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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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은 개인적으로 문학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특히 사랑 소설이나 시는 내가 자기계발서 다음으로 싫어하는 책인데 어떻게 된 이유인지 이 책은 읽게 되었다. 물론 점점 가을이 다가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학로에 있는 인문사회과학 서점인 <이음아트>의 한상준님이 추천해주셨고 내가 선물로 받은 초판 1쇄 작가 사인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요새 대형 서점에 밀려 조그마한 서점들이 점점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조그마한 서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면이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 대학로 갈 때면 반드시 이음아트를 방문하여 책 한 권씩을 선물로 주곤 하는데 연극만 보러 대학로를 찾아갈 것이 아니라 이런 곳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녀들
 

 

 

 

 

 

 

 

 

 

위 그림은 이 책 표지에 있는 그림으로 〈시녀들〉(Las Meninas, The Maids of Honour)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그림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스페인 예술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1656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그런데 왜 글쓴이와 편집자는 이 그림을 표지에 수록했을까? 특히 그 중에서도 주인공인 마르가리타 왕녀는 어둡게 편집하고 오른쪽 구석에 있는 왜소증에 걸린 독일인인 마리바르볼라(마리아 바르볼라)만 밝게 편집하여 표지에 그려넣었다. 그런데 마리아 바르볼라는 밝은 궁 내 분위기와 유일하게 어울리지 않는, 속된 말로 추녀이다. 왜 굳이 이 그림을, 그것도 편집하여 표지에 넣었는지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는  라벨이 베라스케스가 그린 젊은 왕녀의 초상에서 힌트를 얻어 작곡했다고 전해지는 관현악곡의 제목이다. 결국 위 작품의 마르가리타 왕녀의 초상을 보고 지은 곡이라는데 아쉽게도 아직 들어보지는 못하였다. 다만 이는 표지에 있는 시녀와는 반대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즉 제목은 미녀를, 표지 그림은 추녀를 각각 의미한다고 봐도 좋은데 이렇게 서로 다른 것은 이중적인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한 것일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앨범 클래식 명상으로|2008.02.25


 



어쨌든 이 책은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움에 약하다. 일단 나 자신부터도 여성의 외모를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을 뿐더러 여러 심리학 연구를 통해 매력적인 사람이 남들로부터 호감을 얻기 쉽다는 것을 안 이후, 나 역시도 나름 깔끔하고 호감있는 외모를 가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글쓴이를 대변하는 여자 주인공의 편지를 통해 드러나듯이
"왜 균등한 조건이 주어진 듯, 가르치고 노력을 요구했냐는 것입니다.
더불어 누군가에게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것은 분명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한 번도 스스로의 인생을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오로지 스스로의 태생만을 평가 받아온 인간입니다."

라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아무리 외모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한다한들 실제로 그러기는 너무 힘들다는 점을 고백해야겠다. 다만 되도록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외모에 대한 부분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지 않기 위해 머리 속에 꼭 기억하고 평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다만 이 책 마지막에 글쓴이는 이런 현상이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즉, 누구나 돈 많고 매력적인 사람을 부러워하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극소수의 이런 사람들이 다른 절대 다수 위에 군림한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이도 일리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돈과 미모를 추구하는 쪽으로 진화되어 온 것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결국 돈이라 함은 안정적인 식량 수급을 의미하고 미모나 매력이라 함은 자신의 유전자를 잘 후대에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인류의 탄생이래 계속 진화의 방향은 좀 더 돈과 매력을 추구하는 쪽으로 진행되었다고 본다. 그러므로 단지 우리가 글쓴이 맺음말 제목처럼 "부끄러워하지말고 부러워하지 말기"를 통해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사회보장제도가 완비되어 사람들이 먹을 것, 즉 돈에서부터 자유로워지거나 자식을 낳거나 키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세상이 오면 이런 진화적 압력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여주인공이 독일의 간호사로 일하면서 그곳에서는 외모로 인한 차별이 적다는 것을 보면 사회보장제도가 비교적 완성된 국가에서는 이렇게 돈과 외모에 대한 추구가 덜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쎄….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이런 사랑을 하기를 꿈꾸겠지만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다. 나 혼자 사람의 외모를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제외한다 한들 다른 사람이 나를 판단하는 기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계속 돈과 외모를 갖춘 사람을 부러워하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되 다른 사람을 판단함에는 외모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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