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어 예상보다 빨리 <오만과 편견>을 다 읽고, 지금은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읽는 중이다. <오만과 편견>을 읽을 때 영화 <오만과 편견> ost를 들으면서 읽었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마침 넷플릭스에 영화가 있길래, 영화도 다시 봤다. 늘 그렇지만 역시나 영화는 소설의 잘 만든 예고편 같은 느낌 또는 잘 만든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내 눈에 띈 인물은 베넷 씨이다.


엘리자베스의 견해가 모두 자기 가족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더라면, 그녀는 결혼의 행복이라거나 가정의 안락에 대해 그다지 즐거운 상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젊고 아름다운 데다 마음씨도 착해 보이는-젊고 아름다우면 마음씨도 착해 보이게 마련이니-한 여인에게 반해 결혼하게 되었는데, 막상 결혼해 보니 머리도 나쁘고 마음도 꼭 막혀 있는지라 그녀에 대한 애정은 결혼 초기에 진작 끝나버렸다. 존경, 존중, 신뢰는 영원히 사라졌고, 가정의 행복에 대한 그의 생각들도 모두 깨져버렸다. 그러나 베넷 씨는 누구 탓도 아닌 자신의 경솔함으로 초래된 실망을 보상하기 위해서, 어리석거나 나쁜 짓을 한 결과 불행에 빠진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찾는 도락 따위에 빠질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전원과 책을 사랑했다. 그리고 주로 이런 취미에서 즐거움을 얻었다. 자기 아내에게서 덕을 본 것이라고는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그의 즐거움에 기여했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남편이 아내게게서 기대할 수 있는 유의 행복은 아니지만, 달리 즐길 만한 거리가 없는 처지라면 주어진 여건에서 얻을 것을 얻는 것이 진정한 현자일 것이다. 



"난 내 세 사위가 다 대단해 보인다." 하고 그는 말했다. "가장 아끼는 사위는 위컴이 되겠지만, 네 남편도 제인 남편만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움베트토 에코는 세상이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를 내었고, 인터넷에 떠도는 인도(혹은 티벳??) 승려 짤을 보면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바보들과 다투지 않아야 한다, 즉 바보에게 "니가 옳아." 하고 발걸음을 돌려 바보와 갈라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둘 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었느니, 그는 바로 베넷 씨이다. 왜냐하면 베넷 씨는 바보를 즐기고 감상하기 때문이다. 


**현자 순위**

3위 움베르토 에코. 

2위 인도 혹은 티벳의 현자

1위 베넷 씨



ps. 현재 나의 위컴은 2022년 대선 후보들이다. 대선 토론 놓치지 말고 즐겨야지!!!!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사실 지금 너무 만족스럽게 웃고 있다. 후보들의 면면... 이게 바로 유머!! 리디아와 위컴의 결혼은 자연의 섭리이고 막을 수 없다. 그냥 즐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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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1-07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자 베넷 ㅋㅋㅋ 저도 좋아하는 캐릭터 입니다ㅋㅋㅋ 이렇게 굳이 왜 좋은지 밝혀주시니 아하 그래서였군! 즐겁습니다. 1차원이 되고 싶어 저도 읽는 중이고 박상영의 쓸데 없는 디테일 때문에 자꾸 추억 소환되서 손가락이 오그라듭니다. 오늘 저녁 매운 떡볶이 먹으면서 마저 완독할까 싶네요. 즐거운 주말 되소서!🙏🏻

먼데이 2021-11-08 14:21   좋아요 0 | URL
저도 내가 살았던 시대의 소품들이 고증하듯이 재현되는 소설도 별미네 별미 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절반 정도 읽었는데, 다 읽으셨다면 수성못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