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어보를 찾아서 2 - 유배지에서 만난 생물들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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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산어보를 찾아서] 2권 부터는 단순한 '흑산도 해양 생물 도감'에서 벗어나 현산어보를 좀 더 현대적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해석하려는 글쓴이의 의도가 돋보인다. 1권에서는 현산어보의 글쓴이인 정약전의 흔적을 찾기 위해 흑산도에 도착한 후 글쓴이의 전공이니만큼 이곳에서 발견하는 수많은 해양 생물에 대해 설명하기 바뻤기 때문에 [현산어보]를 능동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조금은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2권에서는 초반부터 주자의 성리학(p.19~31)을 조망함로써 자연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글쓴이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특히 주희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자연학과 윤리학을 통합하려고 시도했으며 이를 통해 신분제 사회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연을 위계화하고 이를 사회 모델의 이론적 근거로 삼았다고 제시한다.(p.22) 하지만 정약용은 성리학을 뛰어넘어 "성기호설"을 주창함으써 선과 악은 오직 이성과 자유의지가 주어져 있는 인간에게 속한 것이며 어떤 동물에게도 윤리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산어보]가 자연과학적인 속석이 농후한 특별한 책이 될 수 있었다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더 나아가 동양에서는 종교적인 윤리와 자연 법칙을 분리하여 생각함으로써 자연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려는 노력이 쇠퇴했다고 분석(p.30)하여 자연과학을 발달시킬 수 있는 환경과 토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단순히 흑산도의 "해양" 생물에만 촛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동백나무와 나비에 대한 서술도 하고 있다. 특히 조선 나비 연구에 독보적인 존재인 "남계우""석주명"을 소개하면서 당시 자연 과학의 발달 모습을 잘 소개하고 있다.(p.57) 특히 석주명 박사가 나비 개체 변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것은 현재 보아도 놀라운 성과이다. 특히 배추흰나비 앞날개 길이의 변이곡선이 오직 1개의 정규 분포를 이루기 때문에 한 종이라는 연구 결과는 생명공학을 전공한 본인의 입장에서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도 이렇게 자연과학이 발달했는데도 왜 현재 우리나라는 특정 분야를 제외하면 자연과학이 쇠퇴하고 말았을까? 아무래도 IMF 시절에 가장 먼저 짤린 것이 연구원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때 우수한 인력이 이공계 진학을 회피하고 전부 의대나 약대에 몰리고 있는 점이 이런 상황을 가속화 하는 듯 하여 씁쓸하다. 또한 석주명 박사는 "에스페란토어"를 사용할 것을 주장했는데 언어의 사용은 그 나라의 국력에 비례하는 법이다. 결국 현재는 "영어"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한글"도 역사속에나 남는 언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 개인적으로 밴댕이(p.140)과 식혜와 식해(p.407)의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밴댕이 속"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얼마전에 인천 연안부두에서 밴댕이 회를 먹어본 적이 있다. 그 때에 비로소 "밴댕이"가 해양 물고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 당시에는 정말 맛있었는데 지금도 생각만하면 입 안에 침이 고인다. 그리고 흔히 식혜와 식해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경우에도 가자미 식해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식혜인 줄 알았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결국 이 책에서는 좀 더 현산어보를 능동적으로 해석하려는 글쓴이의 노력이 돋보인다. 계속해서 이 책을 통해 흑산도의 생태계에 대해 알아가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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