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평전
클로드 B. 르방송 지음, 박웅희 옮김 / 바움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 우리가 토번(土番)이라고 부르는 [티베트]에서 큰 민중 봉기가 있었다. 올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여러가지 고민할 변수가 많았던 중국 입장에서는 썩 달가운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이런 민중 봉기는 비록 [완전 독립]이라는 소기의 성과는 얻어내지 못하였지만 티베트 국민의 독립 열망을 세계에 널린 알리게 되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국내에서는 <언론>이란 여러가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국내 불교단체에서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고자 하였지만 이를 불허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정확히 <티베트 문제><달라이 라마>에 대해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비교적 제 3자의 입장인 프랑스의 동양학자이자 저널리스트가 달라이 라마에 대해 평전을 서술한 만큼 우리를 현혹시켰던 [선입관][편견]을 벗어나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런 나의 기대는 충분히 절반 이상 만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달라이 라마의 삶을 시간의 순서로 서술한 것이 아니라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제도가 시작된 정치, 역사학적 분석과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에서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티베트에 대한 문화적인 분석도 같이 포함되어 있어서 티베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은 마치 독자가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글쓴이의 질문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답변을 듣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전통][종교]의 알 수 없는 힘에 대해 다시 한번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글쓴이는 현실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티베트 독립]과 종교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환생] 등에 대해 거침없는 질문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답변 또한 '우문 현답'이라는 오래된 고사성어가 이야기하는 그대로이다.

 

 이 책을 통해 <달라이 라마>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은 굉장히 많다. 일반적인 독자라면 티베트 독립을 원하면서도 [비폭력]을 추구하는 모습을 첫 손가락에 꼽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전히 독립운동에 있어서 과연 [비폭력]이 효과적인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다. 이에 비해 <달라이 라마>가 설파하는 [중도(中道)]라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특히 요새 나를 둘러싼 상황이 [중도(中道)]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보면 같은 책을 봐도 독자의 상황과 지식 수준에 따라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 교훈은 다양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최초로 프랑스어로 쓰여진 것이 1986년이고 게다가 중역본인 만큼 현재 달라이 라마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그리고 과연 번역이 성공적이었는지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글쓴이도 [서양인]인 프랑스인인 만큼 악명 높은 <오리엔탈리즘>의 영향력 아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아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을 맞아 [티베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으며 서구의 물질 문명이 우리에게 채워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양 '정신 문명'의 최고봉인 <달라이 라마>를 간접적이로나마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으로써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직접 대한민국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지만 과연 기독교를 신봉하는 대통령 아래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날 수 있을지… 그 때까지 이 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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