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어보를 찾아서 1 - 200년 전의 박물학자 정약전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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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책은 내가 참석하고 있는 독서클럽에서 [자산어보]를 읽으면서 함께 읽으면 좋겠다고 추천한 책이었다. 사실 [자산어보]는 그렇다쳐도 '단지 오래된 책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이 어떻게 책으로, 그것도 5권짜리 책이 될 수 있을지 굉장히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이 책 1권을 만나는 순간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왜 독서클럽에서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했는지 그리고 2002년 TV, 책을 말하다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10권 중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는지 알 수 있었다. 누구나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이렇게 높은 평점을 주는 것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은 생물교육을 전공한 글쓴이가 7년에 거쳐서 [현산어보]에 나온 생물들의 정체를 규명하고 정약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 매달렸으며, 몇 차례에 걸쳐 신지도, 우이도, 흑산도를 답사한 끝에 이 책을 썼기 때문에 책 곳곳에서 글쓴이의 노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런 글쓴이의 노력은 책 아래에 포함된 수많은 삽화사진들, 그리고 [현산어보]의 내용과 실제 흑산도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비교를 통해 현산어보에 나온 생물들의 정체를 규명하는 데서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1권에서는 정약전의 흔적을 찾기 위해 흑산도를 찾은 직후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인 [현산어보를 찾아서]보다는 현산어보에 수록된 생물을 찾는데에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다. 단순히 현산어보에 수록된 생물의 현재 학명을 찾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현산어보]의 저자인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어떤 어려움 속에서 현산어보를 집필하게 되었는가와 이렇게 수중 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과정, 그리고 현산어보가 현대에 가지는 의미가 아닌가? 단순한 "수중 생물 도감"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고등어 회유에 대한 놀라운 성찰>(p.296)이란 곳에서 정약전이 가지고 있던 고등어 어군의 움직임에 대한 거시적인 지식은 서양 학문처럼 체계화되지 않았고, 결국 고등어의 풍흉이 교대로 반복되는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며 당시의 학문 풍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학의 발달을 가능하게 하는 풍토란 꾸준히 쌓여온 지식과 사회, 경제적인 제도의 뒷받침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기본 문화와 경제적 밑바탕을 강조한 점은 [현산어보]를 현대적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비록 1권에서는 [현산어보]의 현대적 해석보다는 "수중 생물 도감"에 치우친 듯한 느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쓴이의 노력을 폄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잠시 살펴본 2권에서부터는 현대적 관점에서 능동적 해석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너무 실망할 필요도 없다. 또한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책이라면 나름 그 가치가 있는 법이다.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 이 책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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