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와 어린이책 - 잃어버린 옛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서
김환희 지음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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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이른바 동화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졸업 이후 관심을 완전히 끊은 지 오래이다. 중학교 입학 이후 부모님께서 동화책, 만화책을 읽고 있으면 여지없이 "니가 어린애냐?"라는 핀잔을 주기 일쑤였고 그나마 여유가 생긴 대학교 시절에는 <고전>부터 읽어 나가야 했기 때문에 어린이 책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뻗지 않았었다.(실제로 대학교 도서관 책 목록에서 동화책 구경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와 같다.) 이런 현상은 나에게 자식이 생기기 전까지 계속될 뻔 하였으나 이 책을 통해 옛이야기와 어린이 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일단 가장 유명한 우리의 옛이야기인 <콩쥐밭쥐>를 예로 들어 살펴보도록 하자. 여기서 나는 콩쥐와 팥쥐의 길쌈 내기가 있다는 것과 결혼 후일담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 외에도 이 책에 소개된 총 14개의 옛이야기 중 내가 원문을 제대로 알고 있는 옛이야기는 한 개도 없었다!! 이와 같이 난잡하게 칼질 당한 옛이야기를 읽고 자란 나는 옛이야기에 대해 금방 흥미를 잃고 고등학교 1학년 때 무협지에 빠지기 전까지 책하고는 담을 쌓고 살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차라리 원전 화소를 되도록 살리는 것이 좋아 보인다.

 

 다만 글쓴이는 아이들 인성을 걱정해서 교훈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갈등관계에 있던 인물들이 쉽사리 용서하고 화합하는 것으로 해서 작위적으로 마무리 짓는 경우가 흔한데 이보다는 악행은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옛사람들의 믿음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이 현실적 조언이 되어 교육적으로 더 나을 수 있다고 밝힌다.(p.36) 그러나 실제 악행이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가? 악행을 하고도 행복과 천수를 누리는 사람을 우리는 너무 자주 보아 왔다.(대표적으로 전모씨가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악행은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결말을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비현실적인 조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참혹한 결말로 인한 아이들 정서를 생각해서라도 용서하고 화합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것 역시 오히려 현실적인 조언이고 독자의 정서를 감안한 마무리라고 생각된다.

 

 또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이 책 전체적으로 글쓴이는 비록 동화책의 특정 화소가 유아 독자의 정서나 교육에 좋지 않더라도 되도록 원전 그대로 동화책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 듯하다. 나 역시 기본적으로는 옛이야기를 구성하는 화소를 모두 포함한 옛이야기 동화책이 좋다고 본다. 다만 칼질된 옛이야기 동화책 때문에 이른바 <잔혹동화>가 유행한다는 등의 논거를 드는데 이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원전 그대로 동화책을 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잔혹동화>가 유행한다고 보는 것은 너무 인과관계를 단순화시킨 것으로 보이며 또한 설혹 잔혹동화가 유행한다고 하더라고 그 독자층은 유아가 아닌 중고등학생이거나 성인이 분명한바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라고 본다.(물론 내가 잔혹동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주장은 편협한 이야기일 수 있다.)

 

 다만 이 책에서 비교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는 동화책은 필연적으로 글과 그림 이렇게 두 요소가 결합된 것인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 <터널> 챕터를 제외하고는 그림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머릿말에서 글쓴이가 국립어린이도서관에서 책을 복사해서 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분석이 글 위주로 되어 아쉽다고 하였으니 다음에 나올 책에는 글뿐 만 아니라 그림에 대해서도 많은 비중을 둘 것이라 믿는다.

 

 결국 비록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동안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던 옛이야기와 동화책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환기 시키고 글쓴이의 많은 노력이 담긴 노작으로 옛이야기 연구에 있어 이정표가 될 책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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