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2024.8.21. 개봉

주연: 안소니 홉킨스

이름 말고는 아는 것이 없는 위인의 전기영화는 가급적 보자라는 생각으로 본 영화.

프로이트가 무신론자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가 C.S. 루이스에게 왜 신이 없는지를 설명하는 말들이 내가 늘 하던 말이어서 놀랐다.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펼 법한 논리이자 이유이지. 프로이트는 엄마와 아들로 보이는 두 사람이 찍힌 사진 액자를 C.S. 루이스에게 보여주며 내 딸은 폐렴으로 죽었고, 내 손자는 스페인독감으로 5살 때 죽었다. 그게 신의 뜻인가? 그게 신의 뜻이라면 신은 없는 것이다라고 크게 말했다. 내 말이!! 절망과 고통의 신의 뜻이라면 신은 사이코패스 st의 악마라는 말이잖아, 안 그래? 

프로이트보다는 안나 프로이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진 영화.

재미는 없었다. 안소니 홉킨스가 이런 시시한 영화에 출연한 이유가 궁금해졌을 뿐. 


2. <피렌체와 우피치 미술관> 2024.6.26. 개봉

내가 자의로 다시 피렌체나 우피치의 미술품 공부는 하지 않을 거 같아서 본 영화. 솔직히 나는 서양미술의 예수, 성모, 천사들 그림을 견디기가 힘들다. 나를 서양 르네상스 종교 미술로 안내한 자는 역설적이게도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다. 루터에게 종교개혁을 일으키게 한 역대급으로 타락한 교황 율리우스 2세와 미켈렌젤로 사이의 일화들이 저녁드라마처럼 자극적이라서 그 시절 미술에 푹 빠지게 되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지만 교황이 급여를 적게 준다고 하자 예배당 천장화 그리기를 거부한 미켈란젤로. 이런 게 진짜 웃기고 좋았다! 믿음과 급여는 별개지, 아무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우피치 미술관을 만든 로렌조 메디치는 아니고 그 전 세대 메치디다. 아마도 피에로 메디치. 사실 메디치 가문 계보에 대해서 알지 못해서 대충 봤더니 기억이 가물가물. 아무튼 어떤 메치치가 사회자가 되어서 미술품들을 설명한다. 나는 사회자 메디치가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에 대해서 어떤 설명을 할지 매우 궁금했다. 메디치 가문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나에겐 우치피의 2만 여점의 그림=아카데미아 다비드상이라는 공식이 성립. 난 다비드 상 보러 피렌체 간 김에 우피치도 들렸기 때문. 하하하! 


영화에서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어느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는지 언급하지 않았고 다비드 상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도 미켈란젤로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만 함. 쪼잔한 놈들. 보티첼리의 봄과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장황하고 세세한 설명과는 대조적으로! 

ps. 나에게 비너스의 탄생은 은희경 단편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와 동의어. 그 소설에서 등장한 비너스의 탄생이 너무 강렬했다. 


3. <제프 쿤스. 그 은밀한 초상> 2024.7.31. 개봉

제프 쿤스가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에서 태어났다면 그의 작품이 우피치에 전시되었을까, 전시될 정도로 훌륭한 작품을 남기는 예술가가 되었을까? 아마도 그 시대가 요구하는 예술가로 활동을 했겠지. 유명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시대 속에서 살았기에 유명해진 거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인정받는 게 불가능했을 테니. 미켈란젤로 역시도 1970년대 뉴욕에서 활동했다면 제프 쿤스처럼 풍선 모형 유리 조각품의 광택 내기 작업에 혼신을 다 했을지도 모르지. 대리석을 깎는 것보다는 훨씬 시시한 조각 작품으로 훨씬 더 유명해지고 더 돈을 많이 버는 뉴욕 현대미술가가 되었을 터!


난 현대미술을 신뢰하지 않는다. 

안목 부족이라고 해두자.

왜 신뢰하지 않냐면, 

현대미술은 작품보다는 왜 내가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거 같기 때문이다. 

제프 쿤스의 풍선개, 플레이 도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을 비교해 보면 

전자는 매우 많은 설명이 필요하고, 다비드상은 아무 설명이 필요 없는 것. 

작품 자체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니까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미사여구를 덧붙여줘야 하는 거 아닌지??


예체능. 즉 음악, 미술, 체육(스포츠), 춤(현대무용)

중에서 미술, 현대미술은 어딘가 좀 사기같다.

음악이나 체육은 기본기를 갖추기 위해서 육체를 훈련시켜야 하는데 반해

미술은 낙서도 예술이라고 우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기본기 연마 없이도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이 매우 싫다. 

작품보다는 이론(해설)이 우선시 되고, 해설만 근사하면, 경매가만 높으면 위대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시시하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현대 미술이다. 연예인 중에 느닷없이 화가를 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기본기가 없어도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전시회는 열 수 있고, 누군가 돈 많은 사람이 작품 사주면 훌륭한 미술가가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음악은? 스포츠는? 현대무용은? 기본기 없으면 거의 못하니까.


4. <베토벤 프로젝트> 2020.7.21. 개봉

안무: 존 노이마이어

베토벤 탄생 250 주년을 기념해 공연한 발레 작품. 

나는 영화와 소설에만 흥미가 많아서 이런 공연 감상 기회가 오면 의지를 가지고 보려고 한다. 최근에는 태민의 춤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더더욱 보려고 했다. 총 러닝타임은 139분. 약 60분 정도 진행됐던 1부에서 베토벤 역의 무용수는 잠시도 무대를 떠나지 않고 계속 춤을 춘다. 진짜 대단하다면서 한 생각 두 가지. (1)안무 어떻게 다 외웠지? (2) 힘들 텐데 체력이 정말 대단하다!!!! 


나는 2~3개만 보고 나도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60초 내외의 숏폼이 대세인 요즘, 139분짜리 무용 공연(대사 없음, 서사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을 감상한다는 것이 산속 깊은 곳에 있는 암자에서 면벽수행하는 것과 비슷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제프 쿤스&현대미술과 발레 무용수를 비교해보자. 

기본기 없으면 발레 불가. 하지만 기본기가 없어도 현대 미술 가능. 초딩용 낙서를 해 두고 해설만 잘 붙이면 예술이 됨. 


5. <탈주> 2024.7.3. 개봉

주연 이제훈이라서 본 영화. 이제훈의 온 몸을 다 쓰는 연기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액션배우 전지현을 좋아하는 것처럼 몸을 잘 활용하는 배우가 좋다. 엔딩크렛딧에 이민휘가 있길래, 그렇다면 이건 <박하경 여행기> 동지들이가, 감독 이종필, 음악 이민희, 배우 구교환. 


6. <파일럿> 2024.7.31. 개봉

씨네21의 기사 중 아들보다 더 능력이 좋은데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저가항공을 상속받은 노문영에 대한 서술을 읽자마자 봐야겠다 생각했다. 저가항공을 물려받은 딸 노문영은 노소영 st이어서 놀랐다. 화재의 인물의 스타일과 이름을 차용해도 되는 거구나. 

어머니 칠순 잔치에서 남과 여를 번갈아 가면서 연기하는 조정석을 보니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로빈 윌리엄스 생각이 났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어렸을 때 진짜 많이 봤는데. 


ps. "이런 위급상황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낫지." 라는 남자 기장의 대사가 백미!!


7. <리볼버> 2024.8.7. 개봉

음... <무뢰한>은 진짜 좋았는데...

영화 <무뢰한> 감독이고, 주연도 전도연으로 같다.

내 관점에서 <리볼버>의 미덕은  한국에서 51세(1973년생) 여자 배우가 단독 액션 영화 주연을 했다는 거 정도.

삼단봉이 일 다 했는데, 왜 제목은 리볼버냐

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다.

제목이 리볼버인데 리볼버는 별 쓰임이 없고, 그저 삼단봉만 열일 해!

제목을 걍 '삼단봉'으로 바꾸자!!


20자평. 2024년 한국인: 부모 죽인 놈은 용서해도 새 아파트 훔쳐간 놈은 용서 못하지!! 


8. <트위스터스> 2024.8.14. 개봉

감독: 정이삭(최근작: <미나리>)


팟캐스트 필름클럽을 듣다 보면 임수정 배우, 최다은 pd는 그 시절에 안 본 영화들이 가끔 있다. 1996년 작 영화 <트위스터>도 그중 하나. 나는 당연히 봤다. 심지어 여러 번. 비디오로 빌려본 영화 중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TV에서 하면 녹화해서 보고 또 보고 한 영화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내 기억 속의 헬렌 헌트(<트위스터> 주인공)는 한국말을 한다. 내 기억 속의 앤디 듀프레인(영화 <쇼팽크 탈출>의 팀 로빈스) 역시 마찬가지. 한국말 사용하지 ㅋㅋㅋ 


국뽕 민족주의를 싫어하지만, 이민 2세 한국계 미국인이 워너브라더스 제작 대형재난영화의 감독을 하다니!!!! 

전국 초딩이들이 여름방학 기념으로 전부 다 봤던 영화 <용가리>(나도 남동생의 요청을 수용해서 남동생 손잡고 극장에 보러 가줌)의 흥행에 자아가 비대해진 심형래 감독이 이제는 헐리웃이다 하면서 만든 영화 <디 워>를 보면 나는 얼마나 큰 실망을 하였던가. 아 시발 100분 토론인가에서 진중권이 <디 워> 까면서 잘난 척했던 거 생각나네. 뇌를 포맷하고 싶다. <디 워> 심형래, 진중권 그리고 그 시절의 줄기세포 황우석까지. 그런 시절이었다. 국내활동 잘하던 <원더 걸스>를 데리고 미국으로 가버렸던 박진영을 원망하던 시절이었다. 소희 돌려놔!! 이런 나에게 1996년작 <트위스터> 리메이크 작을 정이삭 감독이 만들고, 흥행하고 있다는 것(심지어 OST도 미국빌보드앨범차트 8위)이 되게 뜻깊고, '아 진짜 살고 볼 일이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거두절미, 재미있다. 극장에서 볼 것 강추!


클렌 파월은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의 그 남주랑 동일인이라고?? 요즘은 킬타임용으로 범죄수사물을 보지만 과거의 나는 로코를 봤었지 ㅎ 넷플릭스이 왠만한 로코는 다 봤을지도.


이 영화의 미덕은 케이트(데이지 에드가 존스) 단독 주연이라는 것. 두 남자 배우는 거들뿐. 케이트가 모두를 구하기 위해 홀로 토네이도 속으로 질주하는 것에 또 한 번 감격! 와 미국 상업 영화에서 여자가 단독으로 세상을 구하는 장면을 볼 줄이야!!!!!!!!


9. <러브 라이즈 블리딩> 2024. 7.10. 개봉

크리스틴 스튜어트 뭘까...

얼마나 예쁠길래, 이 영화에서도 빼어나게 예쁜 건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나오는 영화에서 나는 그의 연기보다 그의 외모와 스타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뭘 해도 예쁘고 스타일리쉬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영화에서는) 이제 사랑은 동성 사이에서나 가능하다는 것.

드라마는 내가 실시간으로 보지 않으니 모르겠다.

이성 간의 멜로 영화가 제작이 되긴 하나?

올해 본 영화 목록 중에 멜로는 <싱글 인 서울> <past lives> <오키쿠와 세계> 정도이다. 

하지만 이 정도 멜로로는 출생아 수를 늘리는 건 불가능. 이런 정서의 멜로로는 딩크가 최선이다!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더 이상 성별이 다른 두 주인공의 짝짓기에 관심도 없고, 영화가 그렇게 흘러가는 걸 바라지도 않는 것 같다. 대표적인 예로는 위에 언급한 <트위스터스>가 그렇다. 영화의 엔딩 장면을 보고 키스하지 않음에 오히려 실망한 올드스쿨 관객 ㅠㅠ 이러니 출생아 수가 저조한 것이다.


요즘 내 킬타임 장르는 수사물이기에 고현정, 하정우 주연의 2007년 드라마 <히트>를 봤는데, 식겁할뻔 했다. 그간 내가 본 한드 수사물 <비밀의 숲>, <시그널>, <모범택시> 등에서는 두 주인공의 짝짓기가 없었다. 아무 정보 없이 드라마 보다가 고현정과 하정우가 키스하고 연인이 되는 걸 보고 놀라 자빠질 뻔 했다. 둘이 어울리지도 않고, 맥락도 없는데 성별 다른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러브라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와 이것이 올드스쿨갬성이구나!!!!!!!!! 와!!!!!! 이유도 맥락도 전조도 없이 무조건 짝짓기로 엮어야 그나마 출생아수가 40만 명대를 유지하는 거였구나!!! 


<트위스터스>의 케이트는 치아가 10개가 보이도록 활짝 웃는 타일러와 토네이도라는 역경을 겪었음에도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1996년 <트위스터>의 얀 드봉 감독의 출세작인 1994년 <스피드>에서는 같은 역경을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두 주인공 애니(산드라 블록)와 잭(키아누 리브스)은 지하철 폭파에서 살아남자마자 키스를 하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2024년의 재난영화 속 여남 주인공은 살아남았음에도 키스하지 않으며, 서로의 육체 혹은 케미적 느낌만으로 사랑에 빠지는 건 동성의 두 인물이고, 이 사랑 영화에 등장하는 이성의 부부 2쌍은 남편이 부인을 죽도록 패거나 죽여버린다. 이러니 출생아수 감소가 전지구적 트랜드가 되는 것이다.


p.s. 네이버에 의하면 2023년 한국 출생아수 23만 28명. 28명을 버림 하지 못하다니 애잔하다 애잔해. 출생아수 늘리는 방법은 짝짓기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저출산 관련 예산을 몰빵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사물은 딥 페이크 성범죄자, 가정 폭력범, 여혐 범죄자 잡는 것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40만 명 대는 힘들더라도 30만 명 대는 어케 되지 않겠냐? 정부 노친네들아, 니가 10대 여학생이라고 생각해 봐라. 남학생들이 여학생 상대로 딥페이크 영상 만드는데 그런 놈들이랑 사랑이, 연애가, 섹스가 가능하겠냐? 말 통하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말지. 


p.s2. 사람들은 돈문제만 해결해 주면 출생아수가 늘어날 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경기도 오산. 출산율도 유행이고 문화다. 여남 주인공이 키스를 안 하는데 어케 애나 태어나나. 하긴 요즘 10대들은 영화 안 보고, 숏폼 보지 참!!! 



10. <비포 선라이즈> 1996.3.30.개봉 / 2024.7.17. 재개봉

비포 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극장에서 못 본 영화. 

드디어 극장에서 봤다. 원 풀었네.


11. <비포 선셋> 2004.10.22. 개봉 / 2024. 8.14.재개봉

아직은 멜로 영화가 대세였던 2000년대 ㅋㅋ

비포 시리즈는 9.4.개봉 예정인 <비포 미드나잇>까지 보고 감상 후기 따로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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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토요일.


이다혜: 비슷하게 굴러가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러니까 6시에 일어날 필요는 없는데 10시에라도 매일 일어난다. 이건 되게 중요한 거예요. 저도 종종 생각하는데 루틴이라고 하는 게 결국은 우리는 구한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단 말이에요. 내가 하고 싶건 하고 싶지 않건 때가 됐으니까 하는, 그게 몇 시에 일어나는 것, 몇 시에 자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청소를 하거나 아니면 누구를 만나거나 만나고 왔으면 제때 씻거나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우리가 제때 할 수 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은근히 도전적인 부분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렇게 하잖아요. 아 오늘 못 나가겠다. 내지는 아 오늘 만나기 싫다. 아니면 너무 귀찮으니까 그냥 미루자. 이런 식으로 해서 내 기분에 맞춰서 하루 일과가 굴러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는 게 자유롭고 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동시에 그런 시간이 쌓이면 약간 내가 나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게 되게 힘들지 않나 라는 생각 많이 하고.

< 315화 마음만 새롭게 먹지 말고 시작을 하자 feat.이다혜 / 영혼의 노숙자>


아직도 '순종하는 신체'에서 정차 중이다. 3부 규율은 강 건너 불 구경 하듯이 읽기가 매우 힘든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난가? 나인가? 나였나? 하는 의심 속에서 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나는 외면 중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자기 자신을 항상 감시하여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하는, 내가 비정상적인 것으로 되지 않도록 하는 마음가짐으로 자기 통치를 해 나가게 됩니다. 그런 것으로서 근대적 개인은 성립한 것입니다. 즉, 자신이 비정상적인 '자'가 아닌가 하는 정체성의 불안감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 전에는 좀 더 행동적인 세계가 있었고, 자신의 정체성의 문제라는 것이 충분히 성립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 3 푸코: 사회의 탈구축 / 현대사상 입문 / 지바 마사야 >

질문1) 과잉 사회화 & 자기 통치 & 수신 & 대타자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
질문2) 타인에게 복종하긴 싫지만 스스로에게는 복종하고 싶은 것(루틴, 갓생)은 자기 통치 & 단일하고 강력한 픽션이 주는 안정감(혹은 긍정적 대타자)인가?

2024년 현재 푸코가 주장하는대로 살면 생존이 불가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세상은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조선시대처럼 해뜨면 일어나서 밭 메고 논 갈고 해지면 잠잘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아닌 것이다. 수면시간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수면보조제를 처방받는 신세가 되는 것이 2024년 인 것이다. 

모든 것이 과잉 그 자체인 시대에 자기 통제 없이 살라는 것은 인생을 망가뜨려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말. 시간과 체력 빼고 모든 것이 무한이다. 한 달 1만원 내외면 무제한으로 영화를 볼 수 있고, 도서관에서 무제한으로 책을 빌려 볼 수 있고, 싸고 맛있는 음식들, 알리나 테무에서의 쇼핑 등. 

유한한 것은 시간과 체력 뿐.

내 생활의 제 1 원칙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평균 8시간 수면 시간을 지킨다 이다. 
그래서 매일 밤 수면시간 측정과 기록을 위해서 미밴드를 차고 잔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질병과 감염에 대한 의학적 감시가 다른 일련의 모든 통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다. 즉, 탈주병에 관한 군사적 통제, 상품에 관한 세무상의 통제, 의약, 하루분의 식량 할당량, 실종, 치료, 사망, 꾀병에 대한 행정상의 통제 등이 그렇다. (중략) 규율로부터 의학적으로 유용한 공간이 탄생하였다.
< 감시와 처벌 / 미셸 푸코>

미밴드 앱에 가보면 지난 몇 년간의 내 수면 기록이 모조리 다 저장되어 있다. 셀프 의학적 통제와 감시. 
네비 앱에 가보면 지난 몇 년간의 내 주행 기록이 모조리 다 저장되어 있다. 최근에 생긴 습관 하나는 내가 내 주행점수를 통제하는 것. 안전 운전이라는 핑계를 대긴 하지만 운전 점수 100점을 받는 것이 게임 같달까. 주행 점수에 관심이 없었을 때는 내 기분대로 운전을 했었다. 특히 과속. 과속을 하지 않는 것이 안전 운전이고 문명이긴 하지만 과속을 하지 않고 각 도로마다의 규정 속도대로 안전운전을 하는 자동차들을 보면 역시 이것은 과잉 사회화, 감시 사회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 

자기 통제에 성공했을 때의 쾌감(성취감)이 좋기 때문에 나를 루틴(시간표)에 끼워 넣는다. 
또는 소소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천했을 때의 성취감 혹은 쾌감이 좋기 때문에 목표를 정하고 실천한다. 
그래서 내 삶의 많은 부분이 계획과 실천으로 채워져 있다. 
내가 나를 잘 통제하고 있다는 픽션이 주는 안정감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단, 타인이 나를 통제하는 것은 딱 질색이다.
나를 통제할 자격이 있는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
하지만 푸코는 자기 통제 혹은 자기 감시가 더 나쁘다고 하는 것 같다...

기원전 551년 춘추전국시대에 태어난 공자는 수신제가치국어쩌고라고 했고, 인생에 방탕이나 나태라고는 없는 나는 수신 두 글자에 매료되었지. 공자는 나이 마흔을 불혹이라 하여 미혹되지 않는다 하였건만 20세기의 서양백인남자 푸코는 나를 미혹하는구나!! 

자기 통제, 자기 감시 그리고 수신의 차이가 구체적으로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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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8-3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배려(돌봄) / 자기 통제 사이의 심원하고도 거대한 공백이 있지요. 거기를 채우는 관점을 계속 업데이트 할 필요가 있는 ... 그런 ‘근대‘와 ‘근대이후/전‘이 혼합되어 있는 픽션 오브 코리아 ㅋㅋ
먼데이님 말대로 루틴 없음 리추얼 없음이 문제적일 수도 있지만.... 과도한 사회회로서의 루틴, 리추얼 도 문제는 문제죠. 즉. 봉건이후(-저는 봉건을 살았습니...-) 근대에서부터 나를 통치하고 지배하는 권력의 형태가 확 드러나거나 가시화되지는 않는 특정할 수 없는 ‘규범(이라고 쓸게요, 혹은 내면의 감시하고 처벌하는 시선...)‘으로의 전환을 여러 자료들을 통해 추적해나가고 있는 책이랍니다. 우리는 왜 어찌하다 셀프통치하는 자(근대인)로 만들어져 버렸는가?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겐가.
저에게 가장 재밌는 부분은 몇장이었더라... (기억이 잘 안나는데..) 권력-지식 을 묶어주는 도구로서 ‘평가‘가 기능한다는 거였어요. 한국의 정규교육을 거쳐오고 매번 별점을 다는 문화 안에서 ‘평가‘라는 시선을 내 안에 아니 가질 수는 없으므로..... 푸코에게 미혹되는 먼데이님~ 판옵티콘까지 꾹 참고 힘내보세욧!

먼데이 2024-09-01 12:41   좋아요 0 | URL
평가도 3부에 나와요. 전 평가는 수능 공부하면서 자력으로 깨달았어요. 특히 문학에서. 국가가 정해주면 그게 훌륭한 문학이고, 내가 그걸 외워야 하니까요. 내 생각엔 아닌 거 같은데 그렇다고 하니까.

하지만 수신과 수오지심을 좋아하는 동양인으로서 자기 통치(수신), 자기 감시(수오지심)는 매우 충격적이라고요. 흑흑. 공자, 맹자 다 때려부수는 미셸 푸코 ㅠㅠ

하지만 푸코의 심정은 알 수 있어요. 저도 쇼핑몰에서 개모차(?)를 타고 있는 개를 보면 ‘저건 아니잖아.‘ 하는 굉장히 서글픈 기분이 들거든요. 심지어 큰 개가 얌전히 개모차를 차고 있는 걸 보면, 아 저게 푸코가 말한 근대인이구나 싶어요. 길들여진 것들...순종하는 신체가 된 것들...
 

느닷없이 사는 것이 지겹다,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분이 들 때 기분을 전환하라고 있는 것이 Kpop 영상 아니겠는가.
3시간 넘게 NMIXX모음 , 여자아이들모음, 여름노래모음 들을 하염없이 보다가(전부 걸그룹)
마지막으로 TWS s면 n 듣고 끝내야지 했으나
진짜 마지막으로 태민 아무거나 1개만 보고 끄자 했는데
태!! 태!!민...뭐야. 신곡 낸 거??
지금도 태민 새 앨범 듣고 있는 중.
하필이면 신인 남돌그룹 다음에 
17년차 아이돌 30대 댄스 가수의 무대를 보니
태민=연느님 같이 보였다.
아이돌의 전성기는 30대지! 아무렴.
하는 것만 같았다.
춤과 현대무용의 어디쯤엔가 있는 태민의 몸놀림.

샤이니와 같은 해에 데뷔한, 태민과 동갑인 아이유의 경우
내 눈엔 아이유가 발전하고 있다거나 어떤 경지에 이르고 있다거나 
새 역사를 쓰고 있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는데
태민은 특히 태민의 춤은 이전의 태민을 압독하고 있는 것 같다.
의상과 메이크업 마저도!

비결이 뭘까?
성실과 천재적 재능?
어디서 몰래 산삼 of 산삼이라도 먹는 건가?
동력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는 걸까?
할만큼 했다, 이 정도면 됐다, 좀 쉬자 하는 기분 같은 건 들지 않나?

어떻게 점점 더 잘 할 수 있지?

한나 아렌트가 매그레 시리즈를 읽으면서
프랑스 탈출 계획을 세운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기로 했다가 
방전되어 버렸달까.
마지막 한 방은 배상훈의 크라임 '사령 살인'편이었다.
집단적 망상에 빠져서 친구를 악령(?)이라고 여겨
그들만의 귀신 퇴치법(칼로 복부를 40번 찌리는 것)으로 
친구를 죽인 사건.
또한 푸코는 개인화(고립)을 권력을 강화시킨다고 비판하나
집단적 고립은 개인보다 더 나쁜 거 아닌가?
한나 아렌트도 개인으로 행동해서 수용소를 홀로 탈출한 것 아닌가?
개인화=고립이 맞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아 모르겠다, 피곤하다, 다 귀찮다.
하면서 KPOP 영상으로 도피했던 것이다.

영상 속에는 젊은 아니 어리고 예쁜 소녀들이 
바비인형처럼 마른 몸에 예쁜 옷을 입고
화려한 무대에서 흥이 넘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이런 영상을 보는데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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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화


규율의 역사적 시기는 신체의 능력 신장이나 신체에 대한 구속의 강화를 지향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메커니즘 속에서 신체가 유용하면 유용할수록 더욱 신체를 복종적으로 만드는, 혹은 그 반대로 복종하면 복종할수록 더욱 유용하게 하는 그러한 관계의 성립을 지향하는, 신체에 관한 하나의 기준이 생겨나게 되는 시기이다. (중략) 규율은 이렇게 복종되고 훈련된 신체, '순종하는' 신체를 만들어낸다. 

<감시와 처벌 / 미셸 푸코>


냉장실에 있는 식자재라고는 조미료가 필요 없는 된장찌개 양념뿐이었다. 지난 2월에 구입해서 서 너번 된장찌개를 만들어 먹은 후 냉장실 깊숙이 밀려나 있었던 것. 밤 10시경, 쿠팡앱을 열어서 1만 5천 원 치 장보기를 한다. 메뉴는 두부+양파+된장찌개소스 조합의 뭔지 모를 국물 요리. 레시피 같은 건 없다. 그냥 내가 가진 냄비 대용 스텐 프라이팬(야심 차게 스텐 프라이팬을 구매했으나 그 어떤 비법을 사용해 봐도 계란 프라이조차도 성공하지 못했다)의 절반쯤 물을 붓고, 싱거운 맛이 날 정도로 된장을 넣고, 내가 먹고 싶은 만큼 양파와 두부와 다진 마늘을 넣는다. 밥은 없다. 통밀 파스타면과 방울토마토도 샀다. 이것 역시도 레시피는 없다. 올리브 오일+마늘 많이+ 토마토 많이 + 파스타면은 적당히 + 소금 약간 넣고 볶는다. 먹는다. 먹을 만한 맛!


작년 8월에 <감시와 처벌> 1부 신체형, 2부 처벌까지 읽고 1년이 지난 지금 3부 규율을 막 시작했다. 신체형과 처벌은 남에 관한 내용이었다면 규율은 나에 대한 내용이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완벽한 신체의 수사학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한 빅씨스의 모닝홈트 영상을 보면서 홈트를 했다. 나는 스스로를 감시하기에 운동을 할 때는 미밴드로 운동량을 측정하고 매일 점수를 확인한다. 나름의 동기부여의 방식이라고 변명을 하는 것도 3부 규율 앞에서는 구차하기만 할 뿐. 순종력이 좋을수록 서열이 높아지는 사회 속에서의 생존투쟁. 아직 서지도 못하는, 이제야 이가 2개 나기 시작한 조카 생각이 난다. 현대의 소아 청소년 의학과 맘카페 집단지성이 검증한 규율에 이미 완벽히 순종해 버린 행복한 아기. 규율에 더 효과적으로, 잘 적응할수록, 더 잘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이 아기든, 개든, 고양이든, 성인이든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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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는 오래된 유산이다. 그 정확한 모형은 아마도 수도원에서 유래되었을 터인데, 그 형태는 급속히 확산되었다. 수도원에서 사용되어 온 세 가지 주요한 방식-시간 구분을 확립하고 일정한 업무를 강요하며, 반복 주기를 규정하는 일-은 아주 일찍부터 학교, 작업장, 병원에서 재현되었다. (중략) 우선 정교하게 다듬어서 15분, 분, 초의 단위로 계산하기 시작한다.(중략) 즉, 끊임없는 통제, 감시자에 의한 압력, 작업을 방해하거나 산만하게 하는 모든 요소의 제거가 그렇다. 시간을 완전히 유익하게 구성하는 일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미셸 푸코 / 감시와 처벌>



남동생이 광복절 연휴에 조카를 보러 오라고 해서 KTX로 천리길을 다녀왔다. 남동생 부부는 육아에 재능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기가 거대했다! 상위 1% 사이즈 아기라고 했다. 아기의 루틴은 이랬다. 7시 30분쯤 일어난다. 분유를 먹는다. 논다. 분리불안 단계라서 혼자 잘 놀더라도 옆에 누군가 있어야 한다. 깬 지 3시간 전후로 오전낮잠 1시간 내외로 잔다. 일어나면 이유식을 먹는다. 양치질을 한다. 또 논다. 분유를 먹는다. 낮잠에서 깬 지 3시간 후쯤 오후 낮잠을 1시간 정도 잔다. 깨어나면 이유식과 디저트를 먹는다. 또 논다. 7시 전후로 목욕을 한다. 마지막 식사로 분유를 먹는다. 양치를 한다. 20시가 지나면 잔다. 아기는 아기방에서 혼자 스스로 잠든다. 아기방에는 캠이 설치되어 있고, 부모들은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으로 아기의 자는 모습을 확인한다. 아기의 하루는 5끼의 식사, 2번의 낮잠, 1번의 긴 밤 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루틴은 99.9% 지켜졌다. 외출 시에도 지켜졌다! 그 어떤 방탕도 나태도 없는 완벽히 갓생 하는 아기의 하루였다. 


아기의 일과에는 그 어떤 불쾌도 불결도 없는듯 했다. 집안의 온도와 습도는 늘 자동으로 조절되었다. 발달 단계에 맞는 국민 장난감(feat. 당근)들이 가득한 거실의 놀이 공간. 기어 다니는 아기의 안전을 위한 아기매트와 울타리. 똥오줌을 한가득 싸더라도 뽀송한 기적의 기저귀. 적외선 온도계로 측정해서 먹이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홈메이드 친환경 유기농 이유식. 마찬가지로 수전에 설치된 온도계로 조절한 체온에 가까운 온도로 채워지는 아기 욕조의 물. 마지막으로 국민 아기침대 일룸 쿠시노까지! 


완벽한 양육을 받는 최초의 인류, 다른 인류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불쾌와 불결이 99% 제거된 상황에서의 아기의 일과란 어째 좀 SF블랙코미디 같았다. 아기는 먹기 싫은 분유를 먹어야 할 때 외에는 거의 울지 않았다. 하루의 70%는 웃었고, 그 웃음의 절반쯤은 아무 이유도 없이 웃는 것이었다. 


어쩌면 푸코는 인간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크라임에 쩔어 있는 나에게 인간의 디폴트는 범죄요, 처벌이 곧 구원이다..라는 생각... 감시가 안전이요, 처벌이 정의인 5G 시대에 푸코가 살았다면 어떤 책을 썼을지 매우 궁금해진다. 내 조카의 일과를 양육이 아님 사육이라고 했을지도 모르지. 내가 요즘의 반려동물을 보고 저건 동물사랑이 아니라 동물학대다라고 하는 것처럼. 



2408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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