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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아 전쟁기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 / 2005년 7월
평점 :
언젠가 반드시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혹은 갈리아 전기)를 읽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힘들게 라틴어도 배웠지만 막상 라틴어 원전을 고르려고 하니 국내에서 구입하기도 쉽지 않고 아직 짧은 라틴어 실력으로 일일이 사전을 찾아가면서 보기엔 요원한 일이라 어쩔 수 없이 번역본을 찾아보게 되었다. 대표적인 갈리아 전쟁기 번역본으로는 김한영씨가 번역한 것과 박광순씨가 번역한 2권이 존재한다.
만약 완역본(라틴→한글)이 존재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완역본을 골랐겠지만 아쉽게도 두 권 모두 완역본은 아니고 라틴→영어→한글 이렇게 번역된 중역본이다. 중역이란 필연적으로 오역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가장 좋은 번역본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해당 언어에 능통한 사람이 번역하는 것인데 아쉽게도 라틴어에 능통하면서도 군사 전문가가 없는 듯 하다. 결국 두 권 중에 한 권을 고를 수 밖에 없었는데 나의 선택은 김한영이 번역하고 사이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었다.
그 이유는 번역자인 김한영에 대한 신뢰였다. 김한영으로 책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책이 나오는데 그 중에 <빈 서판>과 <언어 본능>, <본성과 양육> 같은 명저를 번역해 왔으며 특히 <빈 서판>으로 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 번역상을 수상했다는 점을 나는 잊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옮긴이의 글을 보니 영어 번역본 4권과 함께 라틴어 책도 함께 고려했다는 점 역시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였다. 또한 카이사르의 두 번째 단행본인 <내전기> 역시 김한영이 번역한 것만 있고 박광순이 번역한 책이 없다는 점도 일관성을 위해 이 책을 고르게 하였다.
다만 범우사에서 나온 책도 장점이 있었다. 일단 출판사인 범우사는 꾸준히 좋은 역사책과 철학책을 출판하고 있는 출판사였고 박광순 역시 많은 좋은 책을 번역했으며 약 20년 전에 국내에 최초로 <갈리아 전쟁기>를 소개한 것도 범우사였다. 게다가 2006년에 나온 개정판에는 국방과학대학원 교수인 김헌영 대령의 도움으로 당시 로마 군의 편제와 전술 및 무기 등에 대해 추가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매력이었다. 만약 <내전기>도 범우사에서 출판했었다면 범우사의 책을 선택했을련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둘 다 단/장점이 있으므로 어느 책을 고르더라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책 내용을 살펴보면 기원전 58년부터 51년까지 약 8년 간의 갈리아 전쟁을 1년마다 1권씩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마지막 8권만은 카이사르가 직접 쓰지 못하고 친구이자 참모였던 아울루스 히르티우스가 기록하였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때 명심해야 할 점은 카이사르의 정치 선전을 위해 이 책이 이용되었다는 점이다. 일기와 달리 회고록 형태인 이 책은(기원전 52년 경 카이사르는 이 책을 썼다.) 아무래도 자신의 잘못은 가리되 치적은 과장하는 형태를 필연적으로 취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당시 카이사르는 삼두 정치가 끝난 후 폼페이우스와 정치적 대립 중이었으므로 단순히 후대에 기록을 남기겠다는 의도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위치 강화를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는 것이 일치된 학자의 견해이다. 하지만 자신을 '카이사르'라고 3인칭으로 지칭하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갈리아 전쟁을 바라보려고 한 것 같다.
비록 서술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는 현재까지 존재하는 유일한 갈리아와 브리타니아 그리고 게르마니아를 서술한 책이라는 점과 카이사르의 '간결함, 고상함, 명료함'을 느낄 수 있는 문체와 카이사르의 전투기술과 리더쉽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현재 높이 평가받고 있다. 다만 나는 카이사르의 문체가 간결하고 명료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고상하다는 점은 느낄 수 없었으며 이 책은 전투기술에 대해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음이 명확하다. 만약 병법서라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은 사람은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의 기록을 완전히 믿을 수 있다면 카이사르는 8년 간의 전투 과정에서 5년째에 당한 1번의 패배(그것도 자신이 직접 당한 것이 아니고 카이사르 부재시 부하 장수가 당한 패배이다.)를 제외하고는 전승하였다. 이는 무슨 전략과 전술의 승리는 아니었다. 카이사르는 적은 수로 많은 적을 물리쳤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군대 구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승리로 보인다. 즉, 상비군 체제가 아닌 갈리아 인에 비해 많은 훈련을 받고 조직화된 군대 조직과 뛰어난 공성 능력을 가진 로마군의 차이가 전쟁에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갈리아 인들은 공격할 때는 두려움을 모르고 공격하지만 한 번 공포를 느껴 전열이 무너지면 도망치기에 바빠 로마 군대의 표적이 되었다. 게다가 상비군 형태를 이룬 로마군대는 언제나 전투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카이사르의 지시가 있으면 행군을 통해 미처 방어 태세를 갖추지 못한 적군을 급습할 수 있었다. 오늘날 많은 전쟁사 연구자들은 갈리아 전쟁에서 카이사르가 승리하게 된 원인은 이런 기동력에 있다고 본다. 이처럼 전투 준비가 완비된 상비군은 전투력에 있어서 중요한 조건이라고 보여진다.
이어서 로마인의 기술력은 당대 최고라고 보인다. 특히 알레시아 공성전에서 보여준 로마인의 진지 구축 능력은 오늘날 봐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와 같은 진지 앞에서 당시 기술력으로는 단순히 몸으로 돌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오늘날에는 이런 진지 구축 능력은 그 중요도가 퇴색하였다. 1차 세계대전은 참호전 형태로 이루어졌으나 탱크가 개발되어 전격전 형태로 이루어진 2차 세계대전 이후 진지 구축보다는 전격전 수행 능력이 더 중요한 전쟁 수행 능력이 되었다.
다만 갈리아 인들의 저항 역시 인상 깊었다. 물론 이 책이 카이사르가 썼기 때문에 로마 중심적이기는 하나 7년째에 갈리아 인들이 자유를 위해 대규모 반란을 일으킨 점은 인간이 얼마나 자유를 소망하는지 잘 보여준다. 과거로부터 군대를 통해 다른 나라나 민족을 점령하는 것은 성공한 사례가 없다. 인간은 언제나 자유를 소망하는바 모든 억압에서 자유로워지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수의 성공 사례는 정복자가 직접 그 땅에 정착하는 경우에만 이루어 졌는데 이와 다른 로마의 이런 점령 정책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끊임없는 반란으로 갈리아는 오히려 로마 제국의 재정을 악화시켰으며 결국 서로마 제국은 갈리아 용병 대장에 의해 멸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갈리아 전쟁기>는 카이사르 특유의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를 통해 오늘날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쓰여진 책이다. 다만 좀 더 주석과 그림과 지도가 많았으면 하는 것이 아쉽고 특히 수록된 지도가 가독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개정판에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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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완역본(라틴→한글)이 존재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완역본을 골랐겠지만 아쉽게도 두 권 모두 완역본은 아니고 라틴→영어→한글 이렇게 번역된 중역본이다. 중역이란 필연적으로 오역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가장 좋은 번역본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해당 언어에 능통한 사람이 번역하는 것인데 아쉽게도 라틴어에 능통하면서도 군사 전문가가 없는 듯 하다. 결국 두 권 중에 한 권을 고를 수 밖에 없었는데 나의 선택은 김한영이 번역하고 사이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었다.
그 이유는 번역자인 김한영에 대한 신뢰였다. 김한영으로 책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책이 나오는데 그 중에 <빈 서판>과 <언어 본능>, <본성과 양육> 같은 명저를 번역해 왔으며 특히 <빈 서판>으로 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 번역상을 수상했다는 점을 나는 잊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옮긴이의 글을 보니 영어 번역본 4권과 함께 라틴어 책도 함께 고려했다는 점 역시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였다. 또한 카이사르의 두 번째 단행본인 <내전기> 역시 김한영이 번역한 것만 있고 박광순이 번역한 책이 없다는 점도 일관성을 위해 이 책을 고르게 하였다.
다만 범우사에서 나온 책도 장점이 있었다. 일단 출판사인 범우사는 꾸준히 좋은 역사책과 철학책을 출판하고 있는 출판사였고 박광순 역시 많은 좋은 책을 번역했으며 약 20년 전에 국내에 최초로 <갈리아 전쟁기>를 소개한 것도 범우사였다. 게다가 2006년에 나온 개정판에는 국방과학대학원 교수인 김헌영 대령의 도움으로 당시 로마 군의 편제와 전술 및 무기 등에 대해 추가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매력이었다. 만약 <내전기>도 범우사에서 출판했었다면 범우사의 책을 선택했을련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둘 다 단/장점이 있으므로 어느 책을 고르더라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책 내용을 살펴보면 기원전 58년부터 51년까지 약 8년 간의 갈리아 전쟁을 1년마다 1권씩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마지막 8권만은 카이사르가 직접 쓰지 못하고 친구이자 참모였던 아울루스 히르티우스가 기록하였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때 명심해야 할 점은 카이사르의 정치 선전을 위해 이 책이 이용되었다는 점이다. 일기와 달리 회고록 형태인 이 책은(기원전 52년 경 카이사르는 이 책을 썼다.) 아무래도 자신의 잘못은 가리되 치적은 과장하는 형태를 필연적으로 취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당시 카이사르는 삼두 정치가 끝난 후 폼페이우스와 정치적 대립 중이었으므로 단순히 후대에 기록을 남기겠다는 의도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위치 강화를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는 것이 일치된 학자의 견해이다. 하지만 자신을 '카이사르'라고 3인칭으로 지칭하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갈리아 전쟁을 바라보려고 한 것 같다.
비록 서술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는 현재까지 존재하는 유일한 갈리아와 브리타니아 그리고 게르마니아를 서술한 책이라는 점과 카이사르의 '간결함, 고상함, 명료함'을 느낄 수 있는 문체와 카이사르의 전투기술과 리더쉽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현재 높이 평가받고 있다. 다만 나는 카이사르의 문체가 간결하고 명료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고상하다는 점은 느낄 수 없었으며 이 책은 전투기술에 대해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음이 명확하다. 만약 병법서라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은 사람은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의 기록을 완전히 믿을 수 있다면 카이사르는 8년 간의 전투 과정에서 5년째에 당한 1번의 패배(그것도 자신이 직접 당한 것이 아니고 카이사르 부재시 부하 장수가 당한 패배이다.)를 제외하고는 전승하였다. 이는 무슨 전략과 전술의 승리는 아니었다. 카이사르는 적은 수로 많은 적을 물리쳤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군대 구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승리로 보인다. 즉, 상비군 체제가 아닌 갈리아 인에 비해 많은 훈련을 받고 조직화된 군대 조직과 뛰어난 공성 능력을 가진 로마군의 차이가 전쟁에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갈리아 인들은 공격할 때는 두려움을 모르고 공격하지만 한 번 공포를 느껴 전열이 무너지면 도망치기에 바빠 로마 군대의 표적이 되었다. 게다가 상비군 형태를 이룬 로마군대는 언제나 전투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카이사르의 지시가 있으면 행군을 통해 미처 방어 태세를 갖추지 못한 적군을 급습할 수 있었다. 오늘날 많은 전쟁사 연구자들은 갈리아 전쟁에서 카이사르가 승리하게 된 원인은 이런 기동력에 있다고 본다. 이처럼 전투 준비가 완비된 상비군은 전투력에 있어서 중요한 조건이라고 보여진다.
이어서 로마인의 기술력은 당대 최고라고 보인다. 특히 알레시아 공성전에서 보여준 로마인의 진지 구축 능력은 오늘날 봐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와 같은 진지 앞에서 당시 기술력으로는 단순히 몸으로 돌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오늘날에는 이런 진지 구축 능력은 그 중요도가 퇴색하였다. 1차 세계대전은 참호전 형태로 이루어졌으나 탱크가 개발되어 전격전 형태로 이루어진 2차 세계대전 이후 진지 구축보다는 전격전 수행 능력이 더 중요한 전쟁 수행 능력이 되었다.
다만 갈리아 인들의 저항 역시 인상 깊었다. 물론 이 책이 카이사르가 썼기 때문에 로마 중심적이기는 하나 7년째에 갈리아 인들이 자유를 위해 대규모 반란을 일으킨 점은 인간이 얼마나 자유를 소망하는지 잘 보여준다. 과거로부터 군대를 통해 다른 나라나 민족을 점령하는 것은 성공한 사례가 없다. 인간은 언제나 자유를 소망하는바 모든 억압에서 자유로워지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수의 성공 사례는 정복자가 직접 그 땅에 정착하는 경우에만 이루어 졌는데 이와 다른 로마의 이런 점령 정책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끊임없는 반란으로 갈리아는 오히려 로마 제국의 재정을 악화시켰으며 결국 서로마 제국은 갈리아 용병 대장에 의해 멸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갈리아 전쟁기>는 카이사르 특유의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를 통해 오늘날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쓰여진 책이다. 다만 좀 더 주석과 그림과 지도가 많았으면 하는 것이 아쉽고 특히 수록된 지도가 가독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개정판에서 바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