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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스토리 - 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낼까?
수전 그린필드 지음, 정병선 옮김, 김종성 감수 / 지호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아직 뇌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뇌라는 부분이 워낙 인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글쓴이가 머릿말에서 말하듯이 1990년대가 '뇌의 10년'이라고 불릴 만큼 과거에 비해 뇌에 대한 연구, 일명 <뇌과학>은 분명 진일보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뇌의 신비(예컨대, 기억 메카니즘, 마음의 신비)는 아직 상자 깊숙한 곳에서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과연 글쓴이가 예측한대로 뇌의 1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세기로 '마음의 세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10권 정도의 뇌과학 서적을 읽어서 이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사례들은 이미 한 번 씩은 들어본 것이었다. 다만 299쪽에 소개된 <자유의지는 환상일 수도 있다.>는 나에게 한 번 자유의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 이렇게 내가 이 책의 서평을 쓰는 것 역시 나의 자유의지이고 현재 이렇게 키보드 자판을 치는 것 역시 나의 자유의지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리벳의 실험은 자유의지가 허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리벳의 실험은 간단한데 피실험자 두개골에 설치된 전극은 운동 피질의 전기 활동을 기록하고 피실험자는 아무 때나 버튼을 누르면서 정확히 언제 그걸 누루고 싶었는지를 보고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실험이었다.
리벳은 의식적 욕구가 먼저 발현되고 나서 운동 피질이 작동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험 결과는 운동 피질이 활성화된 후 거의 1초가 지나서야 운동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잘 이해가 안되는 분을 위해 다시 말하자면 당신의 뇌가 이미 잠재의식적으로 운동 결정을 내렸고, 일단 그 과정이 시작되고 난 후에야 '당신'(과연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면)이 그것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행위는 자유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잠재의식적 과정에 의해 인도된다는 것이다. '당신'이나 '나'라는 개념은 뇌가 보여 주는 가장 그럴듯한 속임수인지도 모른다고 글쓴이는 이야기한다.
정말 '자유의지'는 허상일까? 만약 허상이라면 과연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혹시 우리 뇌 안에 <매트릭스(Matrix)>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뭐가 되었든 만약 그것이 밝혀진다면 인간의 마음(다른말로 하면 자유의지)를 조정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맘에 드는 멋진 여성 혹은 남성과 환상적인 하룻 밤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고 대통령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닐 것이다…. 가끔 무섭게 발전하는 <뇌과학>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어차피 인간에겐 조물주가 '호기심'을 주셨는바 인간은 그 끝이 파멸일지라도 끝까지 달려갈 존재일 것이다.
이 책은 뇌과학 서적으로는 어려운 편에 속한다. 특히 번역이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 물론 오타나 비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가 읽기 쉽게 번역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뇌과학에 접하길 원하는 분은 먼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어서 뇌과학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김종성 교수의 <춤추는 뇌>를 읽어서 뇌과학의 전반을 이해하고 이 책을 읽은 후 박문호 박사의 <뇌, 생각의 출현>을 읽어보는 순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