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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작가가 말했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그래서 영어의 responsible이라는 것은 response-able이라는 거야.

 우리는 반응하기 전에 잠깐 숨을 한번 들이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해.

 이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 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 고.

 
                                                                                              - 즐거운 나의집, p179에서


 

 언젠가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공지영씨의 새 소설이 나왔다는 라디오 방송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언제였던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읽고,

 그 후에 다른 여류 작가들의 소설들을 집중적으로 읽다가,

 손을 놓아버린 게..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란에 어느 순간 올라 있는 

 공지영씨의 <즐거운 나의 집>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공지영씨 자신이 세 번 이혼을 했고, 서로 성이 다른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상황과 연결되면서, 소설이지만, 자전적 수필같은 느낌을 주는 부분이 적잖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이 소설이 대중들로부터 호기심을 끄는 부분도 클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소설이고,

 다만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한 편으로는 

 말하기 힘든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 독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했음은 사실일 것이다.

 

 서술자가 작가로 등장하는 엄마가 아니고, 그녀의 큰딸을 내세우고 있는 부분은 신선하다.

 만약, 서술자 자체가 엄마였다면 이야기 속에서 얼마나 많은 넋두리가 묻어나왔을 것인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처음 읽을 때의 신선함은 뒤로 하고,

 비슷한 내용이 이야기 속에서 반복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뭔가를 독자들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작가 스스로가 그런 의도를 강하게 드러내려 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쩌면 우리 일상자체가 비슷한 말과 사건들의 반복이고, 작가는 그냥 자신과 주변을 소재 삼아 어깨의 힘을 빼고 그려내려고 했던 것일 테니까..)

 
하지만, 부드러운 문체와 중간중간에 들어 있는 유머는 글을 편하게 읽게 이끌고 있었다.

(물론 가끔 과장된 대화, 묘사가 거슬리기도 했지만....)

 
경쾌하게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공지영씨의 이 소설을 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공지영씨 자신의 사생활을 이 소설을 통해서 캐내고 싶은 욕심을 지닌 독자라면 말리고 싶다.

 
그럼 얼마 읽지 않고, 소설이 재미없다고, 덮어둬 버릴 확률이 높으니까...

 
 그냥, 공지영씨가 자신의 가족의 이야기를 소담하게 그리고 무게를 빼어,

 감정적이고 어리숙한 한 엄마와 그 주변의 가족들 이야기를 에피소드처럼 보여줬다고 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에게도 이제 '가족'의 정석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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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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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목의 선정에 있다.

(축구공이 동글동글 굴러다니는 표지는 촌스럽기 이를 데 없지만. 쩝.)


각설하고.

제목을 보고 참신하다, 놀랍다라는 느낌을 받은 독자들은 그 자체가 이미 중혼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믿는 우리 보통내기들이다. 그리고 아내는 작품 속 남편을 중심으로, 무지하고 획일적인 독자들을 향해 자신의 생각을 쏟아 붓는다. (그래서 이 작품은 너무 설명적이라는 게 치명적 단점이다.)


과정에서든 결말에서든 아내는 이기적일 뿐이다.

자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말만으로 모든 것을 남편으로부터 이해 받으려고 하고 두 남자와 아이까지 모두 소유하려고 든다. 하지만, 왜 그녀가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작가는 아무런 고민이 없다. 왜 ‘그냥 그런 사람’이라는 것으로 남에게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 척하면서 강요하는가. 왜 그런 상황으로 몰아가는가. 그런 그녀는 무책임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느끼고 가지려는 덜 성숙한 아내에 불과하다. (작품에서는 무척이나 똑똑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런 그녀는 결코 지혜롭지 못 하다. 이런 나에게도 자신의 논리를 내세워 그녀는 반박하려나)


참. 두 남녀를 중심으로 한 연애담과 이 작품에서 내세운 중요 틀. 축구 이야기를 할 차례다. 처음에는 두 남녀를 연인 관계로 발전시켜 준 것이 축구이기도 하고, 이를 시작으로 축구를 인생에 빗대고 있다는 자체가 참신해 보였다. 하지만,.중반을 넘어서면서 그 방식이 너무 기계적이고, 나중에는 짜맞추면서 진행되고 있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본인이 축구광은 아니라는 작가의 머리말을 수용한다면, 그는 이 소설을 쓰면서 꽤나 많은 자료들을 구해야 하느라 진땀 꽤나 흘렸을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은 축구 정보들을 매 챕터마다 나열하다보니, 필요이상으로 묵직해져 버리고 말았다.


끝으로, 그들이 뉴질랜드로 떠난다는 설정은 너무나 김이 빠진다. 사실 이 글을 읽는 내내, 그들이 어디론가 떠나는 설정만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었다. 지금 여기 이 땅에서 제발 쿨한 척 하지 말고, 무럭무럭 커가는 아이를 봐서라도 정면으로 해결을 보기를 바랬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독자 입장에서, 이 소설에 대한 지나친 바람이었나 보다. 소설은 결국 똑똑한 그녀를 내세워, 우리의 고정관념을 마구 깨주는 척 하지만, 결국은 도망갈 뿐인 것이다. 왜! 결국 그녀는 원래 그런 여자이고, 자신의 행복만 추구하면 그만인 사람이니까.

 

 
 
사족) 어느 친구의 감상처럼, 이 소설은 남성에 대한 소설이다. '아내가 결혼'을 하는 발칙한 상황에서 남자는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그려지고 있는 여성의 모습은 극단적으로 쿨~하고, 이기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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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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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핑퐁. 나도 한번 쭈욱 아무 생각 없이 핑퐁거려 볼까.


이번 그의 소설의 소재는 탁구. 야구를 소재로 한 그의 첫 작품을 읽었을 때만큼의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다. 박민규 소설에는 이제 너무 많고 쉽게 눈물과 미안하다는 말이 등장한다. 그리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표현까지..


처음에 <삼미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었을 때가 떠오른다. 소설가의 위트 넘치는 문체, 성장소설에서 보여주는 유쾌하고 새로운 에피소드들, 그리고 한물 지나간 실제 야구팀을 갖고 주제를 풀어간다는 데서 흥분했었다. 가식적이지 않으면서, 결코 가볍지 않았고, 현실속 패자-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들의 이후 행복한 야구 인생은 분명 고민 속에서 귀결된 따뜻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이후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필두로 소설집 <카스테라>를 읽으며, 난 그의 재기발랄한 발상- 사람이 너구리가 되고, 펠리컨이 되고, 세상전체가 한 조각이 카스테라가 되는-에서 더 이상의 작가의 진한 고민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그 기운은 이 작품 <핑퐁>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가 탁구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결국 인류사란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과 이를 막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랠리라는 것인가. 그리고 거기에서 우리는 생존이 아닌 잔존하는 존재들로서 너무 오랫동안 그냥 여기에 있었다는 걸 이제 자백해야 하는 것인가.


이제 박민규는 자신이 생각하는 거시적이고 근원적인 관점이 있을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구현하고 있는 작품 속 세계는 너무 쉽게 상상력에 의존해 방종적으로 쓰여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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