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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과학자, 특히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생명"이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유령"과 같은 것이면서 모두가 추구하는 "진리"이다. 이런 점은 생명공학을 전공한 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4년 동안 이른바 "생명(The Life)"에 대해 공부하면서도 과연 생명을 어떻게 정의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였다. 물론 가장 대표적인 미생물학 책인 <Brock Biology of Microorganisams>에서는 미생물 세포 생명의 특징을 Metabolism, Reproduction, Differentiation, Communication, Movement, Evolution 이렇게 6가지로 정의(p.4)하지만 이것으로는 "생명(The Life)"을 정의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을 보라. 제목부터 <생물과 무생물 사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마치 과거 유명했던 영화인 <무릎과 무릎 사이>같이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에 이 책을 읽게 만들고 있다. 과연 이 책에서는 "생명(The Life)"을 어떻게 설명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새롭게 발전하는 "생명공학"을 어떻게 일반 독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은 가장 먼저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러스(VIrus)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바이러스는 굉장히 흥미로운 생명, 혹은 물질이다. 본인의 경우에도 바이러스가 과연 생물인가 무생물인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굳이 선택하라면 이 책 제목 그대로 바이러스는 '생명과 무생물 사이'에 존재한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바이러스릍 통해 글쓴이는 "생명은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생명을 정의하는데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점은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광우병 유발인자인 프리온(prion)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글쓴이에게 묻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글쓴이는 그 결론을 알려주기 전에 '생명과학'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업적들을 하나 둘씩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선배 과학자들의 업적을 살핌으로써 궁극적인 질문인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답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을 밝혀낸 에즈버리의 업적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에즈버리의 실험은 굉장히 유명한 것으로써 당시까지 단백질(Protein)이 유전물질일 것이라는 통념을 깨뜨린 위대한 실험이었다. 하지만 그가 겪었던 순도의 딜레마(p.45)는 현재에도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실험이든지 오염(Contamination)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도 100% 완벽한 실험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과학자는 반복된 실험과 최대한 오염을 피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부족했던 실험 장비는 에즈버리가 과거 지배적인 통념을 깨뜨리게 만들기에는 너무나 힘든 장벽이었다.
이어서 생명과학에 있어서 진정 "혁명(Revolution)"이라고 부를만한 발명이 이어진다. 바로 그 유명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 바로 그것이다.(p.67) 이 장비에 대해서는 아직도 대학교 박사 후 과정에 있는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나 연구에 있어서 혁명적인 장비인지 아직도 입에서 침을 튀기면서 이야기를 하신다. 특히 내가 아는 선배는 우리 학교에 처음으로 PCR 장비가 들어왔을 때 이 장비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PCR 장비가 고장나자 약 2주일 가량을 잠적해야만 했을 정도로 이 장비가 얼마나 중요한 장비였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장비를 단지 드라이브 하다가 발명하다니…
그리고 이 책에서 이런 생명과학에 있어서 밝은 면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박사 후 과정에 있는 연구원이 겪게되는 이른바 "죽은새증후군"(p.75)과 동업자가 하는 논문 심사(p.89)의 폐해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특히 1등만이 모든 열매를 가져가게 하는 현재 과학계 풍토에서 논문의 조작이나 일부 표절 같은 문제는 언제나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은 과거 우리나라의 유명한 이른바 <황우석 사태>를 통해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과거 DNA의 구조를 밝혀낸데 큰 역활을 했던 프랭클린(p.114)의 사진을 훔쳐서 노벨상을 탔던 크릭와 왓슨에 비해 아무런 영광도 없이 생을 마감한 프랭클린을 비교해보면 과연 현재 과학이 과연 공정한 게임인가는 회의가 든다.
이어서 점점 "생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이 질문에 결정적인 힌트를 줄 쇤하이머를 만나게 된다. 그의 실험을 통해 몸의 단백질은 사흘 만에 새로운 아미노산에 의해 50% 바뀐다(p.139)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모든 원자는 생명체 내부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흐르면서 빠져나가는 것이며 변화야말로 생명의 진정한 모습(p.143)이라고 밝혀지게 되었다. 결국 질서는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도지 않으면 안되며(p.145) 한마디로 생명이란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다(p.146)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제 길었던 질문에 답을 내릴 때가 가까이 오고 있다. 이제 PCR에 이어서 이른바 "혁명(Revolution)"을 불러온 녹아웃 마우스(Knock-out mouse)(p.210)와 ES Cell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녹아웃 마우스는 드디어 Gene과 단백질의 기능을 밝힐 수 있는 실험 방법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명이었으나 당시 이를 발명한 과학자가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특허(patent)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떼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시면서 특허신청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녹아웃 마우스(Knock-out mouse)와 ES Cell의 조합으로 특정 Gene의 발현을 억제하여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Gene 또는 단백질의 기능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실제의 결과는 정상인 쥐와 다른 것이 없었다. 바로 여기서 생물은 기계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며 드디어 "생명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결정적인 힌트가 제공되었다. 즉, 생명체는 동적 평형상태를 유지하면서 동적 평형상태가 주는 유연성(p.235)을 통해 생명을 기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는 사실과 결국 우리는
"자연의 흐름 앞에 무릎 꿇는 것 외에,
그리고 생명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 고백하게 된다.
역시 이 것이 정답같다. 그동안 수 많은 과학자과 생명의 신비를 풀기 위해 도전해 왔으며 생명을 정의하거나 새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아직 그런 시도는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글쓴이가 고백한 대로 우리는 "생명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Genome project도 마무리 되었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오늘도 생명의 신비를 풀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때문에 비록 현재는 할 수 없지만 조만간에 우리는 생명의 신비를 푸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이런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생명공학의 위대한 발견과 발명에 대해 비전공자라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특히 마치 수필을 보는 듯한 자연 묘사(p.133)는 과연 이 책을 쓴 사람이 과학자가 맞는가 하는 의문마저 품게 한다. 이런 점에는 번역자의 뛰어난 번역 또한 한 몫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만에 이렇게 대중성과 과학성을 동시에 잡은 책이 나온 것을 굉장히 환영하는 바이다. 이 책을 통해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