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어보를 찾아서] 3권에서는 흑산도에서 발견되는 생물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마무리하고 우주 관측에 대한 것과 과거 조선에서 과학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 또한 흑산도를 벗어나서 정약전, 정약용 형제의 유배지를 탐사하는 기행문의 성격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특히 조선 후기에 많은 이들의 피를 부른 "천주교"에 대한 서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먼저 글쓴이는 과거 대부분의 학자들은 언제나 중국 문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중국 문헌에 나오는 이름들을 우리 나라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은 오랜 세월 동안 줄기차게 시도되었다고 말하고 있다.(p.47) 하지만 중국의 지식을 받아들인 것을 비판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우리 문화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던 정약전과 이청이 중국에 기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마땅히 찾아볼 만한 자료가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고 정약전과 이청을 옹호하고 있다. 또한 당시 제대로 된 정보의 공유 체계가 형성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상들의 실학 사상이 근대 학문으로 연결되어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p.75) 이런 글쓴이의 아쉬움은 천문학에 대한 부분에서도 이어진다.(p.103~154) 특히 이미 17세기의 "케플러의 법칙"을 발표하고 이를 기초로 뉴턴이 미적분과 운동법칙을 이용하여 천체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설명해 놓은 것은 우주의 비밀을 밝혀냈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과학과 인간의 힘으로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낳게 되었고 결국 세계사를 뒤바꿀 과학 혁명을 이루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p.119) 하지만 이런 자신감은 현재에서는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학"이 부재한 상태에서 가치 중립적 입장에서 계속된 과학발전은 환경오염, 대량 학살 무기 계발 등 엄청남 부작용을 낳게 되었으며 그 결과 이른바 "반성하는 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글쓴이는 본격적으로 서양과 동양의 어떤 차이가 이런 과학 발전의 차이로 이어졌는지 분석하기 시작한다. 특이한 점은 동양의 관념적인 철학이 과학의 발전을 저해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지만, 서양의 경우에는 관념적인 철학이 오히려 과학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p.141)는 것을 글쓴이는 지적하고 있다. 예컨데 서양에서는 자연을 연구하여 그 성징을 밝혀내는 것을 피조물에 나타나 하나님의 영광에 다가가는 수단이라고 해석해서 '신의 뜻에 다가가기 위해서' 과학에 힘을 기울였으나 동양에서는 오직 과학이란 오직 윤리 이념을 실행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윤리 실현을 위한 지나칠 목적성이 과학의 발전을 가로막은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p.149) 이런 글쓴이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이런 점을 밝히는 것도 선조들의 업적을 밝히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작업이므로 소중한 교훈과 함께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갈 열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3권에서 본인이 가장 관심이 있었던 생물이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전어]이다. 본인은 전형적인 도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고등어, 꽁치, 갈치가 아는 생선의 전부였는데 스타크래프트의 오영종 선수의 별명인 "가을 전어"를 통해 전어라는 생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동안 왜 오영종 선수의 별명이 "가을 전어"인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오영종 선수도 사계절 중 가을에만 유독 성적이 좋았는데 이를 비유하여 "가을 전어"라고 별명을 부른 것 같다. 그리고 글쓴이는 흑산도에서 벗어나 정약전, 정약용 형제의 유배지를 답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들 형제의 고난의 원인이 된 "천주교" 박해의 역사와 정약용이 특별히 아꼈던 제자이면서 많은 책의 실질적인 공저자이면서 [현산어보]에 있어서 방대한 주석을 포함시킨 "이청"이란 인물의 미스터리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사실 정약종을 제외한 정약전과 정약용은 그다지 천주교에 깊이 빠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것 같다. 다만 당시 지배층인 노론에서 남인 소속인 정약용을 내치기 위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이 때문에 정씨 형제는 낯선 유배지에 고생을 하게 되었으며 정약용이 가장 아끼던 제자였던 "이청"은 70세까지 과거에 급제를 못해서 이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에는 워낙 과거제도에서 부정부패가 심했던 시절이라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급제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아마 이청도 이런 케이스였다고 생각한다. 3권부터는 좀 더 글쓴이의 생각이 많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서양에 비해 과학 발전이 느린 동양에 대한 비판과 [현산어보]의 흔적을 쫓는데서 벗어나 정씨 형제의 유배지를 찾아가서 그들이 흔적을 되짚어 본 점은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제 3권에서 어느정도 [현산어보]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 되는 듯 하다. 이어지는 4권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