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20 화


규율의 역사적 시기는 신체의 능력 신장이나 신체에 대한 구속의 강화를 지향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메커니즘 속에서 신체가 유용하면 유용할수록 더욱 신체를 복종적으로 만드는, 혹은 그 반대로 복종하면 복종할수록 더욱 유용하게 하는 그러한 관계의 성립을 지향하는, 신체에 관한 하나의 기준이 생겨나게 되는 시기이다. (중략) 규율은 이렇게 복종되고 훈련된 신체, '순종하는' 신체를 만들어낸다. 

<감시와 처벌 / 미셸 푸코>


냉장실에 있는 식자재라고는 조미료가 필요 없는 된장찌개 양념뿐이었다. 지난 2월에 구입해서 서 너번 된장찌개를 만들어 먹은 후 냉장실 깊숙이 밀려나 있었던 것. 밤 10시경, 쿠팡앱을 열어서 1만 5천 원 치 장보기를 한다. 메뉴는 두부+양파+된장찌개소스 조합의 뭔지 모를 국물 요리. 레시피 같은 건 없다. 그냥 내가 가진 냄비 대용 스텐 프라이팬(야심 차게 스텐 프라이팬을 구매했으나 그 어떤 비법을 사용해 봐도 계란 프라이조차도 성공하지 못했다)의 절반쯤 물을 붓고, 싱거운 맛이 날 정도로 된장을 넣고, 내가 먹고 싶은 만큼 양파와 두부와 다진 마늘을 넣는다. 밥은 없다. 통밀 파스타면과 방울토마토도 샀다. 이것 역시도 레시피는 없다. 올리브 오일+마늘 많이+ 토마토 많이 + 파스타면은 적당히 + 소금 약간 넣고 볶는다. 먹는다. 먹을 만한 맛!


작년 8월에 <감시와 처벌> 1부 신체형, 2부 처벌까지 읽고 1년이 지난 지금 3부 규율을 막 시작했다. 신체형과 처벌은 남에 관한 내용이었다면 규율은 나에 대한 내용이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완벽한 신체의 수사학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한 빅씨스의 모닝홈트 영상을 보면서 홈트를 했다. 나는 스스로를 감시하기에 운동을 할 때는 미밴드로 운동량을 측정하고 매일 점수를 확인한다. 나름의 동기부여의 방식이라고 변명을 하는 것도 3부 규율 앞에서는 구차하기만 할 뿐. 순종력이 좋을수록 서열이 높아지는 사회 속에서의 생존투쟁. 아직 서지도 못하는, 이제야 이가 2개 나기 시작한 조카 생각이 난다. 현대의 소아 청소년 의학과 맘카페 집단지성이 검증한 규율에 이미 완벽히 순종해 버린 행복한 아기. 규율에 더 효과적으로, 잘 적응할수록, 더 잘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이 아기든, 개든, 고양이든, 성인이든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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