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으로 본 한국역사 - 젊은이들을 위한 새 편집
함석헌 지음 / 한길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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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한국역사]라고 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누구나 지겹도록 공부해왔을 것이다. 무슨 빗살무늬토기니 청동용봉봉래산향로니 뭐니 해서 외울 것은 그렇게 많던지…. 그래서 본인의 경우는 [한국근현대사] 이외에는 한국역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뭐 우리나라가 과거 광개토대왕 시절에 강력‘했었다’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는 것인가? 그런 사실은 현재 대한민국에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현재 우리나라가 4대 강국 사이에 끼어서 눈치를 보고 있을 때 단지 위안을 받기 위한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그리고 사실 [민족]이란 개념이 전면에 등장한 것도 19세기 이후이며 우리가 흔히 [한민족]하지만 이 책에서 함석헌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우리는 단일민족, 한 핏줄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개념들이 세계화 시대에 따른 [다문화]에 대한 '타자화’로 나타나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과연 우리나라 역사가 ‘빛’나는 역사인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우면서 굉장히 불편한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역사 속에서 배울 수 있을 만한 것이라고는 쥐꼬리만큼 밖에 없으면서 반만년 역사라고 자랑하는 것이 왜 이렇게 웃기던지…. 또한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정말 최악이다. 대체 [위대한 조상님들]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셨는지 이해도 못하겠고 왜 내가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이 고생인가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역사를 [고난의 역사]라고 정의 내린 함석헌 선생님의 정의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하고 있다. 그리고 p.18에서 “과학과 종교가 충돌되는 듯한 때에는 과학의 편을 들어 그것을 살려주고”라는 부분은 요새 생명공학 발전에 따라 과학과 종교가 충돌되는 상황에서 유용한 충고라고 생각한다. 과거 중세 교회가 절대권력을 소유하고 있을 때 과학의 발전이 더딘 점은 바로 이런 태도가 바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p. 37과 p.50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와 정통주의에 대한 비판“기독교가 결코 유일의 진리가 아니다”란 말씀도 의미가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정통주의에 대해서는 미국의 그 유명한 [원숭이 재판]을 통해 이미 충분히 비웃음을 사게 되었으며 성경을 해석하는 함석헌 선생님의 태도가 참으로 ‘이성’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p.240과 p.485에서 종교의 세속화, 권력화와 귀족주의 종교를 비판한 점이나 p.256, p.269에서 조선시대 유교와 이른바 [엘리트]에 대한 비판은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p.411에서 천당 가기 전에 이 땅 위에 하늘나라가 임하게 하는 것이 기독교라는 주장은 요즘 교회의 목자가 꼭 들어야 할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동감할 수 없는 의견이 존재한다. 일단 p.13의 “성경의 자리에서만 역사를 쓸 수 있다. 똑바른 말로는 역사철학은 성경밖에 없기 때문이다”는 자신만이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오만의 극치이며 p.53에서 유물사관을 비판하면서 성경이 역사의 근본이라는 이야기는 동의할 수 없다. 자연현상을 대하듯이 순전히 원인, 결과의 관계로 설명하는 과학적인 사관이 결국 유물사관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그렇지만 유물사관이 근대 인간을 정신적으로 파산시켜 오늘의 혼란에 이르게 한 큰 원인의 하나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성경을 중심으로 역사를 해석해서 예루살렘에 이스라엘을 세워서 하루가 멀다하고 테러가 일어나는 것은 혼란이 아니란 말인가? 그리고 성경을 중심으로 역사를 해석하던 중세에 오히려 인간성을 말살한 나머지 학문과 예술, 그리고 과학이 오랜 암흑기를 겪게 만든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솔직히 고백하면 글쓴이가 해방 이후 혼란기에 북한에서 많은 고생을 한 나머지 사회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유물사관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일까?

 

 또한 “민족의 기질은 반영구적“(p.85)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 책 안에서 분명히 우리는 단일민족이 아니라면서 스스로 이야기 했으면서 민족의 기질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어디에 있는 것인가? 우리의 DNA 속에? 아니면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하는 Meme을 통해서? 그리고 ”역사는 하느님의 뜻대로”(p.92)라고 주장하는데 앞에서 주장한 것과 종합해보면 일종의 패배주의, 순응주의, 운명주의적 사관이라고 생각되어진다. 글쓴이의 주장대로 민족의 기질은 반영구적이고 역사가 하느님의 뜻대로 정해져있으면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하든 민족의 기질을 바꿀 수 없을 것이며 하느님의 뜻에 거스르면 성공하지 못할테니 그냥 고민하지 말고 “Let it be”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글쓴이의 생각은 p.306에서 당쟁이 민족 성격에 대한 문제라고 주장하는데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한국근현대사 부분에서도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이 많이 있다. 일단 p.419에서 글쓴이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6.25전쟁(사실 나는 6.25전쟁보다는 한국전쟁이라고 부르고 싶다.)을 몰랐다는 점은 사실이 아니다. 최소한 이승만 대통령은 6.25전쟁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현재 사학계의 견해이며 이승만 대통령 또한 김일성처럼 사정이 허락하면 분명 북한을 침략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밝혀진 바이다. 그리고 “남북한의 싸움이라지만 북한이 남한을 칠 까닭이 없고, 남한이 북한을 대적할 까닭도 없다”(p.422)라고 말씀하시는데 일단 6.25 전쟁은 남북한의 싸움이 아니었고 서로 대적할 까닭은 넘쳤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곳곳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과 자본주의에 대한 과도한 찬양이 눈에 띈다. “자본주의 꽃필 대로 활짝 꽃이 피었고, 공산주의는 그 위에 서리를 칠 대로 쳤다”(p.432)는 표현이 대표적인데 이건 함석헌 선생이 해방 직후 북한에서 소련에 의해 구금되는 등 고생을 한 끝에 1947년에 월남하고 1950년에 부산에서 비난생활을 하시면서 이런 생각이 고정관념이 된 것 같은데 이런 것은 앞서서 유물사관을 비판하는 것에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은 역시 함석헌 선생 또한 당시 살았던 사람들로서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한다.




 결국 함석헌 선생님의 사관은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한국 역사를 분석하여 [고난의 역사]라는 정의내리고 우리나라가 “뜻”을 잃어버리게 만든 세속화된 유교, 엘리트주의, 당쟁 등 여러 가지 원인을 철저하게 고찰하여 다음 세대의 주인공인 우리들에게 경고하고 다시 한번 “뜻”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역사는 결국 “성경”, 혹은 “뜻”, 아니면 “알 수 없는 손“에 의해 이어간다는 점을 강조하여 자칫 우리로 하여금 패배주의, 순응주의, 운명주의적 사관을 가지게 만들 위험도 상존한다. 나의 생각으로는 역사를 봄에 있어서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제 3의 힘‘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만 과학적,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사실에 입각하여 역사를 서술하는 편이 더 좋은 역사 서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에 대해서 E.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어떻게 생각할련지 궁금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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