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백민석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백민석의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나를 놀라게 한다. 그 하나는 우울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이다. 백민석의 자유로운 글쓰기야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글에서의 상상력은 유발하다. 이제는 없어진 극장을 찾아가기도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과거의 나를 만나기도 한다. 심지어는 집 안에 초원을 만들어 놓고 사는 사나이도 등장한다. 이야기들은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자기 집 안에 초원이 있다고 믿는 사나이의 얘기를 읽고는 이 사내를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 지, 아니면 차라리 사나이를 부럽다고 해야할 지 하는 착잡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제 또 하나 나를 놀라게 한 점을 말할 차례다. 그것은 수없이 발견되는 오문들이다. 일부 평자는 이러한 오문들이 의도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의도된 오문들이 낳는 효과란 그렇다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발한 상상력, 비애감을 주는 글을 사랑하면서도 높은 평가를 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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