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이란 무엇인가
대중문학연구회 지음 / 예림기획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무적에 소개된 이 책을 거금 만 사천원이나 주고 샀다. 아무리 책값이 오르는 추세라지만, 불과 삼백쪽의 책으로는 비싼 감이 있다. 그리고 사놓고서 책의 엄청난 오타에 기가 질려 버렸다. 줄잡아 열쪽에 하나정도는 얼토당토 않은 글자가 있고 - 번역을 본역 이라고 해두었다든지. 스무쪽에 하나 정도는 작가 혹은 작품 이름이 잘 못 되어 있다든지 하며, 기획진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각 논문들마다 내용이 겹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짜증이 정말 버럭버럭 난다.

개인적으로 육홍타씨의 시장 측면에서 본 한국 무협소설의 역사가 가장 좋았다. 대개의 다른 글들이 무협의 역사를 말할 때는 '1962년 김광주...'로 시작하는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누군가가 요약한 무협의 역사를 재주껏 각색하고 요약하고 한두 꼭지를 첨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육홍타씨의 글은 왜인지 모르지만 터부시되는 무협 작가의 본명 및 속사정, 그리고 시장이 돌아가는 시스템들에 대해서 속시원하게 밝혀주고 있다. 이 책을 읽다가 '이 필자는 무협 소설에 관한 논문을 쓸 자격은 없지 않은가?' 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글이 두엇 있었던 것 같은데, 육홍타씨의 경우 '전문가' 라는 느낌과 함께 '객관적 저널리스트' 라는 느낌을 주는 좋은 글이었다.

이외 조현우씨가 쓴 무협 소설의 흥미 유발 요인 탐색은 나 스스로도 꽤 오래전부터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부분이다. 고 김현 선생이 '중산층의 불안...' 이라는 촌평을 쓴 것이 강산이 몇 번 바뀌도록 사람들의 입에서 반복되지만, 이것은 당시로도 부분적 설명 혹은 '한 입장' 이상이 될 수는 없으며, 더구나 강산이 서너번 바뀐 지금까지도 이 설명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는 평자가 있다면 이것은 불성실한 권위주의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행태라고 생각한다.
조현우씨의 문학적 접근은 무협 소설이 읽히는 이유에 대해 '낯설게 하기' 그리고 신조어인 '낯익게 하기'를 통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조현우씨의 접근으로 놓고 말하자면 불완전한 시론으로 "왜 무협이 읽히는가?" 를 설명했다기보다는 "왜 무협이 안 읽히지 않는가?" 를 설명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즉 설명이 소극적이고 지엽적이며 불완전하다. 아울러 필자의 무협 독서량이 지엽되었거나 많지 않다는 느낌도 받았다. 방법론과 실제로 펼친 논리 전개 등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필요하지만, 문제를 제기하고 나름의 생각을 펼쳤다는 자체에서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오현리씨의 한국 무협 만화의 어제와 오늘. 무협이라는 코드의 역사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나 혹은 다른 무협 애호가들이 지나치게 무협 '소설'에만 치중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기실 옛날의 무협 소설은 조금만 수고하면 구할 수가 있는데, 옛날의 무협 만화 혹은 영화는 구하기가 힘들기도 할테지만... 그러나 소설과 만화 및 영화의 관련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80년대 이전 무협 만화의 경우 "정통 무협" 보다 사극 형태의 무협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이외의 글은, 읽을 때는 재밌지만 읽고나서 까먹었거나, 혹은 읽으면서도 재미없었고 읽고나도 기억이 안 나거나, 혹은 워낙 재미가 없어서 다 읽고서 재미없다는 기억만 남는다. (나로서는 정동보씨의 글 두 꼭지가 그랬다. -_- )

열 꼭지의 글이 들어있는 가운데 세 꼭지가 재밌었으니 타율은 삼할. 야구로 치면 성공이지만 책으로 쳐서는 글쎄 라는 생각이 든다.

글의 내용을 떠나서 이 글의 편집자 및 기획자는 반성해야 한다. '무협은 함부로 씌여진 책이다, 연구될 가치가 없다' 라는 기존의 선입견에 반대하고 진지한 태도를 지니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많은 오타가 있는 책을 낼 수가 없다. 이 책은 최소한 최근 출판되는 무협들보다 훨씬 함부로 편집된 책이다. 교정 직원이 한 번, 무림동 무협 독자가 한 번, 이렇게 두 번만 교정을 보면 십중팔구 고쳐질 수 있는 문제들이다.
(내 기억으로는 역앞에서 파는 어느 여고생의 체험수기 같은 책에도 오타가 이만큼은 없었던 듯 하다.)

각 필자가 별첨한 '무협소설 목록' 들이 비슷한 부분이 많으니 실제로 하나의 일목요연한 도표로 정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부분까지 바라는 것은 사실 약간 무리일 수도 있다. (아니, 무리는 아니다! 엑셀로 이삼일만 작업하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열 편의 글 중에서 네댓편은 '김광주의 정협지...' 로 시작하는 소스가 같아보이는 요약본을 이야기하는데 한페이지 가량을 할애하고 있다든지 하는 성의없는 기획에는 실망하는 바가 크다. (무협을 이야기하기 위해 한국 무협의 역사부터 시작해야 할 필요는 없다. 혹은 기획진의 약간의 조정으로 적절하게 편집이 가능하다.) 암튼 이렇게 함부로 씌여진 책의 책값이 만 사천원!

한번 읽어볼만은 한 책이다. 하지만 조금 더 성의있게 출판되어 기분좋게 권할 수 있는 여지가 있던 책이었는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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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사생활
존 스파크스 지음 / 까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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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서로서 동물의 성생활에 대한 책이 두어 종류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나도 그런 대중서 가운데 한 권을 구입하려는 생각이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비교하면서, 이 책으로 결정지었고, 결과는 대만족이다.

책에 실려있는 그림들은, 생생하고 재미있고 선명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피지의 사진보다 더 낫다는 느낌을 주는 사진도 한둘이 아니다.

단지 흥미 위주로 사실만 기술한 것은 아니다. 저자 자신이 "이기적 유전자"의 생각을 많이 빌어왔다고 하는데, 아무튼 작가의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딱딱하지 않게 기술하고 있다. 내용이 제법 상세하고 논리가 살아있어, 대중서가 아닌 교양서라고 부를 수 있다. 물론 글씨가 좀 빽빽한 책을 꺼리는 독자라면 답답할 수도 있지만... 철학 전문서처럼 빽빽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종이질이 좋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다.

전철에서 흥미 위주로 읽기도 괜찮다. (사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아무 쪽이나 펴서 읽고, 또 아무 쪽이나 펴서 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숫코끼리의 성기는 무게가 40Kg이라느니, 암모기는 숫모기와 관계를 가진 후 숫모기의 체액을 빨아먹는데, 그러면 숫모기는 말라 비틀어져 죽지만 암모기의 성기만은 꽉 막은 채로 죽는다느니 (그래서 암모기는 다른 숫모기와 관계하지 못한다고 한다)...

교양서인만큼, 확 휘어잡아 처음부터 끝까지 눈길을 휘어잡는 가독성은 없어 별 네개. 하지만 만족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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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nnecticut Yankee in King Arthur's Court (paperback) - Oxford Bookworms Starters
마크 트웨인 지음 / Oxford(옥스포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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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A로 우리말 본을 먼저 읽고, (아이디어회관 문고인 아더왕을 만난 사나이)워낙 재미있길래,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끝에 원서를 구해서 읽는 중이다.

줄거리는 기본적으로, 19세기 말(이던가? 20세기 초던가?)에 미국 커넥티컷 주에서 공장장으로 근무하던 어떤 놈이, '싸우다가 망치로 한 대 맞고 일어났더니 아더왕 시대로 가있더라' 에서 시작하는 모험담이다.

얼마나 통쾌하고 싸이코틱한 발상인지, '망치로 한 대 맞고 깨어났더니 과거더라.:'

소설에는 세 가지의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1.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본 과거의 멍청함, 즉 역사의 진보에 대한 철떡같은 믿음. 2.마크 트웨인의 기막힌 말장난  3.후대 SF 만화들에서 수없이 차용하는 아이디어의 원조를 보는 즐거움.

2번에 주목하면서 원서를 샀다. 내가 읽은 것이 아동용 축약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막상 읽다보니, 원문을 100페이지 조금 못 되게 읽었는데, 내가 읽은 것이 아동용이기는 하지만 축약판은 아닌 것 같았다. Sentence to Sentence로 똑같은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나머지 부분을 마저 읽게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국내 번역본은 거의 절판되었지만, 아더왕과 양키라는 제목의 판본을 가끔 구할 수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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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소전 1 - 드래곤 북스 035
임준욱 지음 / 시공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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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욱의 소설은 착하다. 그러나 이 착함은 부분적으로는 '눈치 많이 보는 작가'가, 독자에게 미리부터 '내가 이거 잘못했을 수도 있어요. 용서해주세요. 저거 잘못해줄 수도 있어요. 그것도 양해해주세요. 요거는 잘못하긴 했는데요, 제가 잘못한 건 아니고요, 알면서도 일부러 이렇게 했어요. 저 그정도는 알아요.' 하는 느낌이 강하다. 즉, 가상의 평론가를 상정해두고 일일히 그 눈치를 본다. 그래서 착하고 재미있게 소설을 읽을 수 있으나, 동시에 불편한 부분이 있다.

이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간)에 임준욱은 무림 세계의 여러 장치들에 대해 일일히 설명하려고 한다.  장치라기보다는, '승진체계', '지휘 계통' 과 같은, 지극히 선량한 직장인의 관심사(즉 직장에서 관심가지고 보게 되는 부분)에 대해 천착한다.

임준욱은 확실히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그리고 뒷끝이 담백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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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베린 1 - 엘프의 소원
이수영 지음 / 황금가지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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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환타지, 귀환병 이야기 등은 별 재미없었다, 외에는 기억이 없다. 하지만 쿠베린은 인상이 강하다. 첫째, 만화같기 때문에. 소설을 그만큼 만화처럼 쓸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대단한 재주이다. 둘째, 그래서 재미있다. 엄청 재미있다. 셋째, 때때로 무언가 통찰을 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셋째에 대해서 부연하자면, 작가는 진짜로 느끼고 생각하는 부분인지 아니면 어거지로 만들어낸건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삶의 어떤 부분에 대해서 (특히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해서) 통찰을 시도한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인지 어거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즉 그 통찰에는 때때로 고개를 끄떡이게 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여운이 깊지는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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