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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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대한 부모님의 기억

어머니께서는 가끔 옛날 이야기를 하실 때가 있다. 특히, 과거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후 몇 년 지나지 아니하였을 때, 회사에서 아버지를 광주에 발령 내었는데 그 당시 어머니께서는 젖도 못 땐 갓난아이를 데리고 광주에 가기 싫다고 펑펑 울었으며 아버지 역시 회사 측에 '나보고 사표 내라는 것이냐'는 식으로 따졌다고 가끔 말씀하신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내가 태어나기 전 이야기라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뿐이었다.


"무슨 낯으로 이 길을 떠나가나"

그도 갔다. 그도 필경 붙들려 갔다.
팔지 못할 것 팔아서 누리지 못할 것을 누린 자, 책벌을 이제부터는 영원히 받아야지.

1926년 2월 13일, 동아일보 

이는 반민족행위자 이완용 사망에 대한 동아일보의 기사 내용 중 일부이다. 


이를 "그 사람"으로 치환한다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그도 갔다. 그도 필경 붙들려 갔다.
해서는 아니될 일 하여 누리지 못할 것을 누린 자, 책벌을 이제부터는 영원히 받아야지.

2021 11월 23일

"해서는 아니될 일"을 한 자, "그 사람"이라고 불리우는 자...마치 해리포터의 볼트모트가 생각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영화에서 "You-Know-Who"는 결국엔 온몸이 분해되고 재처럼 흩날리면서 사망하는데 "그 사람"은 끝까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고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대통령이 차례로 사망하는 와중에도 천수를 누리고 사망하였으니 기사 제목처럼 무슨 낯으로 이 길을 떠나가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흰 페인트"의 의미

소설 58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은 묘사가 있다.

목이 잘려나간 것이 아니란 걸, "흰 페인트칠"로 얼굴이 지워졌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어른어른 뒤로 물러났어.

처음엔 흰 페인트가 뭔지 모르고 단순히 소설상 은유적 표현(행방불명된 사람을 뜻하는 것)인 것으로 이해하였으나 실제 신군부에서 희생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도록 흰 페인트를 얼굴에 끼얹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아직까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체에서 눈을 돌리고 스스로의 얼굴에 "흰 페인트"를 끼얹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지독한 시취에 얼굴을 찌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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