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Ali: Fear Eats the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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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항상 달콤하지만은 않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구절이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규정할 수 없고,

사람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자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삶 속에는 필요 이상의 너무 많은 시선이 존재하고,

그것은 근거없는 편견과 무의식으로 쉽사리 버려지지 않는다.

  

'천국의 한 조각이라도 사야겠어요'
                       
                           - 영화 속 에미의 대사 
  
  
젊은 아랍인 노동자 알리와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60대 여성 에미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는 중간마다 그 둘을 고립시키는 독일인들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화면은 오랜 시간 침묵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결혼 후에 더욱 사람들로부터 배제 당하게 되자
 
기분 전환을 위해, 잠시 여행을 다녀온 후의 내용 전개는 더욱 씁쓸하다.
 
 
갑자기 사람들은 호의를 베풀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모두 자신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였고,
 
이는 인간의 본능적 이기심을 불편할 정도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영화에서는 거울을 이용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는데,
 
이는 사람들의 삶을 틀 지우는 것이 결국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임을  말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때론-아니, 일상적으로- 인간의 적은 인간이 되기도 한다.
 
 
남에 대한 배타성과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아도 이유없이 경멸하는 시선은
 
결국 한 사람(알리)을 생명이 위태로울 지경까지 몰고 가고,
 
그저 둘의 행복을 위해 시작된 착한 사랑을 뒤흔든다.
 
30년이 넘은 영화인데도, 왜 이 영화의 메시지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가.
 
 
다른 사람의 생활에 시시때때로 간섭하지 말고,
 
자신의 행복을 가꾸는 데 모두가 진심을 다 한다면,
 
서로를 파괴하고 고통지우는 보이지 않는 벽과 폭력은 사라지지 않을까.
 
 
PLUS)
 
1) 영화의 원제목 'Angst Essen Seele Auf'는 알리가 자기 나라 속담을 서툰 독일어로 표현해 불안해 하는 에미를 위로한 말이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Angst isst Seele auf '가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 우리 영화 제목 <말아톤>처럼, 의도적으로 표기를 틀리게 해서, 알리가 독일에 결코 편입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설정이다.
 
2) 실제, 영화에서의 엘 헤디 벤 살렘(알리역)은 파스빈더 감독과 동성애 연인 관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역시 실제로 이방인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베를린에서 세 명을 찌른 뒤, 감옥에서 자살했다고 한다.
 
3) 감독 파스빈더는 30대 중반에 요절할 때까지 40여편을 남겼고, 항상 미국의 영화감독 존포드보다 더 많은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이 영화에서는 에미의 사위역으로 출연해, 경멸적인 시선과 독설을 던지는 역을 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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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네프의 연인들 - The Lovers on the Bridg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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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보수 공사를 위해 폐쇄된 퐁네프 다리 위에서

걸인 알렉스(드니 라방)는 미셸(줄리엣 비노쉬)을 보는 순간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거리 위에서의 비참한 생활, 수면제를 먹어야만 고통을 잊고

잠을 청할 수 있는 삶에서,

알렉스는 눈이 멀어가는 그녀, 미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술에 취해 거리 위에서 쓰러지고,

지나가는 차에 치여 다리가 부러지고,
 
얼굴과 몸이 일그러진 허름한 삶이지만,

이제 미셸을 만나고, 그는 시인이 된다.

 

눈이 멀어가는 고통을 홀로 감당하며, 잠드는 미셸을 지켜봐야만 하는

알렉스의 마음은 요동친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메모를 남긴다.

 

'만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게 되면 '하늘이 하얗다'라고 말해줘

그럼 난 '구름은 검다'고 말할게.

그럼 네가 날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을거야'

  

그리고, 알렉스는 그 요동치는 그녀를 향한 마음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그 밤을 하얗게 세운다.

 
난 알렉스가 그 마음을 다스리며 강물에 돌을 던지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돌이 강물위로 통~통~통 건너뛰며 멀어질 때,

알렉스는 미셸, 미셸, 미셸, 혼잣말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강렬한 마음을 이만큼 온전히 전달한 영화가 있었던가. 눈물이 맴돌았다)

 

그리고, 얼마 후,  미셸은 '하늘이 하얗다'라는 말을 순간 건넨다.

그리고, 이제 둘은 연인이 되어 다리를 아이처럼 뛰어다니고,

음악을 느끼고, 춤을 추고, 바다를 찾아가고,

 
거침없이 웃음을 나눈다.

 

둘이 함께 할 때 분노는 웃음이 되고 차가움은 뜨거움으로 새롭게 공명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괴스럽다 싶을 정도의 거침없는 웃음은 

 건조한 돌덩이의 다리 위에서 피어나는 자유이자 사랑.

 날 것 그대로의 생의 에너지이다.

 (그래서 미셸은 그 날 것의 강렬한 사랑이 때로는 두려웠을 것이다.

 그녀의 눈이 멀어가고 있는 불안한만큼. )

 

 무엇보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절묘하게 지연과 놀라움의 진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둘의 사랑이 확인될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잠시 미뤘다가, 돌발적으로 지나가는 말처럼

 미셸을 통해 흘러나오게 하고,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보다 0.5초 앞서 

 알렉스가 자신의 손가락에 손을 겨누는 장면 진행 등은 정말 뛰어난 타이밍 조절이다)

 
당분간 그들의 웃음 소리와

그녀의 스케치, 그의 몸의 고통과 불의 붉은 기운이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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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Bi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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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공포는

새들로 표상되는 공포와 죽음의 기운이

원인이 없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들은 말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대상들이 아니고,

수백의 무리들로 공포를 몰아가고, 섬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원인도 결과적인 소통(해결)도 이뤄질 수 없는 

인간과 새들간의 전쟁은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거대한 공포로 나를 잠식했다.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새가 노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히치콕의 영화에서 새의 소리는 '노래'가 아닌 그 자체로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싶은 섬뜩한 공포 자체다.

(멜라니와 미치, 그의 식구들이 집에 고립된 채, 서서히 날아오며 점점 커지는 새의 소리를 감당해야 하는 장면은 청각적인 공포의 분위기를 시각이상으로 강하게 끌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두 명장면은

멜라니가 학교에 와서, 캐시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길가 벤치에 앉아 잠시 담배를 피고 있는 장면과

그녀 뒤로, 까마귀가 한 마리씩 정글짐에 날아드는 장면이 교차되던 시퀀스!

우아한 금발의 백인 여성 뒤로,

시커먼 새떼가 공격을 앞두고, 몰려든다는 발상과 교차편집은

관객들에게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서스펜스를 극점까지 계속 몰아가는  최고의 장면이다.

 

두번째로, 멜라니가 다락방에서 새떼들에게 가혹하게 공격을 당하는 장면!

(이 시퀀스는 <사이코>의 욕실 장면과 유사하게 짧고 반복적인 신을 이어가며,

새들의 폭력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는 히치콕 감독의 여성에 대한 혐오증을 대표하는 장면이기도 할 것이다.)

 

이후, 영화는 마지막까지 새들의 모습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새벽 무렵까지 땅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새들의 움직임과 날개짓을 포기하지 않는다.

(멜라니와 미치 가족들이 이동하는 순간에는 새들이 공격하지 않지만, 이미 새들의 무차별적이고 가학적인 공격-아이와 어른, 장소를 가리지 않고, 쪼고 물어뜯고, 비명지르듯 이어지는 새들의 울음-이 지나간 다음은 희망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거대한 무덤 속에 놓여 있는 인간군상들을 보여주고 았을 뿐이다..)

이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근원을 알 수 없는, 그러면서도 지속적인 위험이 인간세계에

계속되고 있다는 상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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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 Sex, Lies, and Videot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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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으로 보여주거나,

극단으로 감추는 그들의 은밀한 부분,

그것은 섹스자체가 아니라
   

현재 속, 온전한 과거, 유희, 상처 모두를 합한 것이다.

 

서로의 터치없이

그저 바라 보기만 하는 순간은
  

저 멀리에서 살아가는 타인이 되는 지점일 뿐.

그 말들은 때론 진실함이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남편인 존의 경우처럼 자기 변명과 비밀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일 뿐이다.

이 영화는 어디를 선택하고 어디를 빼야 할 것인지,

그래서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더 많은 걸 말하고 있다.

너무 쉽게 무자비한 폭력과 섹스가 
(미국의 경우 총이, 우리의 경우 주먹질과 칼질이)

스크린에 가득한 요즘. (그건 영화의 화려함 내지 스타일과 동일시되곤 한다)

리얼한 제목 안,
 

감추고 절제된 행동을 보여주는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의 설정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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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육 - Bad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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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소설, 편지, 영화 속 영화 <방문객>, 그리고 그 바깥

모든 이야기와 설정을 감싸고 있는 <나쁜 교육>

그리고 그 모든 겹은 실제라는 궤에서 짜맞춰진다
 
아름답고

저주스럽고
 
비참한
 
감정이

강렬한 이미지 속에

몽타주처럼 섞여 있는 영화

 그 강렬함은 어린 시절 이나시오의 목소리, 이야기의 결말,

그래서 주제까지 치닫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흔들리지 않고

거칠고 다층적으로 차오르며,

마지막 순간 막을 수 없이 넘쳐 흐른다.

 

이야기를 풀어 몰고 가는 자신감이

끝까지 자리잡고 있는 무서운 영화.

  PLUS)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문자답 중

   Q: 이 영화 때문인지 무척 행복해 보인다.

A: 난 절대로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글쎄 내가 무척 열정적으로 산다고만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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