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겔 스트리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2
V.S. 나이폴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평점 :
미겔 스트리트, 노벨상까지 탄 작가의 작품이라 읽기 전에는 꽤 심각하지 않겠느냐 생각했다. 독서를 시작하고 보니 짐작과는 딴판이었다. 술술 잘 읽혔다. 가끔씩은 독서를 중단해야만 했다. 주인공의 처한 상황이 너무도 우스워서.
그런 식으로 끝까지 읽어나갔다. 슬슬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렇듯 구제불능인 지역이 있다니, 그리고 이렇듯 구제불능인 사람들이 있다니. 희망이란 단어는 미겔 스트리트에는 결코 없는 것이었다. 내 삶에 대해 부리던 투정조차 부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사는 세계는 정말 불공평한 곳이었다. 배부른 돼지들과 배고픈 생쥐들이 한판 경연을 벌이는 곳이었다. 생쥐는 돼지들이 보는 것을 결코 볼 수 없다. 코를 처박고 먹이를 구하는데 급급하기 때문에. 트리니다드 앤 토바고, 그들은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을까. 전망없는 경박성, 진보에 대한 원천적 봉쇄. 그런 그들의 삶이 과연 조금은 나아졌을까. 소설의 유머는 결국 답답한 현실에 저항하려는 몸짓,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