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Bird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의 가장 큰 공포는

새들로 표상되는 공포와 죽음의 기운이

원인이 없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들은 말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대상들이 아니고,

수백의 무리들로 공포를 몰아가고, 섬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원인도 결과적인 소통(해결)도 이뤄질 수 없는 

인간과 새들간의 전쟁은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거대한 공포로 나를 잠식했다.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새가 노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히치콕의 영화에서 새의 소리는 '노래'가 아닌 그 자체로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싶은 섬뜩한 공포 자체다.

(멜라니와 미치, 그의 식구들이 집에 고립된 채, 서서히 날아오며 점점 커지는 새의 소리를 감당해야 하는 장면은 청각적인 공포의 분위기를 시각이상으로 강하게 끌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두 명장면은

멜라니가 학교에 와서, 캐시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길가 벤치에 앉아 잠시 담배를 피고 있는 장면과

그녀 뒤로, 까마귀가 한 마리씩 정글짐에 날아드는 장면이 교차되던 시퀀스!

우아한 금발의 백인 여성 뒤로,

시커먼 새떼가 공격을 앞두고, 몰려든다는 발상과 교차편집은

관객들에게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서스펜스를 극점까지 계속 몰아가는  최고의 장면이다.

 

두번째로, 멜라니가 다락방에서 새떼들에게 가혹하게 공격을 당하는 장면!

(이 시퀀스는 <사이코>의 욕실 장면과 유사하게 짧고 반복적인 신을 이어가며,

새들의 폭력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는 히치콕 감독의 여성에 대한 혐오증을 대표하는 장면이기도 할 것이다.)

 

이후, 영화는 마지막까지 새들의 모습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새벽 무렵까지 땅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새들의 움직임과 날개짓을 포기하지 않는다.

(멜라니와 미치 가족들이 이동하는 순간에는 새들이 공격하지 않지만, 이미 새들의 무차별적이고 가학적인 공격-아이와 어른, 장소를 가리지 않고, 쪼고 물어뜯고, 비명지르듯 이어지는 새들의 울음-이 지나간 다음은 희망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거대한 무덤 속에 놓여 있는 인간군상들을 보여주고 았을 뿐이다..)

이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근원을 알 수 없는, 그러면서도 지속적인 위험이 인간세계에

계속되고 있다는 상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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