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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숨결
변택주 지음 / 큰나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대해서는 서평을 쓰기 개인적으로 난감하다… 만약 글쓴이를 내가 개인적으로 알지 못했다면 법정스님이 2010년 3월 11일에 입적하면서 유언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하는 모든 책의 절판을 부탁한 이후 아래 책과 같이 상업적으로 법정스님의 이름을 이용하여 장사하는 책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작년부터 글쓴이가 법정 스님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고 글쓴이는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이사로서 법정스님 법회의 사회를 맡아오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법정스님의 최측근으로 법정스님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법정 스님 입적 후 전화통화를 통해 '법정 스님의 책이 모두 절판되는 이상 이 책 역시 출판되지 않는 것이 도리에 맞다'며 이 책 역시 절판시킬 것임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때가 때이니 만큼 이런 저런 오해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하다.(비록 누구 때문에 '오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싫지만 이 상황에서는 이 단어 외에는 대체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것 또한 업보가 아닐까? 그러나 한가지 확실히 해주고 싶은 것은 "최소한 이 책은 법정 스님의 입적 이후 법정 스님의 이름을 팔아 장사하려는 책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 말씀이나 행적을 바탕으로 글쓴이의 여러 사안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꾸준히 '나눔'과 '나'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으며 법정 스님의 글과 비교하자면 법정 스님이 일상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로부터 쉽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면 이 책의 글쓴이는 좀 더 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여러 역사적 이야기나 한자의 풀이 등에 그런 점이 잘 드러난다.
사실 평범한 일상 생활에 이른바 <통찰력>을 발휘되는 경우는 일반인에게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수양을 통해 눈이 띄여진 경우 조그마한 사건에서도 통찰력을 발휘하여 일반인이 찾아낼 수 없는 의미와 깨달음을 찾아내게 된다. 이 책에서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글쓴이의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을 짚어 보면 소제목 <나눈 것만 남는다>에 나오는 4명의 아내를 둔 상인의 이야기이다. 4쪽에 걸쳐 있는 우화인데 결국 내가 지은 업만 우리가 어디를 가든 유일하게 우리를 따라온다는 것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 이 부분만 읽어도 최소한 책 값 및 책 읽는데 소모된 시간의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객관성을 띠었다고 믿어지면 그것을 합리(合理)라고 여긴다. 하지만 객관을 잘못 소화하면 주관을 잃게 된다. 그 속에 내가 없다. 무엇을 객관으로 보고 판단하는 능력은, 그 객관 위에 뚜렷한 주관, '나'가 바로 서 있을 때만 힘을 발휘한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즉 '다른 사람이 봐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곧 옳은 것이라 여기곤 한다. 하지만 때론 '객관'이 바로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님을 글쓴이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바로 내가 바로 선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중언부언이 되는 것 같지만 이 책은 법정 스님 사후 법정 스님의 이름에 기대 상업적으로 책을 판매하려는 책이 아니다. 다만 때가 때이니 만큼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아 아쉽지만 이 역시 글쓴이의 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