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거장들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김연순.박희석 옮김 / 필로소픽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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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가 오스트리아를 비난했다고? 그렇다면 베른하르트의 묘사에 너무도 딱 들어맞는 지금의 이 나라는 도대체 뭔가?


생각해보면 위선적이고 허위적이며 비열한 정부, 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정부가 우리를 다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저 혼수상태로 정부가 나날이 더욱 허위적이고 위선적이며 비열하고 비천해져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 계속 당황한 채로 정부가 더욱 나빠지고 참아내기 어려워져 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가증스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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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선
앨런 홀링허스트 지음, 전승희 옮김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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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고 우아한 소설은 어쩌면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제럴드는 절대 질 수 없게 되어 있는 사람이야.˝ 이 말의 진실, 닉은 절대 이길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 허물어질게 분명한 아름다움과 부와 세속적 황홀경에 대한 그의 추구는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좋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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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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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의 놀라운 경험이 이 책을 집어들게 했다. ‘재기‘는 넉넉했으나 감동을 선사할만큼 두텁지는 않았다. 조지 손더스, 링컨이라는 이름이 없었더라도 이 책이 과연 극찬을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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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코페르니쿠스 - 뿔 모던클래식 6
존 반빌 지음, 조성숙 옮김 / 뿔(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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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당신이 무엇을 상상했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무엇을 상상했던지 간에 그 상상은 옳지 않으리라는 것, 그것 하나뿐이다. 코페르니쿠스에 대한 클리세적인 사실들을 반빌은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간다. 반빌이 그려내는 코페르니쿠스는 참피나무의 비밀을 이해하려는 소년일 뿐이고, 끝내 그 비밀을 풀지 못하고 죽인 노인일 뿐이다. 그의 삶은 가치가 있었나? 그는 절망한다. 그는 자신의 삶이 실패였다고 느낀다. 단단히 여겨지던 신과 하늘과 대지를 부정해버린 존재였을 뿐이라고 인식한다. 그러므로 그는 그저 외로운 한 인간일 뿐이었다. 돌아갈 신도 없게 되어버린 존재. 삶의 비밀을 평생 찾아헤맨 대가치고는 가혹하다. 그러나 그가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고 해도 다른 길을 갔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므로 그는 닥터 코페르니쿠스다. 

 

읽기 전 반빌 같은 모더니스트가 왜 코페르니쿠스를 썼을까 몹시 궁금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아무리 반빌이라도 전기소설만큼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상상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았다. 반빌은 그저 반빌이었다. '플로베르의 앵무새'도 놀라웠지만 '닥터 코페르니쿠스'는 더 놀랍다. '플로베르'가 호화롭고 날렵하다면 '코페르니쿠스'는 느리고 견고하다.

 

이 책을 내고도 나머지 책을 내지 않은 출판사의 결정이 놀랍다. 더 놀라운 건 이 책이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는 우리 독서 시장의 현실일까? 모르겠다. 그러나 지나치게 영악한 출판사의 결정에 더 반발심을 느끼게 되는 것은 한 사람의 독자로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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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아이돌론
사이토 미나코 지음, 나일등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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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적인 찬양 비평만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풍토가 얼마나 원시적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 마케터의 분석이 평론가들의 글보다 더 날카롭다는 평가에도 찬성. 자신의 생각을 펼치면서도 강요하지 않는 열린 집필 자세도 마음에 들고. 일본의 문화란 역시 간단치 않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오래된 단가를 현대적인 베스트 셀러로 만드는 나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시조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 셈이니까. 또 하나 느끼는 것은 평론가 아저씨들의 속물 근성. 그건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것 같네. 하여간 꼰대들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니까.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한겨레출판의 홍보 방식. 나온지 15년이 된 책이라는 사실은 더 솔직히 밝히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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