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서클럽] 활동을 하면서 이른바 '철학' 서적들을 읽기 시작하였었다. 나의 '철학' 독서는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되어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순서로 진행되었다. 처음 고대 철학은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으나 칸트, 헤겔, 하이데거 등 독서가 진행됨에 따라 나의 지적능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할 정도로 그 난해함은 나로 하여금 질리게 하였다. 이에 따라 과연 '철학'이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마치 '철학'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처럼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인 [철학의 탄생]이란 것을 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달리 철학은 '소크라테스'로 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며 이 책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머리속에는 소크라테스가 남긴 인상이 너무 큰 나머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거나 무시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는 나의 부족함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기원전 6세기 이오니아의 철학은 충분히 오늘날에도 그 존재가치를 주장하고 있으며 특히 현대 과학과의 비교는 나를 충격에 몰아넣게 되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현대 물리]라고 함은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이야기한다. 나에게 있어서 수많은 절망을 안겨주었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바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의해 이미 그 존재가 예견되고 있었었다. 특히 헤라클레이토스가 오늘날 모든 물리학자의 꿈인 '대통합이론'의 기초가 되는 서로 모순되는 개념의 통합을 제시하였던 것(p.271)과 엠페도클레스와 데모크리토스가 오늘날과 거의 비슷한 '원자론'과 '우주론'을 제시하였다는 것은 정말 놀라울 뿐이었다. 그리고 흔히 양자역학을 이야기 하면서 '불연속성'을 이야기 하지만 이런 것 조차 과거 데모크리토스의 직관(p.475)에 의해 그 존재가 주장되었다는 점도 당시 철학자들에 대해 경의감을 가지게 만든다. 이어서 간단히 각 철학자의 견해를 살펴보자면 탈레스의 경우 틀린 의견도 비과학적인 것은 아니며 올바른 관찰에서도 잘못된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으며 아낙시만드로스를 통해 '무한자'의 개념(p.104)이 철학사에 소개되었으며 그의 견해는 현대 물리학과 유사점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낙시메네스를 통해서는 질적변화가 양적변화로부터 발생한다(p.113)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피타고라스는 단순히 '피타고라스의 정리' 뿐만 아니라 과학과 철학 그리고 종교의 통합을 시도(p.181)했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크세노파네스를 통해 신이 인간사에 개입한다는 것을 부정하고 인간을 자유롭게 책임성 있는 인격으로 독립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p.194) 또한 '변화', 그리고 대립물의 투쟁을 통해 세계를 설명하려는 헤라클레이토스를 만날 수 있었으며 임페토클레스를 통해 절대적 지성주의와 감성주의를 비판(p.362)한 것과 현대와 비슷한 원자와 우주론(p.373, 383)을 주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의 정점을 이루는 데모크리토스를 통해 그가 주장하는 '불연속성'과 '원자론'이 현대 물리와 얼마나 비슷한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탈레스를 비롯하여 총 10명의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의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기록은 원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다른 사람의 책 속에도 인용됨으로써 간접적으로 그 존재를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글쓴이는 엄청난 노력 끝에 다른 책들에 인용된 철학자들의 말들을 끌어모아서 완전한 하나의 '철학'체계로 모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다른 점도 뛰어나지만 이런 글쓴이의 노력이야말로 높게 평가받아야할 것이라고 특히 생각한다. 그리고 단순히 철학을 제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은 현대 과학과 일일이 비교한 점도 놀랍다. 솔직히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초끈이론' 같은 것은 공대 출신의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나 이 책의 글쓴이는 자연과학 학부에서 공부한 경험을 토대로 철학과 자연과학과의 만남과 비교를 원숙한 솜씨로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옮긴이가 말하듯이 자연과학 없는 철학은 지적 유희와 공염부로 전락하기 쉽고 철학 없는 자연과학은 과도한 일반화와 편협하고 섣부른 독단론으로 치닫기 쉽다는 것은 나와 같이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나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조심해야 될 충고일 것이다.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에 대해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