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비아 캄페시나라는 세계 농민연대 조직과 우리나라 전국여성농민총연합과 공동주최로  

국제대토론회를 개최한다. 

정작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농촌이었음에도, 한번도 농민여성의 삶에 대해 문제의식을 깊이 가져보지 못했다. 의원님 축사를 쓰느라... 자료를 읽는데 가슴이 뭉클해 진다.  여성 농민의 삶... 축사 앞머리 얘기는 울 시어머니 얘기다.  

제가 아는 70대 한 여성농민은 처음으로 만든 본인 명의의 통장에
몇 백 만원의 돈이 생겼는데, 기분이 참으로 묘하다며 좋아하셨습니다.
10여 년 동안 병상에 있던 남편을 여의고 받은, 조의금을 넣어두기 위해
처음으로 통장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남편 명의의 통장, 남편 명의의 집, 남편 명의의 땅.

이 모든 것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품어보지 못한 여인입니다.

칠십 평생 손톱이 새까매지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나무줄기처럼 변하게 일했어도,

본인 명의의 그 무엇도 가지지 못했지만,

주변 모든 사람들이 모두 그러니,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살았던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농촌 주변의 흔한 일상입니다.

특별한 사례가 결코 아니라는 데 안타까움이 큽니다.



농민, 농업인이라는 이름조차 낯선 그들이 선 곳은 어디인지,

다시 둘러보게 하고 일깨워 더 이상의 차별과 폭력은 용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늘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 같습니다.



세계여성농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곽정숙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여성농민이 전체 농업인구의 51%로 남성농민에 비해 숫자가 더 많다고 합니다. 특히 WTO 세계화로 영농의 형태가 식량작물량은 감소하고, 채소, 과수, 축산, 화훼 등이 증가해 여성농민의 노동력이 집중 투입되어야 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여성농민들은 농번기에는 64.3%가 10시간에서 14시간 농사일을 하고, 3시간 여 동안 가사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잠은 언제 자고, 언제 쉴 수 있습니까? 여성농민들은 대부분이 가난하고, 병들고, 나이 들었습니다. 몰려드는 일을 해 내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하는 것이 오늘 여성 농민의 현주소입니다.



무엇 때문입니까?



바로 신자유주의와 가부장제의 그늘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와 가부장제의 가장 열악하고, 어두운 그늘 아래 여성농민이 위치하고 있었음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칠십 평생 뼈 빠지게 일했어도, 왜 계속 가난해야 하는지, 왜 본인 명의의 통장은 없는지, 왜 본인 명의의 땅은 없는지 이제 의문을 제기해야 합니다.



이제 여성농업인으로서, 그 법적지위를 명확히 인정받고, 정체성을 확고히 해나가야 합니다. 더 이상 생산 보조자, 농가주부, 무급가족 종사자 이런 지위를 과감히 던져야 합니다. 

사회로부터 더 이상 배제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게 하는 현실, 

부당한 지위, 부당한 노동, 부당한 가정 폭력에 대해 당당히 ‘노’라고 주장해야 하며, 열악한 위치에 놓여있는 세계여성농민들이 공동의 행동모색을 통해 내딛게 될 그 첫걸음에 기대를 가져봅니다.



여기 모인 우리가 바로 ‘변화의 씨앗’입니다.



이상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09-03-0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