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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
최정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인 최정우님은 음악밴드 활동 중이다. 그밖에 비평, 작곡을 해왔으며  번역과 무용대본쓰기 등의 작업도 겸하고 있다 한다. 특히, 열 한 살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열 두 살 부터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력에서 보듯 그의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음악에 관해서 도통 모르는 나는 그야말로 쉽사리 짐작할 수 조차도 없다. 열 살에 <군주론>으로 독서를 시작했다는 이력은 어쩌면 어떤 전설로 불리어 질수도 있겠다. 내 주위를 아무리 눈 씻고 찾아보고 목타게 불러봐도 열 살 무렵에 <군주론>을 읽고, 거기서 어떤 '오독'을 했다는 아해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 이쯤되면 이 사람은 범상한 사람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따른다. 그렇다고 신동이니 천재니 하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다. 조금 특별한 사람일 뿐이다. 라고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음악밴드 얘기를 더해 보자. 저자는 레나타 수이사이드(http://www.renatasuicide.net/)라는 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데, 그 밴드는 프로그레시브와 사이키델릭, 메탈과 모던 록, 댄스와 아방가르드 등을 혼합한 중독성 넘치는 이종의 록 음악을 선보이는 음악집단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주 친절하게도 그 사이트에서 경성연가 외 4편의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데 저자의 보컬은 뭐랄까, 흠 약간 가늘면서도 힘이 있는, 리듬감이 있는, 세련된? 뭐라 꼭 짚어 얘기 할수 없는? 것이다. 기타, 드럼, 베이스 3인의 조화가 뿜어내는 음악은 담백하면서도 참으로 강렬하게 다가 왔다. 경성연가의 경우는 어떤 환상/몽환적인 분위기가 기본 바탕에 깔려 있으면서 그것에 신비를 더하는 맛이 참으로 절묘한 절창으로 들린다. 근데 가사를 도통 못 알아 듣겠다. 그러니(공식음반을 기대해 본다.)

그의 여러 활동을 보면 음악인으로써의 그것이 매우 크다 할 것이다. 그래선 그런지 책의 제목도 악보이다. '사유의 악보'. 음악에 대한 애정이 확대되어 책으로까지 표현된 것인가? 책의 내용을 음악적으로 배열한 것인가? 아님, 두 개가 뒤섞인것인가? 표지의 악보는 어떤 역설을 표현하고 있음인가? 음악과 사유를 함께 아우르는 욕망이 표출된 것인가? 라는 의문내지는 섣부른 판단을 가지고 책을 펼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출판사의 설명에 의하면 '하이브리드 총서'의 첫권을 이루는데,  설명을 덧붙이면 "국내 학자들의 집필서만으로 구성되는 이 총서는 “경계 간 글쓰기, 분과 간 학문하기,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통섭’의 학문하기가 한국의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주목할 만한 사례가 될 것이다." 라고 한다. 잡종/이종이다. 몇 가지가 합쳐져 새로운 것이 되는 것. 쉽게 말해 짬뽕이다! 언젠가 집근처 국도변의 허름한 중국집에서 먹어 보았던 짬뽕은 별의 별게 다 들어있었다. 일반적인 짬뽕에 잘 넣지 않는 오뎅, 돼지고기, 콩나물이 있었다. 나는 맛나게 먹었지만 함께한 사람은 별로 라고 했다. 섞어도 너무 섞은거 아니야 라는 푸념을 늘어 놓았다. 여하튼 섞는것도 요리사 마음! 책 소개는 이 결합(짬뽕)을 "1+1=2식의 단순 병치나 접합이 아니며 하나로써 다른 하나를 대상 삼고 단순 분석하는 여타의 ‘통섭’ 시도들과도 다르다" 고 부연 설명한다. 그리고 "이 혼종의 사유, 하이브리드적 시도는 저자의 약력에서 예감되듯 체질적인 것인 동시에, 그 자체로 단순한 치환이 갖는 폭력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으로, 즉 의도라고도 할 수 있다. 새로운 사유와 글쓰기를 위한, 나아가 새로운 이론을 형성하기 위한 위험한 ‘감행’이다". 라고까지 친절하게 추가 설명해 주고 있긴 하다.
읽는건 독자의 몫이고 먹고 안먹고도 그럴 것이다. 또다시 강조하지만 기본적으로 섞는건 요리사 마음!

이 요리사 아니, 작곡가의 악보는 서곡과 종곡 그리고 13개의 악장과  8개의 변주로 구성되어 있다. 서곡에서 저자는 자신의 글쓰기가 비평, 작곡의 총체적 작업안에서 작용하고 있는 착종된 전이와 이행의 과정 자체가 그것의 동력이자 결과이며 그것은 '문학,미학,음악적 철학'의 한 형태라 볼 수 있으며 거기에 접붙이고자 하는 것은 기형의 맹아, 산출하고자 하는 것은 잡종의 자식이라 한다. 자, 이제 1악장 부터 4악장 까지 읽었다. 4악장에 야구이야기가 나오고 삼미슈퍼스타즈의 팬클럽 애기도 나오니 좀 반갑다.('삼미~'가 그런 속내를 가지고 있는 작품인 줄은 진정 몰랐다.)4악장 까지 듣고(진짜 음악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첫 번째 변주에서 잠깐 쉬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쉬라고 있는게 변주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앗, 만만치 않은 변주군! 그 다음부터는 좀 건너띈다. 다시 한번 목차를 찬찬히 살피고, 만만한 악장을 선택한다. 8악장의 눈에 띈다. 아, 박상륭. 그래도 아는 이름이다. <죽음의 한 연구>는 전에 읽었다. 박신양 주연의 영화도 본것 같다. 하지만 다루고 있는 '뙤약볕'은 모르는 작품이다. 알았어도 아마 읽지 않었을 것 같긴하다. 8악장에 책갈피를 꽂는다. 벌써 두 개 째의 책갈피다. 다음, 9악장이 마음에 든다.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을 언듯 살펴본 처지 이기에 그의 책(다른 작품이긴 하지만)에 대한 번역문제를 살피고 있는 9악장이 조금은 반갑다. 번역문제를 매우 깊게 살펴보고 있다. 아니, 서문을 번역해 놓고 있다. 그것도 영역본과 함께! 그 책의 번역자와 관련된 소송사태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번역때문에 소송까지 갈수도/가야만 하는구나 싶다. 저자가 온전히 한국어로 번역한 부분을 읽는다. 훨씬 잘 읽히긴 하다. 두루두루 살피다, 이제 더 이상 꽂을 책갈피도 없다. 염치도 없다! 

종곡으로 간다. 기발한 착상이다. 주로만 이루어진 마무리라니! 저자는 어떤 사건, 현상에 대해서 다시 읽고, 또다시 읽기에 중독되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미친듯이 거듭읽기를 권유하며 이때의 권유는 스스로 택한 여정의 여행, 그리고 몰락으로 시작하며 그 속에서 하나의 꽃으로 피어남을 의미한다고 역설한다.  이 권유를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지 않지만 어렴풋이나마 그 권유에 공감은 하겠다. 저자는 그 권유를 특유의 방식으로 때론 조잘대듯이, 외치듯이,  소근대듯이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내가 준비되지 않/못한것은 중독(中毒)인지? 중독(重讀)인지? 둘 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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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11-05-01 11:46   좋아요 0 | URL
대단히 발랄하고 경쾌한 서평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 글이 건네는 리듬에 맞춰 몸을 통통 튕기면서 '들을' 수 있었다고 할까요.^^ "몰락으로 시작하며 그 속에서 하나의 꽃으로 피어남"이라는 표현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저야말로 이 '절창'에 깊이 감사드리게 됩니다. 어쨌든 저는 스스로 택한 여정이기도 한 저 두 가지 중독(들) 사이의 어떤 '변증법'을, 여전히 끊임없이 권유합니다.^^

쉽싸리 2011-05-02 09:59   좋아요 0 | URL
과분한 상찬이십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업해주셔서 애독에 대한 애정이 솔솔 피어나게되길 기대해봅니다. ^^

sslmo 2011-05-03 11:59   좋아요 0 | URL
우와~
이 리뷰 너무 좋아요.
제가 혼란스러워 했던 것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신 것 같아요.

저도 '통섭'에서 한참을 머물렀었거든요.
통섭도 그렇지만, 님의 '짬뽕'에 대한 식견도 탁월하시구요~^^

쉽싸리 2011-05-03 12:19   좋아요 0 | URL
근데 그 짬뽕집, 이제 못가요.
저 혼자 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
그때 그 동행인이 거부하고 있어요. 저도 자주 가고 싶은 맘은 발동하질 않지만(짬뽕에 돼지고기는 좀. 것도 냄새가 좀 났다는.), 몹시 추웠던 날에 갔으니 이제 좀 갈만도 한데, 그 양반 한테는 그 짬뽕이 너무 충격적 이었나봐요. 먹거리에 대해 과장된 표현이 많은 양반입니다.

칭찬에 쥐구멍이라도.......

굿바이 2011-05-04 15:23   좋아요 0 | URL
우와~ 글이 너무 좋은데요^^

번역의 문제는 저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기하는 문제인 것 같은데, 뭐랄까 저자의 꼼꼼한 지적과 비교가 다른 분들보다 더 객관적이고 성의있게 느껴졌습니다.
종곡은 그 형식만으로도 참 기발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표현들은 참 아찔하게 좋았습니다.

쉽싸리 2011-05-04 16:29   좋아요 0 | URL
그렇죠. 표현이, 문장이, 호흡이 참 좋은 부분이 많은것 같아요.

루쉰P 2011-05-13 13:38   좋아요 0 | URL
전 철학책 공포증이 있어서 리뷰만 읽어도 눈이 돌아갈 지경인데요. 역시 밑에 댓글도 써 놨지만 자연과 벗삼고 철학책을 즐기시는 것을 보니 소로우의 아우라가 풍겨요...

왠지 시민 불복종 하실 듯...

쉽싸리 2011-05-14 09:18   좋아요 0 | URL
ㅋㅋ
이 책은 다 읽은 것도 아니에요.
원래 제 생각은 리뷰?도 안쓸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ㅎㅎ
 

왔다 갔다 하면서 읽은 책들, 굳이 연관을 찾자면 베스트셀러에 대한 동경과 그 동경에 대한 반발이 한 축이고 또 한 축은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될까 하고 들여다본 것이다. 먹고사는데 도움이 될까해서 들여다보는 책들은 거개가 실망이다. 방법이 잘못된것 같다. 우물에서 숭늉찾는 격 같기도 하고,


 <정의란 무엇인가 _ 이하 정의>를 읽지 않/못했다. 두 어장 읽은 것 같은데 그 무수한 딜레마 상황(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사례가 부지기수)을 통한 논지의 전개가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좀 미루어 놨는데 그 와중에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이 책은 <정의>에서 촉발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정의>에 대한 매우 휼륭한 해설서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7명의 저자들은 각각의 특색으로 <정의>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장정일 선생같은 경우는 매우 부정적으로 일갈하고, 로쟈님은 그 유용성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다들 의미 있는 논지를 펴고 있다고 보는데 그 중에서 최원선생의 글이 마음에 든다. 아주 쉬운 어조로 <정의>를 충실히 해제하면서 그 한계와 의의를 짚어내고 있다. 물흐르듯이 따라 읽히는 맛이 좋았다. 여러 개념들에 대한 일차 정리가 된 듯싶다.(수많은 공동체주의, 자유주의의 여러 갈래들 등)각각의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으로 까지 독서가 확대되면 금상첨화겠지만,,,

<정의>에 대해서 이정도 대답과 질문을 해내는 것을 보면 한국의 인문학도 괜찮은거 아닌지? 그나저나 <정의>를 읽어? 말어?

 

 복잡한 세상을 설명하는 유력한 방식이 시스템 사고이고 그것은 처음엔 인과적사고에서 출발하고 그 다음 피드백 사고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피드백은 음과 양이 있는데 각각의 역할이 다르다. 이런 피드백사고를 통해 전략을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이 결국 성공,성취 그런것 이겠다)것 이란다. 세상은 피드백사고만으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복잡해지고 있는데, 여하튼 세상을 좀 넓게, 다른 부분도 구석구석 살피는 안목은 필요한것이 아닌가 싶다.

 

 

 지은이는 정형외과 의사로 자신의 일에 적용하기 위해(물론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즉,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한 번의 수술을 위해서 동원되는 수많은 절차와 인력들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합리적인 통제에 대해 지은이가 건축, 항공업계 등을 참조로 해서 논하고 있다.  머릿말에서 간단히 언급하고 있듯이, 세상엔 끊임없이 일이 발생하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일을 자기주도하에 통제/관리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병원에 근무하는 분들 _ 그 중 의사들_ 이 읽어보면 괜찮지싶다. 그정도. 

  

 

 장하준 교수는 자료와 사례를 통해 자유시장경제의 폐해를 얘기 하고 있다. 아무래도 현실은 자유시장경제가 주류이고 이런 현실에서 장하준 교수는 끊임없이 대안을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책에서 세밀하게 다루는 사례들은 현실에서 좋은 공부가 되겠지 싶다. 자본주의 폐해가 이렇게 많잖아, 하는데 유용하지 싶다.
한편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 자본주의 내에서만 작동되는, 그런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결론에서 장교수는 그동안의 경제와 사회를 조직해온 방식을 그냥 수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하튼 자본주의내에서의 얘기다. 좀 더 나은 자본주의를 얘기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겠지 싶다. 사실 그 이상이라는 것이 애매한 측면도 있는것 같고, 자본과 노동의 완전한 재구성이야말로 핵심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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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3-19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고르는 취향이 그러시군요.
저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우선이예요.

대문 사진이 바뀌셨네요.
그 많던 장작을 다 때셨단 말이죠?^^

쉽싸리 2011-03-20 06:58   좋아요 0 | URL
네, 다 땠다고 봐도 될듯합니다.
앞으로 습할 때 간간히 때는 것은 남아 있지만요.
장작은 그때를 대비해서 좀 남겨 두었죠.

올 해는 땅을 좀 얻어 농사를 해볼 요량으로 삽질을 좀 했더니 뻐근하네요. 농사 아무나 짓는게 아닌데, ^^

노이에자이트 2011-03-22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하준씨가 광주의 유명한 명문가 출신이라서 그 집안 남자들을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죠.시사인,중앙일보에서도 인터뷰하고 조선일보에는 장씨가 직접 글을 써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더군요.

쉽싸리 2011-03-23 09:07   좋아요 0 | URL
아버님이 국회의원, 산자부장관 지낸 장재식씨이고 사촌형이 장하성펀드로 유명한 소액주주운동 하시는 분이구, 동생은 물리학으로 런던인가에 교수로 있다고 하는것 같더군요.
아,여자로써는 여성부 장관을 한 장하진씨가 사촌 누나인가 그렇다고 하더군요.
전에 장하준교수가 손석희에 나왔을 때 자기가 캠브리지대 교수가 된것은 우연이었다고 겸손하게 말하더군요. 마침 자리가 난 것인데, 그 분야가 자기 전공이었다고,,

노이에자이트 2011-03-2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같으면 장하준 씨가 조중동과 인터뷰하면 안 좋은 소리도 듣고 그럴텐데 이제 안티조선운동도 시들해지고 그러니까요...광주에선 장재식 집안과 현대의 현정은 집안이 양대 명문이죠.

쉽싸리 2011-03-25 00:47   좋아요 0 | URL
외국에서 오래 살아 그런지 정서가 약간 다른 부분도 있는것 같구요. 그래선지꺼릴거 없이 거침없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러 부분이 좀 다른거 같습니다.
 
<리영희평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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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호(號)가 없다. 난체하는 사람들이 먼저 짓는 것이 호인 세상에 리영희 선생은 그 흔한 호가 없다. 스스로 짓지 않으셨으리라. 설혹 지었다해도 앞다퉈 새기는 모습은 저서의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그런 행위조차도 허영이라고 보셨던 것일까? 그 만큼 자신의 삶에 철두철미한 사람은 흔치 않다. 선생의 평전을 읽으며 내내 남아 있는 것은 그 철두철미함이다. 천성이 그러한 사람도 있으니 그러려니 할 수 도 있겠지만, 대개 사람은 어려움에 빠지거나 유혹이 있을 때 자신에 대한 철두철미함이 와르르 한순간에 무너진다. 그것이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이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시대와 역사의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 선생의 지사적 삶에서는 개인의 영달을 위한 무너짐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것이 선생이 살아온 궤적이 필부들과 다른 이유가 아닐까?

어쩔수 없이 선택한 군대시절에 선생은 그 지조를 지키는 계기를 만난다. 그것은 술자리에서 있었던 기생과의 일화이다. 그 명민한 기생은 호기를 부리려는 선생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선생은 그 일을 통해 전존재가 내면에서 산산히 부셔저 내리는 심정을 감싸안고 인간적으로 더욱 숙성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7년간의 군생활, 사실 전쟁통의 군대라는 것은 온갓 부정가 비리가 만연했으리라. 그 속에서 자신을 다잡고 철저히 개인의 일에 매진하는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닐것이다. 그만큼 선생의 픔성은 특출났다고 본다.  

제대후의 삶부터는 고난의 연속이요, 형극의 길이다. 시대의 부름과 역사의 격동에서 가련한 한 인간으로써 최선을 다하고 1인분 만큼의 역할을 충실히 하자는 다짐과 실천은 특별하다. 선생의 그것은 단지 지사적 객기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불의에 대항하고 민중과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커다란 시각으로 견지되었다. 선생은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아 주야로 획득한 어학, 글쓰기 실력으로 누구보다 빠르고 치밀하게 세상을 앞날을 예측하고 과거를 돌아보는 필봉을 휘날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귀감이 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필연적으로 권력자들의 미움과 시기를 동반한 강한 탄압을 받기 시작한다. 그 탄압은 본격적으로 박정희정권때부터 시작하여 군부정권 30년 내내 계속된다. 투옥과 해직을 반복하는 와중에 생계를 꾸리기 위한 선생의 일은 지식인으로써 자신을 파악하는 것을 통해서다. 철저히 지식인됨을 자각한 선생의 각오와 생활에 대한 자세는 더욱 견고해진다. 가히 철옹성같은 성정을 가꾸기에 이르는 선생이다. 탄압과 더불어 선생의 기자로써의 예리한 감각, 정세에 대한 탁월한 분석들은 내외의 관심을 받게되고 지천명에 이르러서는 사상의 은사로써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화갑을 지나면서 선생은 우상과의 싸움을 평생했지만 스스로 그것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자각하고 철저한 반성과 회한의 시간을  갖는다. 어느 정도의 명성을 획득한 사람들이 나이을 먹을수록 눈앞의 그것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말년을 그야말로 추하게 보내는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생은 그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반성과 연구에 게을러하지 않는다. 억세고 끊임없이 부딪힌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며 좀 더 부드럽게 사고하고 쓰자는 속내를 많이 드러내고 있다. 어느덧 병약해진 자신을 돌아보며 선생은 자신의 역할은 이제 다 되었노라 선언한다. 이제는 후대의 몫이 남아 있고, 자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면 되는 것이라고. 부드러움과 강함이 이토록 적절히 조화된 예는 매우 드물다. 선생이 일생의 스승으로 삼은 뤼쉰과 장일순 선생들 처럼, 아니, 선생은 어느 면에서는 그들을 뛰어넘으신다. 누구의 말처럼 종교인이 아니면서도 여는 종교인보다 더 뛰어난 깨달음을 보여주시는 선생이다.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써의 선생 같은 역할을 맡는 사람이 앞으로는 나오기 힘들것이다. 그것이 서글퍼 저자인 김삼웅선생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저자의 노력으로 선생의 삶과 더불어 압축된 현대사와 잘 모르고 있던 사실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저자의 노력에도 경의를 표한다.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육성으로 행한 현정부에 대한 매서운 질타는 그들에게 뜨금함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또한 현실에 안주하고 욕망에 들끓어 있는 많은 사람들을 깨우는 사자후로써 한반도에 메아리쳤다. 그야말로 마지막 가시는 그날까지도 시대속에서 선생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셨다. 이 위대한 삶을 산 거인은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말씀을 힘겹게 하셨다. 그 말씀을 아로새겨 최소한 불의에 타협하거나 욕망의 용광로를 끓어 안는 짓은 안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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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2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2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0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토일 주지육림에 빠져 있다가 (주지육림이라고 해서 별건 아닙니다. 막걸리, 소주, 그리고 달구의 염통을 안주로한 겁니다. 그 와중에도 이틀은 아주 잠깐 이지만 달도 쳐다보았습니다.) 

문득, 너무한다 싶어 가토마사오 9단의 바둑을 놓아보았지요. 그는 대마킬러라는 별호가 있었지요, 참 많이도 상대의 돌을 잡아 죽였(?)을 겁니다. 얼마전에 좀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지요. 이 바둑은 가토9단이 흑으로 169수 만에 불계승한 바둑인데, 상대편의 대마를 죽인거는 아닙니다. 유혈이 낭자한 것은 아니지요. 어찌보면 참 부드럽게, 시나브로 상대를 이겼다고 하는게 맞아 보입니다. 아무래도 부드러운게 좋은거 같긴합니다. 

홍대 노조사태가 1차 타결되었다는 뉴스가 반갑습니다. 월급 75만원에서 93만원으로 인상, 식대 5만원 지급 등이 주요 내용이라고 하더군요. 극단으로 치닫지 않아 다행입니다.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매우 취약한 한국사회 현실이 새삼스럽습니다. 한편을 죽이지 않고 각자도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1권을 나름 재미있게 읽었는데, 2권 들어가기가 힘드네요.  

그동안 저자인 문용직 기사는 중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고, 그분의 텔레비젼 해설은 참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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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21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구가 말이죠, 닭을 말씀하시는건가요? 아하하, 잘 모르겠어요.

저는 방금 전세난에 대한 뉴스를 보고 분개 중이었는데
홍대 노조에 대한 문구를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군요.
'한편을 죽이지 않고 각자도생할 수 있는 사회' 이 문구가 퍽 꽂힙니다. ^^

쉽싸리님, 좋은 한주되셔요~

쉽싸리 2011-02-21 10:14   좋아요 0 | URL
네, 닭모래주머니, 속칭 똥집이라고하죠.ㅎㅎ

용역업체하고 타결된 거고 학교측하고의 협상이 별도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노동자 7명을 고소,고발해 놓은 상태고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한 주 시작입니다. 으랏차, 제겐 매우 중요한 한주죠.
잘 보내세요!!

2011-02-23 0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맛있는 식품법 혁명 - 식품법 100년이 숨겨온 밥상 위의 비밀과 진실
송기호 지음 / 김영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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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에 대한 전문변호사이자 아울러 식품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발휘해온 저자의 책이다. 이책에서는 한국의 여러 식품관련법(왜 이리 많은지,,)에 대해 그 역사와 구성을 살피고 그리고 대안까지도 주장하고 있다. 

식품법의 뿌리가 되고 있는 일제 통치시기의 법령이 아직도 바뀐 부분이 많이 없거나 바뀌었어도 최근임을 감안하여 법을 살필것을 주문하고있다. 각각의 법령이 관료중심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실제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은 인적구성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런 문제제기를 기반으로 새로운 식품법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공감되는 바가 많다. 그런데 실제 그렇기 하기 위해서 길이 좀 멀어보이긴 하다. 관료 중심의 법체계에서 소비자들의 몫도 확대되어는 방향이 있어야 겠는데 그럴려면 아무래도 소비자 중심 그룹의 활성화가 필요하겠고 그것을 바탕으로 강하게 미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나라가 자꾸만 뒤로 가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 쉽게 바뀔것 같지 않다. 누구나 한편으로는 소비자 임으로 식품의 선택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하고 요모조모 따지는 것도 많이 고려해야할 상황이긴한데 한편 식품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으니 라벨을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가 도통 생기질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이마트 피자, 롯데의 통큰 치킨 등은 그런 약한 고리를 보고 파고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안으로써 윤리소비, 로컬푸드 등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최선 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긴, 언제부터인가 최선이 없는 세상이다. 차선이 기세등등한 시절이기도하고.   

로컬푸드, 윤리적소비를 중심으로 모두 각자 농업인/재배인이 되는데 조금이라도 실천을 하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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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2-12 03:00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책이 있었군요.
송기호님은 통상 전문가이시죠?
한미FTA 통상협정을 조목조목 뜯어놓은 책을 살펴본 기억이 납니다.
이 책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쉽싸리 2011-02-13 16:18   좋아요 0 | URL
광우병사태 때 부실협상을 조목조목 따지셔서 큰 성과가 있었죠.
식품및 통상관련해서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