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연 운명이란 것이 존재할까? <e-멋진 책세계> 12월의 인물로 칼 세이건(Carl Sagan)을 선정해서 국내에서 번역된 칼 세이건의 저작들을 읽고 '08.12.9(금)에 상암동 독서 아카데미에서 독서 모임을 가졌는데 바로 다음날 12월 20일이 칼 세이건 서거 12주기가 되는 날이였고 12월 20일 네이버 오늘의 책에 바로 이 책 [코스모스(Cosmos)]가 선정되었다. 이를 보면 흔히 어떤 알지 못하는 미지의 힘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하기 쉽지만 이렇게 표현하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비과학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하던 칼 세이건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우연이 모여서 필연처럼 보이게 된 것 뿐이겠지….

 어쨌든 이 책은 수많은 권장과학도서 목록에 언제나 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책이다. 그렇지만 양장본의 경우 엄청난 크기와 두께, 그리고 학생으로는 심히 부담스런 가격 때문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에 2006년에 칼 세이건 서거 10주기를 맞아 저렴한 가격의 보급판이 출판되었고 평소 눈독 들이던 책이었기 때문에 지름신의 가르침을 쫓아 이 책을 구입하였다. 그런데 이 책은 인간적으로 너무 두꺼웠다. 자그만치 700여 쪽 두께에 달하는 책을 보고 주눅이 든 나머지 자신있게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주의 광활함에 비해 지구가 얼마나 자그많고 하찮은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칼 세이건도 "모든 인간사는 우주적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볼 대 중요는 커녕 지극히 하찮고 자질구레하기까지 하다."라고 말하고 있다.(p.36) 얼마 전에 적외선 우주 복사를 연구할 끝에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 가량이라고 밝혀졌다.(약 ±1% 오차로 이를 밝혀냈는데 이는 정말 놀라운 일이다.) 본인의 경우 이를 알고 나서 힘들거나 화난 일이 있을 때마다 우주의 나이와 본인의 수명을 비교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다.

 그리고 우리가 관심이 있는 혜성 충돌에 대해 살펴보자. 얼마 전에 <딥 임팩트(Deep Impact)>란 영화가 큰 히트를 친 적이 있었다. 이 영화는 지구에 혜성이 충돌할 때 어떤 재앙을 가져오는지 실감나게 묘사한 영화인데 실제 중생대 공룡 멸종을 이로써 설명하려는 이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리라는 점은 걱정 안 해도 좋다. 그 이유는 목성이 그 거대한 크기 만큼이나 강력한 중력으로 혜성이나 소행성이 내행성계로 향하는 것을 한 몸 희생해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에 혜성 조각 6개가 목성과 차례대로 충돌한 적이 있었다. 과연 이 사건에서 목성과 혜성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내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책은 딱딱할 수 있는 우주 과학을 여러가지 시적 표현을 동원해서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압권이 바로 "새로운 진리의 아버지는 바로 시간이다"라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비록 칼 세이건이 직접 쓴 표현이 아니고 1638년에 쓰인 존 윌킨스의 [달세계의 발견]에 있는 내용이지만 이 짧은 말 속에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말 같다. 과연 인류는 언제쯤 이렇게 광활한 우주의 끝을 알게 될까? 언제쯤 인류 외의 외계 생명체를 만날 수 있을가? 이에 대해서는 오직 진리의 아버지인 시간만 믿고 꾸준히 진리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효한 것 같다.

 이어서 칼 세이건은 6장에서 네덜란드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다. 16~17세기 네덜란드는 사회 전반에 퍼져 있던 개방적 사고와 생활양식 그리고 물질적 풍요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험과 개척의 정신은 네덜란드를 지성과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었으며 그 대표적 인물인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이다. 데카르트도 그가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놀라워했는데 그는 직접 굴절 망원경을 제작하여 다른 행성의 크기를 잰 인물이며 추시계를 발명하고 증기 기관의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등 놀라운 인물이었다. 이런 훌륭한 인물들을 볼 때마다 나는 한 편으로 놀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질투심을 가지게 된다. 비록 과거와 달리 자꾸 학문이 분화되어 더 이상 이런 팔방미인이 존재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통해 자꾸 나를 채찍질하는 것이다.

 이어서 우리가 외계 문명을 찾는 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데 이에 대한 칼 세이건의 설명이 흥미롭다(p.620~621) 인류는 우리보다 진보한 외계 문명과 접촉하면 그들이 인류를 지배하거나 멸망시킬까봐 두려워한다. 이에 대해 칼 세이건은 이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한 문명이 그보다 약간 선진적인 문명에게 철저하게 파괴당하는 야만적 상황을 여러 차례 목격하였으며 그래서 우리의 외계 문명 접촉에 대한 공포감에는 우리 자신의 죄의식이 담겨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성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진보된 문명이 있다면 그들은 문명으로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다른 문명과 잘 어울려 사는 법을 획득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만에 하나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그 때야 말로 인류의 종말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칼 세이건은 과학하기에 있어서 우리가 지켜야 할 두 가지 규칙을 이야기한다.(p.660) 그것은 신성불가침의 절대 진리는 없다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주장은 무조건 버리거나 일치되도록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과학하기에 있어서 절대 진리일 것이다. 이런 절대 진리가 무시된 경우는 우리는 <황우석 사건>을 통해 익히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칼 세이건은 멀게만 보이던 우주를 잘 소개해주는데 성공했다. 괜히 영어로 쓰인 과학 서적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아니었다. 하지만 번역 과정에서 수많은 오타가 보이는데 보급판을 내면서 번역자가 수정했다고 하지만 계속 보이는 오타는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다음에 개정판을 낼 때는 책임감을 가지고 오타와 비문을 수정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