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살면서 경험하는 가장 단순하고 흔한 형태의 몰입 중 하나가 독서이며, 다른 형태의 몰입과 마찬가지로 독서 역시 끊임없이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문화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 독서는 자신이 경험하는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 사람들은 독서를 통해 차분하고 침착하게 인생의 긴 시간을 한 가지 주제에 바치고, 그 주제가 우리의 정신에 스며들게 한다. 독서는 지난 400년간 가장 깊이 있는 인류 사상의 대부분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도구였다. 그리고 이 경험은 현재 나랑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2006년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을 읽었다. 그 당시 나는 운전면허가 없었는데, 이 책에서 몰입경험 1위가 운전이어서 운전 중에 발생하는 몰입이 어떤 건지 알고 싶어서 운전면허를 따볼까 잠시 생각했었다. 운전을 하고 있는 지금, 운전할 때 발생하는 몰입이 크다는 거 인정. 하지만 내 경우 더 큰 몰입은 바느질이다! 특히 옷소매 단이 뜯어져서 바느질을 할 때 정말 엄청난 몰입을 하게 된다. 요한 하리 씨에게 바느질이나 손뜨개(코바늘 대바늘로 모자나 장갑 가방을 만들 수 있다, 뜨개질이 하고 싶어서 초등학생 때 엄마한테 배우고 나머지는 책 사서 독학으로 함, 근데 어깨랑 목이 아파서 오래 전에 그만 둠)를 추천한다. 바느질 혹은 뜨개질 혹은 산나물 채취(특히 야생 고사리 채취!!!)를 해봤다면 몰입행위의 하나로써의 독서를 저토록 찬양하지 않았을 것. 지난 400년 간 문맹이 훨씬 많았을 시대였는데, 지난 400년간이 문맹률 0였다는 식의 저 무지.
평생에 읽은 책이 <이승만 평전>과 서갑숙 <나도 때론 포르노그래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와 부산일보 읽는 것이 전부인 나의 부친은 뭔가?? 독서라는 고오급 몰입은 못해본 사람인가? 하지만 반대로 아빠는 평생 스마트폰을 사용해 본 적이 없기에 필자 같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험도 해 본 적이 없을 듯. 폰=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해서 문자도 절대 확인 안 함. 저장된 전화번호 아니면 받지 않음 ㅋㅋㅋ 엄마는 현재를 사는데(아이폰, 아이패드, 해외여행, 지금도 국민학교 동창들과 동유럽 여행 중) 아빠는 2000년을 살고 있다. 2G 폰, 유선 tv, 종편, 텃밭 농사, 산냥이들 사료주기(폭우가 내려도 텃밭에 가서 산냥이들 사료 줌).
책 읽기 중 소설 읽기를 제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책의 4장을 읽어내는데 엄청난 인내가 필요했다. 독서를 신성화하는 이런 견해 진짜 밥맛없다. 이래서 내가 남들한테 책 읽는 티를 안 내는 것이다. 차라리 명품 좋아하는 허영녀로 보이는 게 낫다. 웃긴다. 긴 텍스트를 읽는 것이 지상 최고의 집중력이라고 생각하는 지식인의 오만이 웃긴다! 독서보다 더 강한, 더 본질적인 몰입을 주는 활동이 얼마나 많은데!
작년에 이 책이 인기였을 때도 딱히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나에겐 또 하나의 다이어트책일 것이 뻔하기 때문. 절반 쯤 읽은 지금 '역시 다이어트책이었다.' 라고 생각함. 다이어트책에서 말하는 살찌는 이론이 내 몸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 뭔 짓을 해도 식욕이나 식탐이 생기지 않음. 오레오 쿠키 오리지널 2개 먹으면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음. 그래서 나에겐 먹다 남은 과자를 보관하는 과자통이 있다. 스벅 조각케익도 4번 정도 나눠 먹는다. 즉 4일 정도. 너무 달기 때문에 몇 입 먹고 나면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다.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다는 게 도대체 뭔지 모름.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하염없이 스크롤하지도 않고, 인스타에서 영상 1,2개만 봐도 정신이 혼미해져서 질려버림. 소셜(페북, 트위터)는 애초에 하지도 남의 것을 보지도 않음. 인스타는 정보확인용으로 가입함. 씨네21, 영화의전당.필름클럽 등. 주로 영화 관련.
핸드폰을 두고 식사를 하러 나갔다. 돌아오니 사람들이 내 이메일과 문자에 답하기 시작하고 있었고, 나도 모르게 살짝 내 존재를 확인받는 느낌이 들었다. 몇 주 뒤 소셜미디어에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고,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왜 소셜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받아야 할까? 나는 온라인에서 소셜하게 하는 게 귀찮고 성가신데. 특히 좋아요하트에 별 감흥이 없어서, 남에게도 잘 하지 않는다. 좋아요=신생아 모로반사 같은 거라고 생각함. 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아무 관심이 없는 게 좋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건 다 할 수 있으니까. 옷으로 비유하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을 때는 내가 입고 싶은대로 마음껏 입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옷을 입을 때마다 사람들이 관심을 주면...그게 피곤해서 평범(?)하게 입으려고 하는 거 같다. 나는 역관종...
빠른 속도는 곧 적은 이해를 뜻한다. 다시 과학자들은 전문 속독가들을 연구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명백히 낫긴 하지만 결과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이 정보를 흡수하는 속도에 최대한도가 존재하며, 그 벽을 부수려고 하면 그저 정보를 이해하는 뇌의 능력이 파괴될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나는 책을 읽을 때 한 글자 한 글자 소리 내어 읽듯이 읽는다.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작게 소리를 내어서 읽는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 부분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내가 교수라도 된 듯이 나에게 설명을 해 본다. 러시아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 이름의 첫 한 두 글자만 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라.스.콜.리.니.코.프. 다 읽는다. 매번. 늘. <왕좌의 게임>을 읽을 때는 계속해서 지도를 다시 보면서 소설을 읽었다. 늘 속독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역시 내 의심이 옳았다. 속독=드라마 2배속으로 보기. 드라마나 영화를 2배속으로 보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또는 16부작 드라마의 4시간 요약본 보기. 음악감상도 미리 듣기 1분만 하거나 2배속으로 하지 그러니? 내가 속독을 의심하는 이유는 속독을 하는 사람과 책에 대해서 대화를 해보면 그 사람이 책에 대해서 기억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별로 없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장면, 여러 문장에 대한 내 감상이나 경험과 연결이어서 말할 거리가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게 없었다. 그래서 내가 주로 듣는 말은 "기억력이 정말 좋다" 는 것...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장악한 기술은 인간 정신의 작동 방식에 대한 B.F. 스키너의 관점에 기초한다. 임의적 봅상을 간절히 열망하게끔 생명체를 훈련시킬 수 있다는 스키너의 통찰이 우리의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 다수가 보상을 얻기 위해 기괴한 춤을 추도록 훈련된 새장 속 새들과 비슥하며, 그러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그러한 행동을 선택했다고 믿는다.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내가 스키너의 딸(스키너는 자신을 딸들을 대상으로 실험함, 스키너 읽다가 구역질 나서 때려치운 기억)이었다면 스키너는 자신의 가설 증명에 실패했을 것이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타인의 보상에 별 관심 없음. 정적 강화든 부적 강화든 개무시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했을 것임. 심지어 나는 정적 강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신용카드가 혜택으로 나를 구속하는 걸 싫어하고, 안 씀. 내 행동반경을 신용카드 혜택이 구속하는 거 진짜 개극혐이다. 신세계 유니버스 같은 거 절대 가입 못하지. 그들이 정한 유니버스에 갇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니까.
잠을 적게 잘수록 세상은 모든 면에서 더 흐릿해진다. 집중력이 나빠지고, 깊이 사고하고 관련성을 찾아내는 능력도 줄어들고, 기억력도 감소한다.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가끔 보면 깊은 수면=숙면이라고 혼동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숙면은 한다면 4-5시간만 자도 충분하다고 한다. 흠...그럼 렘수면은 언제?? 깊은 수면, 얕은 수면, 렘수면의 절대치 시간이라는 게 있는데... 나는 공부 대신 잠을, 돈 대신 잠을 선택했다. 잠을 자는 것은 지고의 쾌락이다. 실컷 잘 자고 일어났을 때의 기분은 1억 원을 주고도 못 사는 것!! 나랑 한 번이라도 같이 자본 사람이라면 내가 잠 천재라는 걸 다 인정한다. 밤 10시 전후로 "잠 온다" 하면서 침대에 기어들어가고 좀 이따 보면 이미 잠들어 있다고. 밤이 되면 잠은 어김없이 쏟아지고 난 순식간에 잠에 빠져든다. 나의 허접한 미밴드의 분석에 의하면 깊은 수면과 렘수면이 매우 우수!!(6인 입원실 보호자 침상에서도 잘 자서 나를 깨우기 위해 동생은 물티슈통을 나에게 던져서 깨울 정도)
ps. 내가 왜 이 책에서 언급하는 스마트폰 중독이 되지 않았는지 이 책을 통해서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1)나는 정보를 놓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특히 금전적)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약간의 손해는 사실 더 큰 이득이다라는 게 내 생각! 2)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전혀 '소셜'하지 않는 나의 성격. 타인의 인정과 비난은 다 헛소리.
ps2. 이 책의 저자 요한 하리는 너무 호들갑 징징. 누가 보면 전쟁고아라도 된 줄 알겠네. 너는 전쟁통에 부모를 잃은 게 아니라 아니라 집중력을 잃었을 뿐이야, 인마. 그만 징징대. 징징댈 시간에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학살에 대한 기사나 써라. 직업이 기자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