.


이 책은 내가 10년 정도 어렸다면 이렇게 와닿지 않았을 것 같다. 뭔가 내가 몇 년 전 겪은 일들과 앞으로 nn년 후 닥칠 미래라는 생각이 맞물리면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재미있게 읽은 느낌이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제법 시기적절하게 잘 읽은 것 같다. 이야기 속에서 전개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그 안에 두 여자의 인생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시간의 감촉'이란 제목을 참 잘 지었단 생각이 든다. 표지도 잘 어울리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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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산 (총18권/완결)
이시즈카 신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DCW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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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자이언트 볼 때부터 작가의 전작인 이 작품이 궁금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제목인 “산”의 타이포그래피가 꽤나 강렬해서 어떤 기백과 장엄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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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소년문고를 이야기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우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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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문학관에 놀러간 느낌으로 그저 책소개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야자키 철학의 근원 같은 것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꼬장꼬장한 할배를 상상했는데, 묘하게 솔직하고 온화한 느낌? 그럼에도 고집은 확실하다는 생각. 아마 세월에 의한 이해와 내려놓음에 의한 여유가 그렇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의외로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읽어야 되니까 읽은 것이 많았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필요에 의하여 읽은 것도 많고. 그러나 맥락을 들여다보면 책을 추종하는 것을 경계할 뿐, 책 자체를 싫어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싫어했다면 그가 뽑은 50권의 책에 이만한 애정이 드러나지 않았겠지. 그는 “사실 책 같은 거 굳이 많이 읽을 필요 없고 50권이 아니라 한 권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도 한다”(142p)고 했는데, 그 한 권이 자신만의 한 권이길 바란다고 한다. 근데 이 말에서 난 ‘자신만의 한 권을 만나려면 결국 많은 책을 읽어봐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책에 무슨 좋은 효과 같은 것은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그런 것은 돌이켜보니 그랬다는 정도입니다. 그때 그 책이 자신에게 이런저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은 몇십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됩니다. (중략) 그러니까 책을 읽으면 생각이 깊어진다는 생각은 그만해도 될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 훌륭해지느냐 하면, 그런 일은 없으니까요. 독서란 어떤 효과를 바라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보다는 어렸을 때는 ‘나한테는 역시 이거야.’하는 무척 소중한 책 한 권을 만나는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왠지 마음에 든 책을 발견해서 그 세계 속에 정말로 빠져들 정도까지 읽어 보면 모국어 밖에 몰라도 ”이 번역은 이상해.“라고 지적할 때도 생깁니다. 책은 참 재미있는 물건이에요.” (146-147p)

아무리 봐도 책 많이 읽으라고 하면 반발심만 생기는 청개구리 어린이(혹은 어른)에게 내리는 맞춤 처방 같은 문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책이 나에게 와서 ‘그래 이거야!’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 궁금하고, 뭐가 그리 재밌을까 궁금해지잖아.

삽화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듯 보였는데, 나는 잘 모르는, 그에게 있어 특별한 삽화가와 삽화를 예로 들며 이야기를 펼칠 때 이게 활자임에도 팔순 노인의 눈에 총기가 확 도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신난 듯 보여서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나도 어릴 때 세계고전명작 같은 책에 삽화 들어가 있는 걸 참 좋아했는데, 요즘은 그런 책이 잘 없어서(어쩌면 내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아쉽다. 삽화 들어간 고전 명작 갖고 싶어서 시공사 네버랜드 클래식 사 모으기도 했었는데.ㅋㅋㅋ

미야자키도 말했지만, 어떤 작품은 삽화가 있어서 더 풍성해지는 작품이 있다. 작가와 삽화가의 협업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들어맞는 작품들. 나에게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와 장자크 상페가 그렇고,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렇다. 안자이 씨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한 때 둘이 함께 만든 책을 무지성으로 사들인 적이 있었다.(정말 좋아했음) 책 속 삽화란 이야기를 형상화 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뭐랄까 그 책을 읽는 순간의 강렬한 기억을 남기거나 보통은 좋은 느낌으로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주어서 좋은 것 같다.

책 후반으로 넘어가면 아버지에 대한 일화가 나오는데, 알려져 있다시피 미야자키의 아버지는 전쟁의 피해를 온 몸으로 겪었기도 하지만 그 폐허의 상황에서 군수업에 종사하며 나중에는 그 시절을 풍족하게 보내며 좋게 기억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참상을 겪었지만 그 그림자는 없는 사람. 그것 때문에 한 때는 아버지와 조금은 반목하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미야자키는 그런 아버지가 인간으로서 보였던 태도를 니힐리즘 측면에서 보고 어느 정도는 누그러진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을 보면,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마히토가 아버지를 보면서 느끼는 이중적인 감정은 확실히 자전적인 것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가 강조하여 덧붙이기를, 우리의 과제는 싸구려 니힐리즘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하는 걸 보면 역시 미야자키 자신은 아버지랑와 같은 방식으로는 살 수 없는 사람인 듯.

미야자키는 지금을 바람이 부는 시대라고 했다. 미래를 마냥 낙관적으로 보지도 않는다. 자신의 나라인 일본에 대해서도 ‘아직 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며 걱정스러워 한다. 그러나 그 스스로가 자신의 일에서 절망하기 보다는 ‘다만 네가 무엇을 만들 수 있냐는 물음에 쫓기면서’ 지금의 나이에 할 수 없는 것과 있는 것이 분명해져 그 사이에서 최선을 다 할 뿐이라고 말한다.

미야자키는 책 선정을 하며 어떤 한 초등 어린이 독자를 상정하고 그에 맞는 책을 골랐다고 하는데, 책을 권하는 입장이 아니라 그 아이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느낌으로 책을 선정했다고 한다. 아이는 굉장히 집중력이 있어서, 자신의 작업실에 놀러와 굉장한 기세로 책을 읽는 아이라고. 그러니 그런 아이에게 어설프거나 시시한 책을 추천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도전하듯이 책을 골랐다고 한다. ‘이건 그 아이와의 승부야.’ 라는 생각으로.(신나보였음ㅋㅋ) 그는 앞으로의 미래는 그런 아이들의 시대이고, 그들이 살아남는다면 새로운 판타지는 그들 세대가 만들어낼 것이라는 말로 책을 끝맺는다. 평생을 현실 속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보낸 노년의 거장이 마냥 긍정적이지 않으면서도 다음 세대를 향한 희망은 버리지 않는 마음으로 이런 글을 썼구나 싶어서 조금은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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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본투리드 2단 북트롤리 -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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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참여할 땐 기대가 컸는데 마감이 진짜… 부실하네요. 바퀴색상도 사진과 다르고. 뭣보다 철제 구부러짐이 좀 있어서 연결 부분이 안 맞아서 억지로 집어넣어서 나사 조였어요. 그래도 전 어찌저찌 수평은 맞습니다. 그치만 다음 펀딩은 심사숙고할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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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고객센터 2023-05-2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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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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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펀딩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괜히 미적거리다 몇 분 차이로 컵포함 옵션을 놓쳐서 아쉬웠습니다. ㅠ 책은 생각했던 퀄리티였고 아직 다는 못 읽었지만 충족감을 주는 내용이었어요.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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