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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3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어떤 책들은,
밑줄긋기로 옮겨 적으라면 잔뜩 하겠는데 정작 간단한 서평이라도 남겨야지 하고 마음 먹으면 참으로 쓰기가 망설여지고 뭘 써도 쓸데없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어지는 원인이, 내 경우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경외심이고 다른 하나는 소심함이다.
밀란 쿤데라의 이 책도 마찬가지다.
뭐라고 쓰자니 결국 내 말은 다 사족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내내 사라지지 않는다. 내 잡상을 옮겨 적어본들, 이 ‘불멸할 것이 분명한' 작가의 책에는 발끝만큼도 못 따라가는 문장 실력과 얄팍하기 짝이 없는 이해력 정도만 드러내고 말 게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이런 생각을 시작하니 또 뭐라도 몇 줄 안 쓰고는 못 베기겠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건만, 혼자서 쓸까 말까 한 사나흘을 꼼지락 거리다가, 이러고 있으니.
아무튼 나는 괴테, 헤밍웨이, 밀란 쿤데라는 당연히 안 되고 심지어 그들을 좇아 자신의 이름을 억지로 끼워 넣은 베티나도 안 된다. 나는 불멸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불멸할 조짐이 보이는 사람들을, 아니 정확히는 그들의 역작을 쓰게끔 채찍질하며 (좀 더 쓰란 말이야! 이래가지고 불멸하겠어?!) 그들이 피눈물 흘리건 창작의 온전한 기쁨에 도취되건 아랑곳 하지 않고 내 마음껏 즐기련다. 오, 불멸할 작품을 창조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여! 너무나 감미롭지 않은가.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