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설랑 로망 컬렉션 11
윤이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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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가벼운 로맨스 소설로만 읽히다가도, 가끔 ‘소설가의 각오‘에서와 같은 면모가 삐죽 솟는데 그게 또 나쁘지 않다. 굳이 퀴어 소설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둘 필요 없는 연애소설이고 왠지 드라마로 제작하면 재미있겠다 싶게 그려지는 그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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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서영 씨가 내가 되고, 내가 서영 씨가 되고, 우리가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외롭지도 않고, 서로를 외롭게 하지도 않을 것 같아서. 그런데, 그렇지가 않네요. 내가 곁에 있어도 서영 씨한테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네요. 내가 절대로 알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어떤 세상이 있고, 그것 때문에 서영 씨는 외롭네요. 혼자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나는, 서영 씨를 구해줄 수가 없어요.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해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작가는 다른 작가를 구해줄 수가 없어요. 그건 혼자 해야 하는 일이에요. 작가는 혼자 싸워요. 글을 쓰면서 싸우고, 쓰고 있지 않을 때도 싸워요. 그리고, 훌륭한 작가는 그 싸움에서 이겨요. 정말로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혼자 싸우는 것만으로 이미 지는 게 아니에요.”

S는 세상의 아픔을 돌아보려고 노력했고, 가까이서 관찰했고, 파악했고,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일단 쓰기로 정하기만 하면 쓸 수 없는 아픔은 없었다. S는 언제나 그것이 거기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 아픔 자체가 되어버린 적이 없어서였다.

사랑은 권력 다툼이다. 언제나 세상의 눈에 조금 더 나아 보이는 사람과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세상이 그들을 평가하지 않는다면, 그들 자신이 평가한다. 늘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이끄는 사람이 있고, 따라가는 사람이 있다.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사람이 있고, 무의식중에 희생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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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는 젊은 시절 내적인 충격과 여러가지 비극적이고 심각하게 체험하는 어리석음의 대부분은 이 유보된 삶의 소산이며, 그런 삶 속에서 우리의 청춘은 흘러가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대해 행하는 복수에 가깝다. 이 지속적인 임시 상태에 대항하여 우리는 가능한 한 충만하고 진실한 삶을 살려고 애를쓴다. 그 때문에 젊은 시절에는 어리석은 소년적 행동과 비극적이며 예기치 못했던 진지함이 뒤섞이고, 때로는 고통스럽게 불거져 나온다. 인생은 아이의 상태에서 서서히, 그리고 눈에 띄지 않게 남자가 되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아이에게서 놀랍게도 완성되고 성숙한 인간의 면모가 나타난다. 그러한 면모는 서로 들어맞지도조직적이지도 않으며, 아이의 내면에서 연관성이나 논리성없이 상충되어 거의 광기처럼 나타난다. 다행히도 우리 어른들은 이 상태를 사려 깊게 관조하는 데 익숙하며, 인생을 대단히 심각하게 여기기 시작하는 소년들에게 그 시기는 지나가는 것이라며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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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7-0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어제 뭘 어쨌는지 모르지만, 자기 블로그 북마크 한 게 사라졌어.ㅠㅠ 다시 주소 알려줄 수 있어?? 나 요즘 왜 이래??ㅠㅠㅠ

치니 2024-07-04 11:20   좋아요 0 | URL
https://medium.com/@chinie.moon
요거에요.:)

저도 그런 적 많아요. 요새는 스맛폰을 쓰다 보니 뭘 자기도 모르게 건드리고 잘 그래지더라고요, 넘 괘념치 말아용, 언니!
 

너무 행복했던 때라 쉽게 겁을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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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린저 부인은 혼자 하면 위험한 일이라도 되듯 ‘문화생활’을 무리 지어 추구하는 여성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한 가지 소유를 보면 다른 소유도 알 수 있다든지, 부유한 여성이라면 자신이 세운 높은 수준에 걸맞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든지, 하고 넌지시 자기 생각을 내비치기를 좋아했다. 그녀가 판단하기로는, 좀 더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 신이 강요하는 것이란 어떤 목적에든 두루 적용할 수 있는 전면적인 의무감뿐이었다.


그녀가 의견을 말하는 방식은 꼭 친절한 세일즈맨이 처음 보여 준 물건을 손님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다른 걸 슬며시 들이미는 식이었다.


신이 요지부동할수록 그의 노여움을 달래려는 인간의 욕망은 커지는 법이다.


막연히 뭔가를 감추려는 듯 던진 일침은 그런 전문 용어를 쓰면서 느끼는 만족감 때문에 별 효력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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