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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가끔 교회 목사님들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나의 욕망이 꿈에 머무르는 이유는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교회 목사님들은 음식 먹다가 돌을 씹은 듯한 표정을 지을 것이 눈에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대중 매체(TV와 신문)를 통해서만 알고 있는 목사는 일부 폭력적인 팔레스타인들의 테러 때문에 이스라엘과 다수의 평화로운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지만 실상을 알고 있는 목사라면 떨떠름한 표정을 짓게 될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가 헤거모니를 잡고 있는 한국에서는 성경무오류설을 믿음에 따라 성경에 기록된 대로 가나안 땅(지금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방)은 유대인을 위해 하나님께서 준비해 놓은 땅이라 믿으며 그에 따라 현재 유대인들의 나라인 이스라엘의 존재에 대해 긍정적이다. 다만 일부 답이 없는 꼴통 개독교인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은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과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가 둘 다 나쁘다는 양비론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양비론은 굉장히 손쉽게 취할 수 있는 태도로 양비론을 통해 해결책을 구하기는 요원한 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대중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실정은 진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대체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유대인의 자본에 장악 당하고 중동 국가 제어를 위해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대중 매체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자살 폭탄 테러 때문에 이스라엘인 몇 명이 죽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이 폭격을 했다고 뉴스를 통해 말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죽음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처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적의와 죽음에 대해 알았을 때 느꼈던 충격은 점차 되풀이 됨에 따라 면역이 되가는 듯 하다. 그리고 이제는 지긋지긋하니 빨리 평화가 오기를 기대하는 제 3자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러던 중에 만나게 된 이 책은 다시 한 번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거짓을 비추는 일그러진 거울(대중 매체)과 달리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 바로 이 책이라 나는 믿는다.
많은 사람들은 홀로코스트는 기억하면서 인샤르는 알지 못한다. 유대인들은 자신이 나치 독일에게서 당한 홀로코스트를 그대로 팔레스타인에서 행하고 있다. 인샤르는 첫 인티파다(각성, 봉기를 뜻하는 말로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봉기를 뜻한다.)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의 불법적인 구금을 위해 사막 한 가운데 만들어진 감옥으로 인샤르 1부터 3까지 있었으며 그 안에서는 유일한 중동 민주 국가로 자부하는 이스라엘이 말하는 <적당한 압력(moderate pressure)>이라고 표현되는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 이는 좁은 감방에 가두는 것에서부터 주먹으로 급소 때리기, 몇 시간이고 같은 자세로 버티게 하기, 눈을 가린 채 묶어두기, 오물과 배설물이 가득한 방에서 수일을 보내도록 하기 등인데 과연 이게 '적당한' 것이고 이런 고문이 자행되는 나라가 과연 '민주 국가'로 자부 할 수 있는지 고개를 꺄우뚱하게 한다.(하긴 60~70년대 우리 나라에도 '민주 국가'였음을 감안하면 다른 나라 뭐라할 처지는 아니다.)
흔히 우리는 중동 문제에 대해 '객관적' 시각을 가지자고 말한다. 하지만 객관적이란 말의 사용은 오히려 진실을 가릴 우려가 있다. 이렇게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 탄압과 인종 청소에 버금 가는 불법적인 폭력이 자행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객관적'이 될 수 있을까? 또한 이른바 '봉사활동'으로 이스라엘 키부츠(Kibbutz)에 다녀온 많은 기독교 학생들은 매우 '객관적'으로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과연 이게 봉사활동일까? 그리고 이런 이스라엘의 정책은 식민지 병합 후 일제가 취한 정책과 다른 것이 아니다.)
한 쪽 면만 바라보아서는 3차원 입체를 오직 2차원 평면으로만 인식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경우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TV나 신문을 통해서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살펴보지 말고 이런 책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갑자기 하나님께서 강림하사 성경에 쓰여진 말씀을 부정하고 진정한 중동 평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보다는 이것이 훨씬 빠르고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