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어보를 찾아서 5 - 거인이 잠든 곳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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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현산어보를 찾아서>의 마지막 권을 읽게 되었다. 1권부터 읽기 시작해서 5권까지 읽어 오면서 많은 고비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책의 편집에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원래 글쓴이인 이태원 선생님은 이 책을 10권 분량으로 만들 예정이었으나 여러 제약 사항 때문에 5권으로 만드셨는데 그러다보니 체계가 없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이 책에는 '정약전' 삶의 흔적을 찾아가는 줄거리와 '현산어보'에 기록된 흑산도의 생물을 현대 생물과 비교 분석하는 줄거리 이렇게 두 가지로 크게 나누어져 있는데 이 두 가지가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따로 따로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현재 <청어람 미디어> 출판사는 좋은 인문/사회 과학 책을 출판하고 있으나 이 책이 출판될 당시만 해도 군소 출판사로 유능한 편집자를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2권쯤 읽다가 고비가 오게 되는 것 같다.

 그나마 1권과 5권에서는 정약전, 정약용 형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어 뭔가 흐름을 느낄 수 있지만 2권~4권까지는 그저 생물 어류 도감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개정판을 내면서 시간의 흐름 순서대로 재배열하고 실려있는 여러 생물들을 종류별로 묶어서 소 챕터를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편집상에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글쓴이의 많은 노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 누구도 읽지 않는 <현산어보>를 대상으로 현대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쓰겠다는 결심을 하고 수많은 발품과 노력을 들인 끝에 이 책을 내게 되었으며 이 책을 바탕으로 정약전에 대한 연구와 현산어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글쓴이 이태원 선생님의 노력으로 잊혀질뻔한 정약전과 현산어보에 재조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명 이 책을 읽으면서 편집상에 불만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은 책'이라 함은 독자가 읽기 좋은 책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잊혀져가는 무언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연구의 시발점이 되는 책 역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현산어보를 찾아서>는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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