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심리학 - 아들을 기르는 부모, 남자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교육 지침서
댄 킨들론.마이클 톰슨 지음, 문용린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아무래도 (거친 단정이지만) 자기계발서와 심리학서랑은 도무지 궁합이 안 맞는 것 같다. 유일하게 감동 받았던 자기계발서는 오래 전 네꼬님이 소개해주신 소노 아야코의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뿐. 대개는 혹 해서 읽었다가 에이, 역시...이러면서 덮게 되니. 쩝. 

이 책 <아들 심리학>도 그런 편에 속한다. 솔직히 말하면 EBS의 <아이의 사생활> 프로그램이나 여타 교육 심리 프로그램에서 본 것들 중에 남자아이에게 조금쯤 더 깊고 집중된 시선을 둔 정도에 그쳐서 아주 새롭달 만한 내용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역자가 EBS에 자주 나오시던 그 문용린 선생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 되기에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혹시 내가 남자 아이를 키우면서 놓치고 있는 게 없는지 점검 차원에서 읽은 책으로는 알맞았다고 생각한다. 

미리 밝혀두건대, 나는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 라는 식의 화성인 대 금성인 구분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니다. 남자는 다 그래, 여자는 다 그래라는 생각으로 '남자'들의 생각을 알려하기 보다는 지금 당신이 사랑하는 한 '인간'의 생각을 알려는 식으로 접근하는 편이 관계에 훨씬 이롭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남녀 간에 생물학적인 차이와 환경적인 변수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인간이 이분법으로 나뉠 수 있다고 믿고 그에 따라 쉽게 단정하는 오류는 차라리 그 차이를 모를 때보다 더 치명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나의 생각은 이 책을 읽으니 더욱 굳어진다. 이 책에서도 아들은 (딸이 그렇다고 많은 페미니스트가 주장해서 오늘날 교육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었듯이) 아들로 키워지는 경우가 많지, 태어나면서부터 남성성으로 대변되는 폭력성이나 공격성을 지니지는 않는다는 게 새로운 학계의 주장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내용은 기존의 내 생각을 글로 읽는 것 같아서 크게 내 이목을 끌 수 없었지만, 근래 들어 조금은 고민이 되던 두 가지 주제에 대해서 약간의 방향성을 찾은 점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 하나는, '아들에게 여자친구 혹은 사랑하는 이가 생겼을 때, 아니 생기려고 할 때 대처하는 가장 좋은(?) 자세' 같은 것.  

그러니까 소위 촌스러운 엄마나 간섭하는 엄마가 되기도 싫지만 아들이 의견을 물을 때 제시하는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암암리에 상상하곤 했는데 - 이 책에 나온 사례를 보니 오, 애매한 대답이 제일 낫겠다 싶다. 그러니까 좋다고도 싫다고도 하지 않고, 예쁘다고도 밉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봐 주되 관심은 갖고 있음을 표현하는 거다. 이 책에 나온 엄마는 그렇게 하다가 나중에 아들이 조금은 의아하고 섭섭해서 왜 그렇게 의견 표현을 하지 않았나 묻자, '절대 너를 잃고 싶지 않아서'라고 대답했다. 혹시 헤어질지도 모르는 젊은 연인에게 좋은 평가를 해두면 나중에 아들이 왜 그때 별로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원망할 수 있고, 반대로 나쁜 평가를 해두면 '엄마는 처음부터 자기 안목을 믿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아들이 언제나 엄마에게 마음껏 연인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들을 잃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흠, 내 촐싹대는 입이 이런 과묵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노력은 해 볼 작정.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죽기로 결정났을 때부터 죽기까지 아들을 대하는 자세"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확률상 아들보다는 내가 먼저 죽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고 질병에 의한 죽음이라면 예고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책에서는 어떤 엄마가 그런 예고를 받고 두 아들을 대하는 의연한 자세가 묘사되고 그 의연함 때문에 어린 두 아들이 훌륭히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극복하고 자신의 인생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대목이 나온다. 이 엄마의 방법은 보통 하듯이 그저 아들에게 자신은 괜찮으니 너희는 걱정 말아라 정도에서 조금 더 과감하게 나아가는 것이었다. 불치병 선고를 받고 약 일년 반 남짓 생이 남았다고 들었을 때부터 모든 병원 치료 과정을 상세히 아들들과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준비해두어야 하는 것들도 같이 준비했으며, 심지어 아들이 '내가 방학하기 전에 엄마가 죽을 줄 알고 휴학 신청했는데 안 죽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철없는 말을 할 때에도 노하거나 서운해하지 않았다. 엄마의 죽음이 곧 두려움인 아들의 속내를 이해하고 휴학 신청 후 계획을 다시 논하고 크리스마스에 죽지 말아달라는 아들의 바람에 대해서는 약속하기 힘들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아들들은 엄마는 곧 죽는다는 기정사실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결국 엄마가 죽을 때 쯤에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휴학 이후 학교생활을 비롯한 일상에도 전혀 지장이 없었고. 어떤 엄마도 자식이 본인이 죽은 뒤 통탄만 하고 제대로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길 바라지 않을 것이지만 생을 얼마 못 남긴 상태에서는 인간의 이기심과 유약함 때문에 자식에게까지 죽음의 두려움을 고스란히 전하는 엄마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무척 이기적이라서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이 책의 엄마처럼 의연하고 차분하게 준비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자, 이제, 책 한 권 읽고 대단한 공부한 것 마냥 또 한참 아들에게 써먹어 봐야지.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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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4-2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연달아 올라오는 40자평과 리뷰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치니님은 참으로 계획성 있는 분이로구나, 하는거에요. 이 책을 살것이다, 라고 말씀하시고 그 책을 사서는 또 죄다 읽으셨네요. 치니님 책장에는 읽지 않은 책이 몇십권씩 쌓이는 일이 없을거라는 생각이 막 들었어요. 물론 일전에도 그런 뉘앙스의 말씀을 하기는 하셨지만 말이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저는 왜 그런 사람이 못될까요?
이웃블로거 D 님의 블로그에 가서 책 감상 올라온거 좌르륵 읽고, 여기서 치니님의 리뷰도 읽고 나니 아아, 나는 왜 요즘 책을 멀리하고 사는가, 다시 책 읽는 생활로 돌아가자 싶어요.


아들의 여자친구, 도 그렇지만 저는 남동생의 여자친구도 누나에게 참 애증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아요.(물론 '아들'과 '남동생'은 다르지만 말이죠.)
간섭은 아니고 관심은 가져야 하는 그 지점을 어떻게 제대로 캐치할 수 있을까요? 조금만 어긋나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제 경우엔 남동생의 여자친구는 일단 '만나기도 전부터' 꼴도 보기 싫더라구요. 하핫. 그런데 묘한건 일단 만나고 나면 제가 예뻐라 한다는 거에요. 잘해주고 싶고 예뻐하게 되요.

나에게 아들이 있다, 아들을 둔 엄마로서 공부를 하고 싶다, 라는 건 정말 멋진 생각인 것 같아요. 사실 대부분의 부모 자식 관계에서는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무조건적인 애정만이 답이라고 생각하게 될 확률이 크잖아요. 공부를 한다고 반드시 더 좋은 엄마가 되는건 아니겠지만, 공부하려고 마음 먹는 엄마는 일단 좋은 엄마인 것 같아요.


전 뭐가 이렇게 댓글이 길어요. -_-

치니 2011-04-26 13:42   좋아요 0 | URL
아하하, 오해십니다. 그렇게 계획성 있는 편은 못 되고요, 그보다는 좀 강박성이 있는 편인 듯. -_ㅠ 숙제도 아닌데 읽겠다고 해놓은 책은 읽어야 직성이 풀려요. 그래서 책을 고를 때 약간은 신중해지는 편이지만 또 가끔은 충동적으로 아무거나 읽기도 하고. 읽지 않은 책이 몇십 권씩 쌓이는 일은 없기는 한데, 읽은 책도 별로 안 쌓여요. 저는 왠지 집에 뭐가 많은 게 싫어가지고 ㅋㅋ 쌓이면 내다 팔거나 누굴 주거나 해서. (이러니 가끔 읽었던 책을 까먹고 또 사서 읽기도 하고요 ㅋㅋ)

맞아요, 다락방 님처럼 남동생이랑 친한 누나에겐 남동생의 여자친구도 애증의 대상일 거 같아요. 어쩌면 아들보다 더 묘하게 경쟁심리? 그럴 수도. 하지만 나는 남동생이 다락방 님 남친에게 더 눈을 부라리며 감시가 철저하고 웬간해선 마음에 안 들어한다에 한 표. ㅋㅋ 처남 무서워서 벌벌, 맨날 그럴 듯. 든든해보여서 좋아요.

아웅, 나도 답글을 길게 쓰고 싶었건만, 답글 창이 어느 줄부터는 가려지는, 그래서 안 보고 타이핑 해야 하는 (뭔지 알죠?) 이 시스템에선 너무 힘들다. 알라딘에 제안할까봐요. ㅠ

굿바이 2011-04-2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 늘어진 오후 눈이 번쩍 했어요! 이런 마더는 쫌 짱인데요 :)

아들의 여자친구와 관련해 울 엄니의 단짝이신 장여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부도수표 떠넘기는 즐거움을 니들이 알겠니?ㅋㅋㅋ"

유사심리학 책들을 보면 남자와 여자를 가르마타서 잘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건 좀 믿기 힘들어요. 한때 유행했던 "그때~그때 달라요~!"가 오히려 오해를 줄이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렇게 든든한 그리고 노력하는 엄마를 둔 아드님은 참 좋겠어요.
일종의 횡재죠 :)

치니 2011-04-26 14:53   좋아요 0 | URL
어이쿠, 굿바이 님 같은 이모를 둔 귀연이야말로!

엄마로써 너무 뭘 잘 모른다는 자괴감, 그러니까 나는 늘 철이 없기에, 조금이나마 노력을 해보는 것이지요. 노력의 방향성이 제대로여야 할 터인데. ㅋ

Kir 2011-04-26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감동받았어요... 자식을 끔찍히 위하고 절절히 사랑하는 엄마는 수없이 많겠지만,
자식을 위해서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썩 많지 않은 것 같거든요.
아드님 정말 좋겠어요, 이렇게 멋진 엄마라니요!

<남자는 다 그래, 여자는 다 그래라는 생각으로 '남자'들의 생각을 알려하기 보다는 지금 당신이 사랑하는 한 '인간'의 생각을 알려는 식으로 접근하는 편이 관계에 훨씬 이롭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남녀 간에 생물학적인 차이와 환경적인 변수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인간이 이분법으로 나뉠 수 있다고 믿고 그에 따라 쉽게 단정하는 오류는 차라리 그 차이를 모를 때보다 더 치명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이 부분에 형광 노랑으로 밑줄 쫙 그어두고 싶어요.

+) 저도 자기계발서는 피하게 돼요, 맞지 않기도 하지만
억지로 읽어야하는 경우에도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요.

치니 2011-04-26 18:51   좋아요 0 | URL
아냐 아냐요 ~ ^-^;; 좋은 엄마 혹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시는 분들 많아요. Kircheis 님이 주변에서 못 봤다면 저처럼 생색질을 안 하시는 진중한 분들이라서 그랬을 거여요. ㅋㅋ 저는 뭘 해도 늘 생색이 우선.

그르니까요, 자기계발서는 또 누가 읽으라 해서 억지로 읽는 상황도 종종 발생시키는 주범. 자기계발서도 물론 좋은 책이 있겠으나...아무래도 시간과 돈이 적은 우리는, 확률적으로 맘에 들 가능성이 높은 여타 장르를 선호할 수 밖에요. :)

pjy 2011-04-2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기계발서나 심리학관련 책이 참 거시기해요-_-;
힘들게 날짜빼서 나름 비싼 돈내고 의사앞에 앉았더니 순 사기꾼처럼 아는 얘기만 주저리주저리..목이 아프십니까? 제가 보니 부었군요~ 말을 하지마십시오~
그건 나도 아는데 불가능한 미션이라 병원왔구만!!!
다른방법이 있을것처럼 말은 시작했으나 결국 사기당한 기분이 들어요ㅋㅋ;

치니 2011-04-27 01:02   좋아요 0 | URL
후훗, 적절한 비유 같아요.
부었군요 ~ 말을 하지 마십시오 ~ ㅋㅋ

아들 심리학은 완전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좀 더 심리학 본연의 학문적 접근을 기대했던 저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어떤 설명은 조금 더 깊게 해주었음 싶기도 했고. 어차피 정답이 없는 분야니 뭐 특별한 방법 제시 이런 건 안 하더라도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