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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 상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영어로 읽으면 버나드 웨버 라는 사실을 깨닫다.

2.
뇌, 개미 등은 재미있게 읽었고 심오함을 가볍게 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타나토노트는 유치한 상상력을 기발하게 포장해냈다고 생각했고,
타나토노트의 실망이 워낙 컸기에 베르베르를 삼류로 생각하게 됐다.
(예스 24 같은 곳에 올라오는 타나토노트에 대한 극찬에 의아함을 가지면서)

천사들의 제국. 은 타나토노트의 연작이고, 타나토노트보다 더 못하다.
타나토노트는 기발함이라도 있었지만 천사들의 제국은 그마저도 없다.
다만 소재가 동심을 자극할 뿐. (보물섬이나 소년중앙 애독자였던 세대를 위한...)

3.
건질만한 내용 하나는, 어쩌면 윤회란 순차적인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이라는 것.
1500년대를 살고 있는 내가 있고, 1000년을 살고 있는 내가 있고, BC 500년을 사는 내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
그래서 말인데, 베르베르는 짧은 시간에 어떤 철학에 심취하고
(그 학자가 뭐라고 말했는지를 연구한다기보다는 그 학자의 말에서부터 자기의 상상력을 펼쳐서)
그 생각으로 소설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뇌. 는 미셸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소설로 옮겼다는 느낌이 강하다.
천사들의 제국은 고대 그리스 순환사관이나 또는 중용 같은 것에서 가져왔다는 느낌.

4.
그러나 아무튼 재밌게 쓰는 재주 하나는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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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947d3ic 2005-02-1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는 얼마나 잘났다고 베르베르 베르베르를 그렇게 평가하는지 모르겠네요 -_-
님은 평생동안 소설 한 편 신중히 생각해서 써보셨어요? 작가가 이 글을 쓰기위하여 자기의 상상력과 모든 자료를 뒤졌을텐데... 만약 님이 생각한 사후세계를 글로 펴냈는데 사람들이 그냥 유치하고 멍청한 소설이라 그러면 좋겠네요 이건 비판의 도를 넘어서서 부정하는 거 아닌가요?

찬별 2005-02-14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부정하면 안되나요? ^^;
베르베르와 개인적인 안면이라도 있다면 모르지만, 어차피 전업작가의 출판된 책에 대해 독자로 만나는 관계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없던 건 재미없었다고. 재미있던건 재미있었다고.
 
하늘꽃
이인화 지음 / 동방미디어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읽어본 글들 가운데, 도무지 때려죽여도 나는 이렇게 못 쓰겠다고 느껴지는 작가를 몇 명 대보라면 나는 가장 먼저 서정주를, 그 다음으로 이인화를 댈 것이다. (혹시 모르지. 누구 까먹은 사람 없나...? -_-) 그런데 요상스럽게도 이 두 사람은 모두, 정치의식 또는 사생활 때문에 구설수가 많은 사람이다. 한 분야의 천재가 다른 분야의 둔재로 될 수 있다는 한 증명일까?  아무튼 이인화의 그 '매우 지성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감성적인' 문장은, 정말로 기가 막히다.

뭐 그렇긴 한데, 잘쓴 글이 언제나 만족한 독서는 아니라는 점에서 별 네 개.

이인화는 왜인지 몽고에 집착한다. 옛날 초원의 향기 시절부터, 시인의 별을 지나, 지금 하늘꽃에 이르기까지.

역사 의식이라는 면에서, 이인화의 "인간의 길"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리고 사실 이인화의 정치의식을 싫어한다는 사람들 중에 이걸 읽고서 싫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단편집에 실린 이인화의 "려인" 같은 소설을 보면 조금쯤 그 불편함의 근거가 무엇일지 짐작할 수 있다.

몽고의 백부장, 그리고 가족이 몰살당한 고려의 기녀. 몽고에게 국토가 유린당할 때, 원치 않게 군인이 된 몽고 백부장의 편에 서서 보여주는 로맨스. 가장 원칙적인 역사 상대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소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한 편의 낭만적 서사시이다. 그러나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볼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핵심은, "작가는 누구의 편이 되느냐?" 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몽고인의 편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몽고와 고려의 싸움은 "죽은 과거"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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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취설향 1
김지혜 지음 / 영언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최근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 명취설향이다. 비슷한 방식의 정서를 공유하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명취설향을 쓰는 작가의 몸짓을 상상해본다. 글 자체를 쓰기 위해서 그다지 큰 고뇌를 했다고는 느끼지 않았다. 대신에 설향이라는 화두를 꽤 긴 시간동안 머릿속에 담아두고 이를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풀어내기 시작한 글이라고 느꼈다.

장르 소설이라는 이름에 대해 약간은 고민하게 된다. 명취설향이 로맨스인가? 글쎄. 모르긴 하지만, 아니라고 본다. 일단, 장르소설은 천한 것이다. (이것은 독자 및 사회적인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그러기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몇 편의 글들 - 암왕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장르소설에 함께 묶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지간에 명취설향은 깔끔한 글이다. 문장이 단정하고 절제있으면서도 차갑지 않다. 인물들은 정형적이면서도 생생하다. 그래서 명취설향은 잘쓴 글이다. 적어도 1권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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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일지매 1
허수정 지음 / 북갤럽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형편없다. 정말 형편없는 책이다. 어지간하면 이런 표현은 잘 안 나오는데, 작가는 도대체 무슨 생각하고 이렇게 썼는지 모르겠다. 아니, 글은 그렇다고 치고, 자신감 넘치는 작가 후기가 좀 기가 막힌다. 당연히 즐거웠지? 나의 의사역사소설이? 어쩌구 하는...

스토리는 60년대 무협이고, 문장은 순수문학의 아류 느낌이다.본인은 의사(사이비) 역사소설이라고 하지만, 불행히 역사라는 말은 붙이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물론 나는 소설속의 역사에 대해서 매우 관대하다. 고증 같은 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문제는 역사를 대하는 태도이다. 이 작가에게는 어쩐지 무성의함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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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장군 1:제1부 -상 - 창비장편역사소설
송기숙 지음 / 창비 / 1989년 10월
평점 :
절판


1.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평론가가 뽑은 해방후 한국소설 50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알만한 역사소설들은 대강 다 목록에 올랐던 걸로 기억난다. 장길산, 혼불, 토지, 태백산맥, 봄날, 객주.... 그 이외에 기억나는 것이 바로 송기숙씨의 녹두장군이었는데, 글에 비해 별로 읽히진 않았다는 기억이 난다. 객주 또한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었지만, 작가인 김주영씨는 칠성사이다 선전에 나올만큼 대중적 주목을 받았나본데, (홍어, 라는 것도 꽤 베스트셀러였지? ) 송기숙씨는 유독, 그 주목이 적은 것 같다. 대학생들이나 돌려보는 자랏골의 비가, 정도?

열권이나 되는 대하소설들에는 나름대로 색깔이 뚜렷하다. 단편으로 보여줄 수 없는 작가의 모든 것들이 통틀어 나열된 역사소설 속에는, 가령 임꺽정이면 잘 차려진 옛날 이야기 밥상 하나 가득이라는 느낌. 봄날은 피맺힌 광주의 절규를 쓰기 위해 자기 명을 깎아가며 망우리 공동묘지를 미친 사람처럼 헤맸다는 착한 소설가의 피끓는 절망과 분노, 장길산에는 정의로 가득 뭉친 우리들이 우리의 손으로 역사를 바꾸고 말겠다는 낭만적이고 힘이 넘치는 긍정, 같은 것 쯔음이 될 텐데,

저마다 그 시대 백성의 가장 낮은 곳을 훑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소설이 많은 데 비해서 진짜로 그 낮은 곳을 훑었다는 느낌이 드는 소설은 몇 없었다. 나는 특히 이 범주에 조정래씨를 넣고 싶다. 그들의 소설은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가장 낮게 관찰하려고 애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를 지식인의 냄새가 난다. 가령 태백산맥에서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던 인물인 김범우의 한계를 벗어던지지는 못한다는 느낌이다. 물론 작가는 그 한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김범우 스타일의 인물을 빼놓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2.
그래서 송기숙의 녹두장군은 느낌이 색다르다. 녹두장군의 문장은 옛 글의 냄새를 풍기는데, 이 옛 냄새는 김주영이나 황석영의 '우리말 문체'와는 또 느낌이 틀리다. 녹두장군은 1920년대 작가들이 쓴 문장과 여러 가지로 느낌이 비슷하다. 짧고 간결한 문체로 툭툭 던지듯 액센트 없이 흐르는 문장을 별 생각없이 읽다가, 사건이 어떻게 넘어갔는지 제대로 짚지 못할 때가 가끔 있다. 또 녹두장군에는 '심리 묘사' 라는 것이 거의 없다. 어떤 인물의 내면을 보여준다기보다는 그저 흘러가는데로 겉을 훑어보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내가 송기숙씨의 글에서 1920년대를 느끼는 이유는, 헌책방에서 산 그 책이 1920년대책처럼 빛이 바랬기 때문일 수도 있다. -_-)

송기숙씨는 동학란을 동학이 아닌 농민 봉기로 이해하고 있으며 그런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나야 잘 모르긴 하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느낌이다.

3.
녹두장군에는 '착한 관원'이 없다. 하지만 이건 조정래씨의 소설에 '착한 우익'이 없는 것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착한 우익'이 없다는 것은 우선 사실과 다를 것이고, 그리고 우익이 착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착한 관원이 없는 이유는 너무 명백해 보인다. 돈 내고 수령 임직 받아서 석달 있으면 갈리기 전에 본전 뽑아야 된다는 그 시대 실상이라면, 설명이 되고도 남는다.

4.
관원들이 이끈 역졸이 고부 부녀자 '전체' 를 다 겁탈하는 장면이 나온다. 열 살 짜리 어린아이까지 겁탈당했다는 그 이야기들을 사료 뭉치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어이가 없고 치가 떨리는 이야기였다. 몸을 버리면 목을 매던 시절에, 명색 대하소설에서 없는 이야기를 했을리는 없는데...

함께 그런 이야기도 있었다. 그 마을 남자들이 그 일을 조용히 덮어버렸다고.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정말, 덮어둘 수도 덮어두지 않을 수도 없는 문제인 것 같다.

5.
역사소설속에서 가끔 그렇게 훑고 지나가는 사건들을 현재로 추체험하면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무서운 일이 된다. 나 자신에게 추체험하면 더 무서운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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