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탐험가, 모험가
좋은생각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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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완벽한 전기가 아니라는 저자의 의도는 비교적 잘 관철된것 같다. 이 책의 각 에피소드는 비교적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도 소설처럼 흥미롭게 기술되어져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여러 인물들에 대한 개략적 지식을 얻기에는 적합하다. 하지만 전문적 지식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을 듯 하다.

이븐 바투타의 경우를 한번 살펴보자. 첫부분에서 이븐 바투타는 이븐 디조자이에게 자신의 여행에 대해 구술하고 있다. 그러나 정수일이 주를 단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보면 이 부분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븐 디조자이는 이븐 주자이의 오기인 듯하다. 하지만 이름의 오기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븐 바투타는 결코 이븐 주아이 앞에서 자신의 여행에 대해 구술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븐 주자이는 술탄의 비서로 당대의 대문장가이다. 이븐 주자이가 받은 명령은 이븐 바투타의 저서를 요약하는 임무였다.

물론 이러한 종류의 책에서 그런 사소한 실수도 없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가볍더라도 사실과 다른 기술은 없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나 청소년이 읽을 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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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하여 (구) 문지 스펙트럼 11
김광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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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선집이란 종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편집 앨범을 사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일이다, 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선집을 살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주머니에 돈이 없을 때, 그러나 책은 읽고 싶을 때......

김광규의 시는 언제나 그렇듯 매우 쉽다. 모르는 단어를 찾기 위해 사전을 찾아야할 필요도, 시를 이해하기 위해 두세 번을 다시 읽어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왜 그의 시는 읽는 이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일까? 시인이 뭘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지고, 숨고 싶어진다.

[문 앞에서] 같은 시를 보자. 너무나 평범한 시다. 지옥문일까? 사람들이 초조하게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청소원이 환대를 받는다는 시는 상투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왜 그 시는 독특한 울림을 갖고 있는 것일까? [부끄러운 월요일]이란 시도 그러하다. 호헌 발표를 하던 그 날 시험 감독을 하고 있던 화자는 커닝하는 학생들을 잡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냥 그 뿐이다. 하지만 그 시의 행간에는 많은 내용들이 녹아들어가 있다.

이 시선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그 이]란 시다. 누군가가 결국은 돕고 있다는 깨달음, 아무리 어려워도, 사는 게 팍팍하고 속임수 같기만 해도 그래도 누군가 나 몰래 나를 돕고 있다는 깨달음. 부끄럽고, 부럽다. 이런 시를 읽으며 자신의 한심함을 자책해야 하는 삶이 부끄럽고, 이런 시를 쓸 수 있는 심성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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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백민석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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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석의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나를 놀라게 한다. 그 하나는 우울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이다. 백민석의 자유로운 글쓰기야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글에서의 상상력은 유발하다. 이제는 없어진 극장을 찾아가기도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과거의 나를 만나기도 한다. 심지어는 집 안에 초원을 만들어 놓고 사는 사나이도 등장한다. 이야기들은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자기 집 안에 초원이 있다고 믿는 사나이의 얘기를 읽고는 이 사내를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 지, 아니면 차라리 사나이를 부럽다고 해야할 지 하는 착잡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제 또 하나 나를 놀라게 한 점을 말할 차례다. 그것은 수없이 발견되는 오문들이다. 일부 평자는 이러한 오문들이 의도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의도된 오문들이 낳는 효과란 그렇다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발한 상상력, 비애감을 주는 글을 사랑하면서도 높은 평가를 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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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 대담 시리즈 2
김용석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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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분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를 지닌 자라고 말하고 싶다. 타인과 토론하기를 꺼려하는 한국적 풍토에서 자신과 의견 충돌이 있을 것이 뻔한 상대방과의 토론을 시도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용기있는 일이다. 책의 내용 또한 그러한 시도에 걸맞았다. 깊이가 없지않을까 하는 우려가 읽기 전에 들었지만 읽으면서 그러한 우려는 깨끗이 사라졌다. 오히려 한 마디씩 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내공의 힘마저 느겨져, 지식의 정수를들은 그러한 느낌마저 들었다.

다만 김용석 님의 말은 논리정연하고 근거가 충분한데 왜 이승환 님의 말에서는 그러한 게 잘 느껴지지 않는지 하는 의문이 있었다. 나 자신 동양보다는 서양에 더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 가끔은 논리가 부족한 이승환님의 말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어쨌거나 동양은 스스로가 대응할 논리가 부족함을 시인한 것은 아닌지. 오래간만에 읽어보는 좋은 책이었다. 대담이야말로 배운 자의 지식을가장 쉽게 전수받을 수 있는 좋을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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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세계
임문순 외 / 다락원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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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에 관한 잡글을 쓰려던 나는 거미에 관한 자료를 찾아야 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의 내용을 봤을 때 나는 믿기가 어려웠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책이 있다니. 거미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박사님들이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구입하기 전에는 몰랐던 일이었다. 이 책은 거미라는 키워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듯했다. 깊이에 대해서는 내가 거미에 대해 잘 알 리가 없는 터라 장담할 수 없지만 그 폭에 있어서는 분명 독보적인 책임에 분명했다.

다만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의 편집이다. 공들여 만든 책임에 분명했지만 70년대를 연상케하는 표지 디자인은 이 책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거기에 책날개에 수록된 출판사에서 발간된 다른 책을 소개하는 내용은 구입하려던 마음마저 접게 만들 정도로 조잡하다. 이런 좋은 책에 꼭 광고를 넣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아무튼 이런 책이 좀더 나와서 거미라는 키워드를 쳤을 때, 선택하는 즐거움을 가질 그런 시기가 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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