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가 아침부터 오는 날엔 사무실에 나와도 일하고 싶지 않은 데 대한 합리화가 쉽다. 게다가 오는 내내 라디오헤드 음악을 들은 참이다. 그래서 제목도 저렇고. 그런 참에 다락방 님 페이퍼 보니 문학동네에서 Nice Dream 꾸게 하는 이벤트 하는구나. 오케이, 오늘 아침엔 일 읎다.
리스트는 작가만 보고 결정했다. 작가에 대한 신뢰 없이 내용으로 짐작해서 소설을 읽을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헤르타 뮐러의 <마음 짐승> 첫 문장을 읽던 그날, 나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어떤 글은, 처음 읽을 땐 그런가보다 하다가 한 세번 읽고나면 너무 역겨워진다. 저의를 그제서야 알게 되고 비틀어쓴 문장의 의미가 새록새록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반대의 글은, 찾기는 힘들지만 찾으면 그야말로 보물."
그렇다, 보물을 찾았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또 잊었다. 다시 뮐러의 책을 읽고 정신을 차릴 때가 왔다.
독서할 때 전작주의를 고집하지는 않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책 중에 아직 못 읽은 단편이 있다는 걸 알고도 참기는 왠지 힘들다.
때로 우리는 책 한 권, 혹은 음악 하나 때문에 어떤 사람과 영혼의 교감을 하는 꿈을 꾼다, 설사 그것이 환상이라 해도, 그 꿈이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내 모든 것을 걸어보리, 라고 생각하면서.
감히 말하자면,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때문에 그런 꿈을 이룬 기억이 있다. 그러니 완성도를 떠나서 그의 책은 언제나 내게 아련하고 매혹적이다.
위에 적은 다자이 오사무와 늘 대치법으로 떠오르는 미시마 유키오. 나는 <인간실격> 이라는 책 때문에 영혼의 교감을 나눈 그 사람이 <금각사>를 좋아해서 미시마 유키오를 알게 되고, <사랑의 갈증>을 읽고 이 작가의 미학적 글쓰기에 매료되었다.
꿈은 현실로 이어져 내게 새로운 작가를 소개한 셈이다. 그러니 그 이면의 화려한 똘끼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 역시 내게는 살뜰하고 애틋하다.
대체로 그러하듯, 나 역시 카프카의 <변신>을 가장 먼저 읽었다. 역시 대체로 그러하듯, 내가 그 책을 읽었던 시기는 고교시절, 단 한 줄도 이해하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그저, 어떤 유명한 책을 '읽었다' 고 어디 가서 말할 수 있음에 금세 우쭐할 수 있었던 나이니까.
그러나 이제 나는 어디 가서 카프카의 글을 안다고 말하는 게 너무 뻔뻔하다는 정도는 알게 되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러니 다시 읽자. 사람이 벌레로 변한다는 이야기는 상상하기가 조금 괴로우니 이 책을 대신 읽고 카프카 좀 제대로 알아보자.
제임스 조이스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면서도 이상하게 이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접할 때는 제대로 된 '번역'본으로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꽤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아서 괜히 안 읽었던 작가다.
문학동네가 세계문학전집을 내면서는 번역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으리라 짐작하면서 이번에는 과감히 선택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이제 왜! 조이스가 이토록 뭇 사람들에게 추앙받는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설렌다.
이벤트에 낼 페이퍼라서 꼬박꼬박 금액을 확인해보니, 51,450원이다. 당첨되면 좋겠지만, 내가 꾸는 Nice Dream은, 당첨이 되건 안 되건간에 우선 저 책들 중 단 한 권이라도 나를 완벽하게 황홀한 경지로 몰아 넣어 주는 꿈. 간만에 이렇게 책을 고르니 행복하다. 이런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신 문학동네와 알라딘 이벤트 담당자 님,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