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에는 내가 좋아하는 오지은과 이랑이 가끔 게스트로 나온다. 그래서 시나브로 듣다 보니 계속 듣게 되었는데. 최근 것은 다 들어버려서 그럼 1화부터 정주행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장 최근 화에 소설가 박상영이 나왔는데 셀럽맷과 김보람 영화감독이 <영혼의 노숙자>를 1화부터 시작했던 썰을 조금 풀길래 그게 뭔지 급 궁금해져서 1화부터 듣게 되었다. 1화부터 웃겼다. 나도 좀 웃긴 사람으로 살아야겠다..아마도 불가능하겠지만 ㅠ 싶었는데 방금 4화에서 셀럽맷이 시트콤 <세친구> 얘기를 하는데 나도 좋아했던 에피소드들이라 그걸 듣다가 실로 정말 오랜만에 윗몸일으키기 100개 했을 때의 복근경련과 통증을 느낄 만큼 웃었다. 그때 나는 통돌이 세탁기에 손님방 겨울 누빔 이불을 넣고 세탁기 물을 받고 있었다. 이불이 골고루 물에 젖기를 바라며 허리를 숙여서 이불의 위아래를 힘겹게 바꾸고 있었는데, 웃다가 세탁기에 빠질 뻔했을 정도. 이렇게 원초적으로 웃은 게 얼마 만인지. 


이 정도로 웃은 것은 예전에 화성인 바이러스에 일본 만화 주인공 캐릭터가 그려진 베개와 사랑에 빠진 십덕후 이후로 두 번째인 것 같다. 이 시절 나는 내 손에 지구를 두 번 폭파시켜 버릴 정도의 핵폭탄 버튼이 쥐어져 있다면 0.0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걸 눌렀을 정도로 악의 기운을 뿜고 있었을 시기였다. 보다 못한 동생이 이거 보면 무조건 웃는다 꼭 봐야 한다면서 그 십덕후 편을 무조건 보라고 나를 tv 앞으로 질질 끌고 가서는 강제 시청 시켰던 것. 나는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고, 와 사람이 웃다가 죽을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진짜 더 웃었으면 복근이 파열돼서 119 실려갈 뻔. 


나는 나를 이 정도로 웃게 한 사람에게는 답례를 하는 게 인간의 도리다 싶어서 팟캐스트에서 후원계좌를 찾았으나 없었다. 그럼 인스타인가? 인스타에도 없었다. 그러면 트위터인가? 급 검색해 보니 있다.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금액의 감사를 보냈다. 


어제는 아침부터 울었다. 출근해서 직상 상사랑 얘기하다가 울고, 점심 먹고 멍 때리다가 울다가 눈물 닦고 있는데 친한 동료가 와서 안색이 왜 그러냐고 해서 또 울고, 사는 게 서럽다고 해야 하나 그런 기분. 아픈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게 싫다. 구차하다. 조기 퇴근하고 집에 와서 쉬다가 운동도 취소하고 웃긴 거나 볼까 싶어서 넷플릭스에서 코메디를 검색했으나 내가 원하는 코메디가 없었다. <우리의 우주>가 눈에 들어와서 1화를 봤다가 46억 년 전에 비로소 완성된 태양에게 욕만 쳐해 댔다. 태양에너지만 없었더라도 내가 지금 존재하지 않아도 되었을 건데 싶었기 때문. 1화의 주인공은 태양이 아닌 5개월 된 새끼 2마리를 키우는 어미 치타다. 건기의 어미치타의 먹이사냥의 힘겨움을 보여준다. 치타의 제로백은 3초, 하지만 그렇게 괴력으로 달려서 사냥을 하면 서너 시간 이상 운신을 못한다고 한다. 에너지를 너무 사용해서. 그런데 제로백 3초의 파워로 사냥감을 쫓았으나 사냥에 실패하면 하루종일 쉬어야 할 정도로 다운된다고... 그걸 보면 난 또 울었다. 왜 태어나서 굶주려야 하고 번식해야 하냐고. 그리고 치타도 힘들지만 치타에게 잡아 먹히는 초식동물은 또 뭐냐고. 그런 걸 보면 난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 와중에 5개월 된 새끼치타는 왜 그렇게 귀여운 건지 ㅠㅠㅠㅠㅠㅠ) 번식과 생존의지 뭐 그런 것의 숭고함을 보여주려고 하는 거 같은데 뭐가 숭고하냐? 개고생이지. 번식과 생존을 숭고하게 여기고 맹목 하는 게 아무리 봐도 사이비 종교와 똑같단 말이지. 그래서 유튜브에 가서 <아따맘마>를 좀 보다가 잤다. 


이런 상태의 나를 복근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웃게 해 준 셀럽맷은 노벨평화상 감이다. 그리고 하나 깨달은 것은 원초적으로 웃는 것, 즉 복근이 아플 정도로 웃는 것 말고는 구원이 없다는 것이다. 또 복근이 아플 정도로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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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3-2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세친구라니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저 그 팟캐 알아요. 근데 시끄러워서 못듣겠음... 왜 나는 시끄럽게 떠들면서 남들 떠드는 소리는 싫어하는 가!!
그나저나 최근에 웃어본 적 없는 것 같음. ....... 우울하다 진짜.

먼데이 2023-03-25 12:45   좋아요 1 | URL
그 시절의 한국 시트콤을 많이 좋아했어요. 단지 웃기다는 이유만으로. 세친구는 많이 보진 않았지만 좀 웃긴 몸개그가 많았고, 내용과는 별개로 몸개그가 원초적으로 웃긴 걸 정말 좋아합니다. 이휘재가 나온 <큰집 사람들>같은 코미디. 요즘엔 그런 거 없이 그저 말과 상황으로만 웃기려고 해서 좀 아쉽달까요. <세친구>도 지금 보면 많이 실망스럽겠죠? ㅠ

설거지, 집정리, 아침화장, 침대에 누워서 쉴 때 무조건 팟캐스트 들어요.
웃고 떠드는 것도 듣다보면 나도 그 속에서 웃고 떠드는 느낌이라서 나쁘지 않고요.

책읽아웃도 듣지 않으시나요? 전 황정은 소설가가 하는 것만 들어요.

오늘 배가 찢어질 만큼 웃고 나니 그냥 웃는 게 짱인 거 같아요. 금은보화 다 필요 없고, 고상한 철학이나 이상도 다 필요 없고 그저 웃는 게 최고인 듯 ㅠㅠ 하지만 그럴 기회가 잘 없지요.


공쟝쟝 2023-03-25 13:58   좋아요 0 | URL
우리 또래 친구인거 같아요. <큰 집 사람들> 와... 놬ㅋㅋㅋㅋㅋ 그거 정말 재밌었음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원하기만 하면 실은 원하지 않는 데도 시끄럽게 떠들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고, 소음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원하는 1인이라 에지간히 조용하지 않으면 팟캐스트 잘 듣지 않습니다. 지금 듣는 건 오디오 매거진 정희진의 공부가 유일하네요. 예전에 장강명 요조 나오는 책 팟캐 하나 들었고요. 가끔 영화 하나 보면 김혜리 기자 팟캐 찾아 듣구요!
그리고 텐션유지는 아이도르 뮤직으로 ㅋㅋㅋㅋ
네네 웃으며 삽시다 웃으면 복이와요 ㅋㅋㅋㅋ !! 전 큰집사람들 유튜브에서 찾아볼래요. 웃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주말 잘 보내요. 해피 세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