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인문/사회/역사' 계통의 이른바 '고전'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비록 '고전'이 현대 사회에 많은 도움과 조언을 주지만 상대적으로 읽기에는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 논리의 연결성이 중요한 '고전'들은 지하철 안에서 낑겨가면서 읽으면 제대로 그 내용을 소화하기 힘들다. 그동안 너무 '고전'에만 독서가 치중되어 잠시 정신을 환기하기 위해 '시''잠언'을 읽기로 생각하였고 그 결과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법정 스님과의 첫 만남은 군대 정훈과에서 한달에 각 부대에 4~5권 정도 배부하던 책에 포함된 수필집 [홀로 사는 즐거움]을 통해서였다. 또한 류시화와의 만남도 역시 군대에서 [한 줄도 너무 짧다]라는 일본 '하이쿠'모음집을 통해서였다. 특히 [한 줄도 너무 짧다]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짧은 한 줄짜리 시인 '하이쿠'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래서 류시화씨가 편집한 책은 굉장히 신뢰감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 기대는 [인생 수업]에서 한 번 무너지고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이 잠언집은 좋은 잠언을 많이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이 책을 무명의 작가가 썼다고 하면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사람이 누구인가? 이 책은 류시화씨가 법정 스님의 잠언을 묶은 것이 아닌가?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감동'을 주지는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결정적으로 이 책에 실린 잠언들 중에는 기존의 법정 스님의 수필집에 실려있던 글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과거 법정 스님의 글을 꾸준히 읽은 사람이라면 따로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잠언집에 실린 사진들이 잠언의 감동을 독자에게 전달하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냥 멋진 사진들과 풍경을 담고 있는데 불과할 뿐이고 대체 엮은이가 무슨 생각으로 이 사진들을 각각의 잠언에 뒷받침하는 것으로 이용했는지 짧은 나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인생수업]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마치 류시화씨가 초심을 잊어버리고 쉽게 돈을 버는 책들만 출판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하긴, 류시화씨가 책을 내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등재되니 책을 엮을 때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독자는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독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면 조만간에 그 댓가를 받을 날이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비판하면 누군가는 내 마음이 닫혀있어서 그렇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렇게 '서평, 리뷰'를 쓰는 것이 속된 말로 돈 받고 쓰는 것도 아니고, 책이라는 것이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한 감동을 주고 조언자가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그냥 내가 느낀 대로 이 글을 적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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