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경영학 - 위대한 영웅들의 천하경영과 용인술
최우석 지음 / 을유문화사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처음으로 <삼국지>를 만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 당시 아버지께서 매주 금요일마다 60권짜리 만화 삼국지를 한 권씩 사오셨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금요일에 아버지께서 회사에서 돌아오시면 쪼르르 현관으로 마중 나가서 애교를 떨었던 기억이 있다. 그 덕택에 <삼국지>의 매력을 어릴 때부터 맛 볼 수 있었으며 당시 나의 role model은 제갈공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신출귀몰한 지략과 전략/전술은 정말 닮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던 중 '질풍노도의 시기'인 중학교 시절에 다시 삼국지를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KOEI사의 불후의 명작 <삼국지3>를 통해서 였는데 학원을 마치고 저녁 9시에 집에 들어오면 공부는 뒷전이고 <삼국지3>만 죽어라고 했었다. 그 결과 나의 role model은 제갈공명에서 통솔, 무력, 지력, 정치, 매력 모두 A급인 조조가 되었다. 당시 웬만한 장수 능력치와 도시 내정 사항을 전부 암기하고 있을 정도로 <삼국지3>는 나의 중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와도 같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는 삼국지를 읽지 않았다. 이미 60권짜리 만화 삼국지와 계속된 KOEI사의 삼국지 시리즈(현재 한국에는 삼국지 11까지 나왔다.)를 통해 삼국지에 대해 통달해 있었다고 자부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삼국지>는 나에게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러던 중 독서모임에서 만나게 된 후 넓은 지식과 경험, 경륜으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던 분께서 '08.6월에 이 책을 나에게 선물로 주셨다. 사실 '을유문화사'라는 출판사가 좋은 책을 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삼국지는 이미 나에게는 진부한 이야기였고 나는 내 자신이 CEO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장 한 구석에 고히 모셔두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사 후 짐을 정리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공부하다 지칠 때마다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의 특징은 단순히 삼국지 주인공인 조조, 유비, 손권을 비교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경영학'적 관점에서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CEO로서의 장점과 단점을 잘 비교 분석해 놓았다는 것이다. 일단 글쓴이는 그 중에서도 '조조'를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는 듯 하다. 실제 위나라가 국력은 촉, 오를 합해야 비등할 정도로 가장 강했으며 조조 자신도 문무를 겸전한 천재형 CEO였으며 결정적으로 손권과 달리 후계자 선정 문제도 잘 마무리지었으며 또한 후계자를 위해 많은 인재풀과 문화, 시스템을 정비해 놓은 점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단점이 없는 엄친아라고 하겠다. 유비의 경우 제갈공명이라는 훌륭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여 그의 능력을 맘대로 펼칠 수 있게 많은 권한을 주어 걸출한 2인자를 만들어 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손권은 조조, 유비와 달리 수성형 CEO로 창업 1세대로부터 내려온 창업 공신을 잘 다루고 탁월한 외교 감각으로 위나라와 촉나라 사이에서 많은 실리를 얻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후계자 선정에서 실수했다는 점이 오점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3명은 다른 점도 많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재 발견''육성'에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조조의 인재 욕심은 관우에 대한 대접에서도 드러나지만 유비마저도 자신의 아래 두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만큼 유명하고 유비 또한 제갈공명을 초빙하기 위해 그 유명한 삼고초려를 했을 정도이고 특이하게 50세가 되어서야 기반을 닦을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음에도 인재가 떠나지 않고 유비와 생사고락을 함께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마치 요새로 치면 대기업을 마다하고 별 볼일 없는 벤처 기업에 입사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손권 역시 손책에서 이어받은 창업 공신을 잘 다독거렸을 뿐만 아니라 주유, 노숙, 여몽, 육손으로 이어지는 오나라 대들보를 마련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였다. 이를 보면 황제가 되기 위해, 혹은 CEO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인재를 발견하고 육성하는 능력'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결국 이 책은 평범한 삼국지 해설서가 아니라 삼성경제연구소 CEO를 지낸 글쓴이가 방대한 삼국지 자료를 분석한 끝에 성공을 위한 리더쉽과 경영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특히 <삼국지 연의>에서는 잘 알 수 없었던 조조, 손권의 뒷 이야기도 흥미롭다. 오늘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책을 통해 조조, 유비, 손권이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는지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CEO이거나 CEO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일독하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