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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보는 캐나다 역사 100장면 - 가람역사 47
최희일 지음 / 가람기획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캐나다의 역사는 짧다. 그래서 이들의 박물관을 들어가보면 "박물관" 이라는 느낌보다는 "그때를 아십니까 전시회" 라는 느낌이 강하다. 나는 미국의 현재 자부심과 국력의 원천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들의 짧은 역사라고 가끔 생각한다. 맨주먹으로 신대륙에 내려선 사람들이, 자기들 필요에 의해 법도 만들고 제도도 만들고, 필요없는 것 자꾸 시키는 사람 있으면 전쟁도 하고 하면서, 그들 스스로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현대가 왜,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안다. 그래서 자신들의 현대를 존중한다. 즉, 돈많은 사람=부정직한 사람, 권력있는 사람=왕년의 친일파의 자손... 같이 현대에 대한 불신이 없다. (뭐 아주 없기야 하겠느냐만은...)

잡설 말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을 쓴 것은 작가도 역사학자도 아닌, 의사이다. 하지만 내용은 만만찮게 딱딱하다. 100장면이라고는 하지만, 쉬 연상되는 큰 글자와 알록달록한 판형은 아니다. 오히려 학창시절에 읽던 국사 교과서 느낌이 드는 스타일이다. 화장실에서 쉽게 읽을만한 책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심층적 분석이나 방대한 자료, 고찰, 의견등등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류의 역사기술 방법론을 적용했다기보다는 작가가 여러 역사 교과서를 읽고 공부한 내용을 평이하게 시간순으로 정리했고, 그래서 '심오하게 골치아픈' 내용들은 없다. 때때로 정치-사회-... 순으로 나열하기 위해 시대를 거꾸로 정리하기도 하지만, 읽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이것은 역사학자가 쓰지 않고 의사가 썼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작가 서문을 꼼꼼히 읽는 편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서문부터 읽을 때가 많으며, 서점에서도 서문만 살필 경우가 가끔 있다. '이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길래 왜 이 책을 썼나' 정도의 의문이다. 이 책의 작가는 '북미에 이주하여 곤란을 겪는 한인 동포들에게, 초기 유럽이민의 고난사를 이야기해주고 격려하기 위해' 라고 말한다. 동기 자체에 공감될 뿐 아니라, 책을 읽고나서는 충분히 목적을 달성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이민, 유학 등으로 캐나다에 관심이 높아지는데, 사실 캐나다 사람들 본인들이 이런 역사를 다 알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알아서 손해될 일은 없을만하다.

단, 현대사 부분이 대통령 변천사의 짧은 내용이라는 점만은 불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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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이란 무엇인가
대중문학연구회 지음 / 예림기획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무적에 소개된 이 책을 거금 만 사천원이나 주고 샀다. 아무리 책값이 오르는 추세라지만, 불과 삼백쪽의 책으로는 비싼 감이 있다. 그리고 사놓고서 책의 엄청난 오타에 기가 질려 버렸다. 줄잡아 열쪽에 하나정도는 얼토당토 않은 글자가 있고 - 번역을 본역 이라고 해두었다든지. 스무쪽에 하나 정도는 작가 혹은 작품 이름이 잘 못 되어 있다든지 하며, 기획진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각 논문들마다 내용이 겹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짜증이 정말 버럭버럭 난다.

개인적으로 육홍타씨의 시장 측면에서 본 한국 무협소설의 역사가 가장 좋았다. 대개의 다른 글들이 무협의 역사를 말할 때는 '1962년 김광주...'로 시작하는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누군가가 요약한 무협의 역사를 재주껏 각색하고 요약하고 한두 꼭지를 첨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육홍타씨의 글은 왜인지 모르지만 터부시되는 무협 작가의 본명 및 속사정, 그리고 시장이 돌아가는 시스템들에 대해서 속시원하게 밝혀주고 있다. 이 책을 읽다가 '이 필자는 무협 소설에 관한 논문을 쓸 자격은 없지 않은가?' 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글이 두엇 있었던 것 같은데, 육홍타씨의 경우 '전문가' 라는 느낌과 함께 '객관적 저널리스트' 라는 느낌을 주는 좋은 글이었다.

이외 조현우씨가 쓴 무협 소설의 흥미 유발 요인 탐색은 나 스스로도 꽤 오래전부터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부분이다. 고 김현 선생이 '중산층의 불안...' 이라는 촌평을 쓴 것이 강산이 몇 번 바뀌도록 사람들의 입에서 반복되지만, 이것은 당시로도 부분적 설명 혹은 '한 입장' 이상이 될 수는 없으며, 더구나 강산이 서너번 바뀐 지금까지도 이 설명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는 평자가 있다면 이것은 불성실한 권위주의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행태라고 생각한다.
조현우씨의 문학적 접근은 무협 소설이 읽히는 이유에 대해 '낯설게 하기' 그리고 신조어인 '낯익게 하기'를 통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조현우씨의 접근으로 놓고 말하자면 불완전한 시론으로 "왜 무협이 읽히는가?" 를 설명했다기보다는 "왜 무협이 안 읽히지 않는가?" 를 설명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즉 설명이 소극적이고 지엽적이며 불완전하다. 아울러 필자의 무협 독서량이 지엽되었거나 많지 않다는 느낌도 받았다. 방법론과 실제로 펼친 논리 전개 등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필요하지만, 문제를 제기하고 나름의 생각을 펼쳤다는 자체에서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오현리씨의 한국 무협 만화의 어제와 오늘. 무협이라는 코드의 역사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나 혹은 다른 무협 애호가들이 지나치게 무협 '소설'에만 치중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기실 옛날의 무협 소설은 조금만 수고하면 구할 수가 있는데, 옛날의 무협 만화 혹은 영화는 구하기가 힘들기도 할테지만... 그러나 소설과 만화 및 영화의 관련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80년대 이전 무협 만화의 경우 "정통 무협" 보다 사극 형태의 무협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이외의 글은, 읽을 때는 재밌지만 읽고나서 까먹었거나, 혹은 읽으면서도 재미없었고 읽고나도 기억이 안 나거나, 혹은 워낙 재미가 없어서 다 읽고서 재미없다는 기억만 남는다. (나로서는 정동보씨의 글 두 꼭지가 그랬다. -_- )

열 꼭지의 글이 들어있는 가운데 세 꼭지가 재밌었으니 타율은 삼할. 야구로 치면 성공이지만 책으로 쳐서는 글쎄 라는 생각이 든다.

글의 내용을 떠나서 이 글의 편집자 및 기획자는 반성해야 한다. '무협은 함부로 씌여진 책이다, 연구될 가치가 없다' 라는 기존의 선입견에 반대하고 진지한 태도를 지니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많은 오타가 있는 책을 낼 수가 없다. 이 책은 최소한 최근 출판되는 무협들보다 훨씬 함부로 편집된 책이다. 교정 직원이 한 번, 무림동 무협 독자가 한 번, 이렇게 두 번만 교정을 보면 십중팔구 고쳐질 수 있는 문제들이다.
(내 기억으로는 역앞에서 파는 어느 여고생의 체험수기 같은 책에도 오타가 이만큼은 없었던 듯 하다.)

각 필자가 별첨한 '무협소설 목록' 들이 비슷한 부분이 많으니 실제로 하나의 일목요연한 도표로 정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부분까지 바라는 것은 사실 약간 무리일 수도 있다. (아니, 무리는 아니다! 엑셀로 이삼일만 작업하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열 편의 글 중에서 네댓편은 '김광주의 정협지...' 로 시작하는 소스가 같아보이는 요약본을 이야기하는데 한페이지 가량을 할애하고 있다든지 하는 성의없는 기획에는 실망하는 바가 크다. (무협을 이야기하기 위해 한국 무협의 역사부터 시작해야 할 필요는 없다. 혹은 기획진의 약간의 조정으로 적절하게 편집이 가능하다.) 암튼 이렇게 함부로 씌여진 책의 책값이 만 사천원!

한번 읽어볼만은 한 책이다. 하지만 조금 더 성의있게 출판되어 기분좋게 권할 수 있는 여지가 있던 책이었는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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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사생활
존 스파크스 지음 / 까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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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중서로서 동물의 성생활에 대한 책이 두어 종류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나도 그런 대중서 가운데 한 권을 구입하려는 생각이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비교하면서, 이 책으로 결정지었고, 결과는 대만족이다.

책에 실려있는 그림들은, 생생하고 재미있고 선명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피지의 사진보다 더 낫다는 느낌을 주는 사진도 한둘이 아니다.

단지 흥미 위주로 사실만 기술한 것은 아니다. 저자 자신이 "이기적 유전자"의 생각을 많이 빌어왔다고 하는데, 아무튼 작가의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딱딱하지 않게 기술하고 있다. 내용이 제법 상세하고 논리가 살아있어, 대중서가 아닌 교양서라고 부를 수 있다. 물론 글씨가 좀 빽빽한 책을 꺼리는 독자라면 답답할 수도 있지만... 철학 전문서처럼 빽빽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종이질이 좋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다.

전철에서 흥미 위주로 읽기도 괜찮다. (사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아무 쪽이나 펴서 읽고, 또 아무 쪽이나 펴서 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숫코끼리의 성기는 무게가 40Kg이라느니, 암모기는 숫모기와 관계를 가진 후 숫모기의 체액을 빨아먹는데, 그러면 숫모기는 말라 비틀어져 죽지만 암모기의 성기만은 꽉 막은 채로 죽는다느니 (그래서 암모기는 다른 숫모기와 관계하지 못한다고 한다)...

교양서인만큼, 확 휘어잡아 처음부터 끝까지 눈길을 휘어잡는 가독성은 없어 별 네개. 하지만 만족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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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끄바여! 안녕 우리는 지금 시베리아로 간다
김산환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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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은, 한달의 여행이 책 한 권이 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약간의 질투. -_-;

이 책과 함께, "겨울의 심장" 던가 하는 시베리아 여행기를 함께 읽었다. 둘 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이다. 겨울의 심장은 모스크바에서 서울쪽으로 오는 여행을,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은 그 반대의 여정을 취했다.

이 두 지은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가 된다. 모스크바로... 는 꼼꼼히 여행을 준비해서 떠나는 스타일 - 여행 가이드를 구하기 위해 러시아 현지인을 수배할 정도로 꼼꼼한, 안정지향적인 사람이다. 겨울의 심장은 Lonely Planet 한 권을 들고 갔다고 하는, 일단 가고 보자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두 책의 내용은 우스울 정도로 흡사하다. 기행문의 삼요소가 여정, 견문, 감상이던가? (십년도 전에 대입 시험을 치려고 외었는데 아직도 기억이 난다. -_-) 이 중, 여정과 견문이 똑같다. 똑같은 곳에 도착해서 똑같은 내용을 소개하는데, 그에 대한 감상조차 비슷하다.

두 사람이 함께 이야기한, 이채로운 감상이란,

구 소련의 몰락 이후에 빵 배급을 받기 위해 두 시간동안 엄동에 줄 선 러시아인 - 우리에게는 그런 이미지가 남아있다. 전기밥솥을 사려면 한달치 봉급을 모아야 되고 칼라 티비를 사려면 두달치를 모으고... 로 대표되는 경제적 궁핍도 자주 신문에서 듣는다. 하지만 이들은 말한다. 적게 벌고, 적게 쓰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나는 그런 삶이 우리나라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의 욕심 때문에 대기업에 가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부모님의 욕심 때문에 좋은 집안에 장가들어야 하고, ... 그런 욕심들을 버리면 이 땅에서도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생각도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삶이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삶은 일탈이다. 일탈은 쉽지 않다. 아무 생각없이 살때 가야하는 길은 결국, 아둥바둥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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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의 유혹, 모던의 눈물 - 근대 한국을 거닐다
노형석 지음, 이종학 사진 및 자료제공 / 생각의나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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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책이다.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기에 책의 정확한 판형같은 건 모르고, "어? 좀 비싸네." 라고 생각하면서도 관심있기에 사보았다.

일제시대의 생활사는 흥미있는 소재이다. 적어도, 그 시대에 독립투사와 친일파, 두 종류의 사람만 살고 있으리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알고 있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현실도 그렇기 때문이다. 아홉시 뉴스와 신문은 어김없이
 1.정치인들의 근황
 2. 대기업들의 근황
 3. 밤새 일어난 인간성의 극단을 보여주는 사건사고
 4. 날씨
순서로 세상을 소개하고 있다. 천년 후 우리 시대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눈에 우리 시대는 위에서 나열한 순서대로 보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조선시대를 떠올리자면 1. 임금의 생로병사   2. 충성스런 신하 또는 반역하는 신하의 이야기   대강 이런 순서로 떠올리듯이 말이다.

그러니 모던의 유혹, 모던의 눈물이란 책은 그 시대의 삶에 대한 다채로운 조명이 되지 않을꺼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구입했다. 읽다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맥락없이 늘어놓은 화보와, 그 화보에 대한 별 맥락없는 설명들이 전부다. 화보는 불행히도 흑백이고 흐릿하다. 1930년대 사진이 당연히 그렇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기는 했다. 말하자면 화보가 흐린 것은 작가나 출판사의 책임이 아니라, 총천연컬러를 기대한 내가 잘못한 셈이다. 그러나 텍스트로 말하자면 아무래도 좀 모자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너무 평범하고 평이하다. 삶의 다채로운 각도에 대한 서술이라기보다는, 화보에 대한 설명에 불과하다. 생활사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일반 근현대사 서적의 화보집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가깝다. (그러고보니 이 책이 생활사라고 지레 짐작한 내 착각이 문제 아닌가?)

재미없다는 소리를 길게 쓰려니 참 재미없군. 사서 읽으려다 후회하지 말고, 일단은 서점에서 한 번쯤 열어본 다음, 취향에 맞는지를 판단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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