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커피를 마셔도 밤 9시가 지나면 느닷없이 잠이 쏟아진다. 말 그대로 폭우 후의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3달 넘게  매일을 빠짐없이 홈트를 해서 체력이 좀 좋아졌다는 판단하에 다시 '듣는 행위'(음악, 팟캐스트 등)를 시작했는데, 이 탓인가. 지금도 노래를 들으면서 일기를 쓰는 중이다(며칠 전에 모건 월렌이라는 유명한 가수를 이제야 알게 된 기념으로 열공 중). 10시간 30분을 쉼 없이 자고 나서야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아침 출근 노동자로 살아온 내 몸은 7시쯤에 잠시 깼지만 '일요일이지.' 하고 다시 잠들어버림.


어제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시사회를 봤다. 영화가 끝난 후 강동원, 허준호 등등 주요 배우와 감독이 무대인사를 했다. 내 자리는 무대와 가까웠다. 이 정도면 강동원 땀구멍도 보이겠는걸 ㅎ. 영화는 이거 그냥 집에서 본다면 진짜 노잼이겠다 싶었지만, 극장 특유의 몰입력과 웅장한 사운드 덕분에 왠지 모르게 시시한 장면에서도 조마조마해졌다. 하지만 주로는 빨리 영화 끝나고 강동원이나 봤으면 싶었다. 


강동원은 헉!!


라깡에 의하면 미와 추도 절대적인 것이 아닌 그저 학습당한 것일 뿐이라고 하는데, 강동원은 뭐랄까. 일상에서는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다른 인류 같았다. 스트레이트 핏의 연청색 진과 루즈핏의 셔츠를 한쪽만 넣입으로 입었는데 셔츠 단추는 2~3개 정도 채우지 않은. 키 크고 마른, 얼굴까지 잘 생긴 남자가 저렇게 입다니!!! 내가 실사로 마주한 마지막 남자가 오늘의 강동원이게 해 주세요!!!!!!!! 연예인 사생활에 아무 관심이 없는 나는 강동원이 결혼을 했는지 이혼을 했는지도 모르는데, 결혼한 적 없으시다고 ㅎ. 저 얼굴 매일 보고 살면 그냥 해븐, 천국 아닌가? 내가 되고 싶은 것은 강동원 매니저!! 완벽한 직원복지다! 


티모시 샬라메 실사에도 큰 감흥이 없었는데, 너무 멀리서 봐서 그럴지도(2019년 BIFF <헨리 5세> 무대인사), 오래전 흠모하던 조시 하트넷 실사(2009년 BIFF, <나는 비와 함께 간다> 무대 인사, 이병헌, 기무라 타쿠야도 실사로 봄)도 그렇게까지 감동은 아니었는데, 왜 팬도 아니었던 강동원에게(이제 더 이상 젊지도 않은) 나는 인간적으로 반해버렸다. 


사실 이 시사회 표는 내가 예매한 게 아니다. 내가 요즘 얼마나 정신없이 사냐면 올해 BIFF도 잊고 있었을 정도. 예매 오픈도 모르고 있었다. 아직 예매도 안(못)함. 그냥 평일 저녁에 남아 있는 거 볼 생각. 당연히 내 취향이 아닌 추석용 영화 관심도 없고, 강동원 팬도 아니기에 무대인사도 몰랐다. 지인이 예매한 건데 못 가게 됐다고, 자리가 좋아서 취소하기 아깝다면서 나더러 갈 생각 있으면 표 준다고 해서 기분 전환 삼아 간 것. 그런데 기분 전환 이상으로 심장 저격 당함. ㅠㅠㅠ


3 달마다 건강검사 당하면서, 이번에 결과 또 안 좋아서 기분별로 였는데, 죽으란 법은 없는지 '그래 살자, 살다 보면 강동원도 가까이에서 보잖아.' 하면서 나를 다독였다. 


강동원을 가까이서 보고 심장 저격을 당했을 정도로 각성되어도, 잠은 어김없이 나를 찾아와서 BIFF 예매도 못하고(티켓 카탈로그 뒤적이다가) 기절하듯 쓰러져 잤다(잔 날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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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4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5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3-10-02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천박사.....(제 느낌엔 슈퍼 그랑죠) 나도 봤어요... 저는 추석 마다 강동원이 나오는 영화를 챙겨보는 편인데.. 언제나 (비주얼이) 옳아요ㅋㅋ!!! 특히 능글맞은 캐릭터에 매우 적합함 (전우치, 검사내전 ㅋㅋ) 그는 늙어도 여전히 출중하더군요 ㅋㅋㅋ!!

먼데이 2023-10-05 08:21   좋아요 1 | URL
전 <전우치>를 CGV 센텀 스타리움관(그 당시 국내 최대 스크린이었을지도, 영화비도 더 비쌌던 듯)에서 봤는데 화면 가득 강동원 얼굴만 클로즈업되면서 강동원이 ˝나는 전우치다˝를 부산 억양으로 해 버려서, 폭소했던 기억이 ㅋㅋㅋ
강동원은 일부러 잘생긴 얼굴이 중요하지 않은 역할을 골라서 연기하는 거 같아요.

강동원 본 이후 아름다운 인류에서 벗어나질 못하여, 이번 biff 김희선 보러 가려고요.

공쟝쟝 2023-10-05 12:06   좋아요 0 | URL
biff너무 부러워 허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