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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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정한 세번째 저자는 "한병철" 교수이다. 그는 굉장히 특이하게도 고려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였으나, 독일에서 철학, 독문학 그리고 천주교 신학을 공부하여 이공계에서 인문계로 전공을 바꾼 괴짜라고 할 수 있겠다. 그가 괴짜임은 2017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신작 '타자의 추방' 출판 기념강연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악기 소리에 깊이가 없다며 불평하는가 하면 질문하는 독자에게 "입을 다물라"거나 "참가비 1천원을 줄 테니 나가라"는 막말을 했다는 증언을 통해서도 뒷받침 된다 (https://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9125570).


한 가지 분명한 건, 한병철 교수 스스로가 "피로사회"라는 이 책을 통하여 주장하는 이 시대의 고유한 주요 질병인 '우울증, ADHD, 소진증후군' 중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ADHD)를 겪는 건 확실해 보인다. 스스로 분노는 짜증과 구별된다 (50페이지 참조)고 책에서 이야기 했으면서 어떤 심대한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는 짜증과 신경질만을 기념강연에서 확대시킨 그 역시 아직은 이러한 고유한 주요 질병의 하나의 원인으로 제시하는 ""사색적 능력의 상실"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더 이상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침공


"하지만 우리는 오늘날 더 이상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면역학적 기술에 힘입어 이미 그 시대를 졸업했다.

21세기의 시작은 병리학적으로 볼 때 박테리아적이지도 바이러스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신경증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들은 전염성 질병이 아니라 경색적 질병이며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질병이다."

— 신경성 폭력 中


"우리는 더 이상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면역학적 기술에 힙입어 이미 그 시대를 졸업했다." 이 얼마나 오만한 발언인가? 이 책이 쓰여질 당시인 2010년 가을과 코로나 범유행이 선언된 2020년과는 정확히 10년 차이가 난다. 현재는 "우리는 더 이상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면역학적 기술에 힙입어 이미 그 시대를 졸업했다."라고 과학적으로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물론, 글쓴이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상기와 같이 선언하면서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질병이 성과사회에서 고유한 주요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봐도 과연 그러한가?

면역학적 타자에 대한 부정성이 극적으로 표출된 사례인 "전쟁"을 살펴봐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3년 이스라엘 하마스 침공 등 오히려 코로나 범유행 이후로는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이 글쓴이가 이야기 하는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의 주요한 원인으로 다시금 대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질병이 있다.

피로사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기를 착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즉각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어판 서문 中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오히려 한병철의 진단이 시대에 뒤떨어진 점이 있지만 여전히 글쓴이의 진단과 해결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글쓴이는 이른바 ①규율사회, 면역학적 사회가 ②성과사회, 활동사회로 변화하고, 결국에는 ③도핑사회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현대의 성과사회에서는 사색적 능력의 상실나르시즘의 문제 (완결에 이르지 못한다), 그리고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자기 착취 때문에 우울증, ADHD, 소진증후군과 같은 현대 사회의 고유한 질병을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질병들은 자학적 특징을 가지며 스스로 만들어낸 폭력하에서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어, 자기 자신을 호모 사케르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른바 모든 목적 지향적 행위에서 해방되는 부정적 힘의 피로, 무위의 피로를 제시하고 있다.보다 구체적으로 탈진의 피로는 긍정적 힘의 피로인데, 부정적 힘의 피로는 영감을 주는 피로로서 무장을 해제하고 평화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비록 글쓴이의 "더 활동적일수록 더 자유로워질 거라는 믿은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우울증, ADHD, 소진증후군과 같은 현대 사회의 고유한 질병을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부정적 힘의 피로, 무위의 피로를 통하여 모든 목적 지향적 행위에서 해방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글쓴이의 의견은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호모 사케르에게 있어서 하나의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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