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이 이렇게 유명한 책인지는 알지 못했다. 이 책과 같이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하는 책이 그 '질'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른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빌려보기 위해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검색하니 예약자가 많은 것이 아닌가? 그리고 [네이버 오늘의 책]에도 선정된 적이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빌렸는데 외국에서 1985년에 출판되어 이미 20년이 넘은 책이지 않은가? 특히 하루가 멀게 발전하는 <뇌과학> 분야에서 20년 전 책이면 너무 오래되어서 캐캐묵은 냄새가 나는 책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단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장점에 의해 충분히 상쇄되었다. 기존의 <뇌과학> 서적과 달리 다양하면서도 흥미있는 사례 위주로 구성되어서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시켜주며 결정적으로 이 책에서는 글쓴이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자폐증이나 다양한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귀찮다 혹은 불편한 감정을 가지는 것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글쓴이는 실제 다양한 예를 통해 그들도 '인간'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가지 예 중에서 <대통령의 연설>이라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이 글에서는 언어상실증 환자들의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 크게 웃는 것을 소개하고 있는데 언어상실증 환자들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진실인가 아닌가를 이해하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그 때문에 대통령의 연설에 속지 않으며 현란하고 괴상한 말장난과 거짓, 불성실을 간파하고 크게 웃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p.162) 결국 우리 정상인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속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잘 속아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어서 극심한 혼란 상태와 중압 때문에 진정한 정체성을 얻지 못하는 슈퍼 튜렛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p.240) 그들은 진정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충동과 싸워야 하지만 그들은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 '개체'다운 존재로서 살고 싶다는 의지력을 바탕으로 '경이'롭게 대부분 그 싸움에서 승리한다. 즉, 싸움을 겁내지 않는 용맹스런 건강이야말로 항상 승리를 거머쥐는 승리자라고 글쓴이는 말한다. 이를 보면 병마와 끊임없는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후배가 생각난다. 오늘도 메일이 왔는데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나는 후배의 고통을 모르는데 어떤 말을 한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힘내라'는 말 뿐…. 오직 싸움을 겁내지 않는 용맹스러운 건강으로 고통을 이겨내기를 기도할 뿐이다.

 결국 이 책은 비록 오래되기는 하였으나 다양한 사례 위주로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글쓴이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싶다. 다만 너무 두껍기도 하고 삽화도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조금 크기를 늘리고 두께를 줄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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