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쳤지, 이런 페이퍼 쓰면서 희망을 품었다니.

오랜만에 끓는 가슴 가져봤고, 희망을 걸었고, 마음을 졸였는데.

내가 미쳤지, 내가 좋아하는 렌즈를 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소통하면서 대다수가 그 반대라는 건 항상 까먹고 내 마음대로 세상이 돌아갈 줄 알았더냐.

깊은 슬픔이 밀려와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차라리 Don't look back in anger를 외칠 수 있을만큼의 화와 분노만 느꼈으면 낫겠는데, 아무데도 욕할 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저 슬프기만 하다.

이제 이명박 정권을 나무랄 자격도 없다. 교육감 하나도 제대로 뽑는 걸 보여주지 못하는 시민이,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은가.

무관심과 굴절되는 의지와 오합지졸 무성하기만 한 입담들, 모두 한 통속이다.

아이들아, 미안하다. 지못미, 지못미, 지못미.

이제 앞으로도 한동안, 우리는 너희들 앞에 고개를 쳐들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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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i 2008-07-3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가끔은 희망이 절망보다 악질스러워요. -_-

타르코프스키 감독 영화중에 노스탤지어에 보면, 늪에 빠진 사람을 헉헉대며 건져줬더니, 건져진 사람이 화를 내며 말하길, 뭐하는 거냐, 난 여기서 사는데! 라고 항변을 했다면서, 고향 떠나 주인공이 얘기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 사람은 고향을 견딜 수 없어서 떠나왔는데, 그다음엔 망명지에서 견딜 수 없게 고향을 그리워하는 중이었거든요. 왠지 그 심정에 엄청 공감을 했었는데요...

요새 시사뉴스 중 어느거 하나때문에라도 이 나라 뜨겠다 결심하는건 미친건 아닌 것같지만, 간 곳에서도 잊지 못하고 또 여기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소식에 더 심하게 집착해서 될 것같아요. 전. 에효. 정말이지. 고향이 뭔지. -_-

치니 2008-07-31 13:06   좋아요 0 | URL
제가 이렇게 자조한 것은 ,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그래요.
희망이 절망보다 악질이란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또...
노스탤지어는 본 거 같은데, 저는 전혀 기억이 안납니다 -_- 타르코프스키의 재능 중의 하나죠. 졸리게 하는거랑, 기억 안나게 하는거랑, 그래도 명감독으로 치게 하는 거랑. ^-^;;
이 나라 떠나서 살아봐서 초큼 아는 척을 해보자면...인터넷만 안하면 정말 소 닭 보듯 하며 살 수 있어요. 그런데 그넘의 인터넷 끊기가 잘 안되어서 탈이죠. 허허.

hanicare 2008-07-3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치들보다 그런 치들을 뽑아주거나 모른 체 하는 사람껍질들이 더 싫습니다.

치니 2008-07-31 13:09   좋아요 0 | URL
사실, 어젯밤엔 모두가 다 미웠어요. 그런 치들을 뽑은 사람은 당연히 밉고, 무관심하게 '저는 정치를 몰라서'라고 말하는 주변인들도 막 밉고.
왜 이것이 '정치'라고 생각하는 거냐, '교육'이며 '권리'인데, 라는 대목부터 설명해나가야 하니 막막해서 그냥 말았는데,
내가 그렇게 설득조차 미리 포기하는 건 또 뭐가 다른가 싶어서 나 자신도 밉고.
최근 들어 가장 우울한 밤이었습니다.

nada 2008-07-3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단국가의 x같은 현실이네요. 우리나라는 남한과 북한으로 나눠진 분단국가가 아니라,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면 무서울 정도로 똘똘 뭉치는 1%와 그 나머지 파편화된 99%로 분단된 나라 같아요. 그들이 똘돌 뭉치는 건 당연하죠. 원하는 게 같으니까요. 답답한 건 99%의 우매함이에요.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이명박을 뽑아놓은 건지. 지금도 생각하고 앉아 있으면 복장이 터져서 삐져나온 순대를 붙잡고 울고 싶어요. 어휴.

치니 2008-07-31 15:16   좋아요 0 | URL
참으로 막연하게 이번 만큼은 99%의 우매함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거라 믿었나봐요, 제가.
제 주변에 비록 무관심한 사람은 많았지만, 그 1% 똘똘 뭉치는 보수세력이 너무 없어서(혹은 표를 안내서) 몰랐던거죠.
촛불 든 사람들 다 빨갱이 아니면 백수다, 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잊었거나 외면했어요.
무관심과 방조 쪽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 힘을 더 냈더라도 이렇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싶어 괜히 막 원망이 되구요.
그 누구보다도 저 자신이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습니다.

chaire 2008-08-01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경기도민이지만, 그래도 꽤 많이 희망을 품었었어요. 어젯밤 8시만 해도 이기고 계시기에, 그럼 그렇지, 민심은 살아 있다, 아니지, 이것이 바로 당연한 일인 거잖아, 하며 그닥 놀라지도 않았더랬는데, 아침 신문을 보니, 다시금 그럼 그렇지, 를 발화하게 만드는, 배추님 말마따나 뭐 같은 세상에 사는 뭐 같은 인간이지요. 차라리 강남구 개표를 먼저 해버리지 싶어지더군요. 경기도 선거에선 더하겠지 싶어 서글프네요. 근데 저는 치니 님만큼 분노하고 애석해하며 잠을 설치진 않아서, 그게 또 조금 죄송해지려 하는군요.

치니 2008-08-01 08:51   좋아요 0 | URL
정말 희안하게도, 서울에 산다면 꼭 제가 지지하는 후보를 찍을 거 같은 분들이 죄다 경기도민이에요. chaire님도 그렇군요. -_ㅠ
이번 선거는 카이레님뿐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생각보다는 관심을 많이 갖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처음 치루는 직접 선거에 대한 홍보 자체가 태부족이었고(이게 고의적이라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마치 정치 선거인 것처럼 색깔론이 난무해서 사람들 눈쌀 찌푸려지고, 날짜가 30일이며, 선거를 위한 반일 근무 같은 것도 전혀 고려되지 않는 분위기가 크게 한 몫 했지 싶어요.
카이레님이 죄송하긴요, 그저, 우리 어른들 모두 아이들에게 조금은 미안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불륜의동화 2008-08-0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교육감님은 저의 중학시절 교장선생님이었더랬죠. 2시간이 넘는 '애국조회' 훈화에 픽픽 쓰러지던 학생들과 요즘 학생들 약해서 큰일이라고 일갈하시던 그 모습이 생각나네요.

낙담한 경기도민 하나 추가요.

치니 2008-08-01 15:22   좋아요 0 | URL
허거걱!
아 , 정말... 어쩌면 좋답니까.
이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30대들이 있는데도, 그렇게 뽑혀버린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불륜의동화 2008-08-0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느리지만 반드시 큰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제가 자란 동네에 또 한분 교육계의 큰(?) 인물이 계셨는데요.
얼마전까지 전교조 대변인을 하시던 모 선생님의 첫 부임학교가 제가 다닌 고등학교였답니다.
그분께 듣고 가슴깊이 남겨둔 이야기랍니다. ^^;;

치니 2008-08-03 12:41   좋아요 0 | URL
그래요, 어쩌면 저 정도의 사람들은 그 굳은 믿음이 없어서 자꾸 이러는건가봐요.
굳은 믿음이 생기기까지, 더 많이 실망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어서...

네꼬 2008-08-0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촛불 든 사람만 투표를 한 걸까? 촛불 든 사람 중에서도 서울 시민만? 그런 우울한 생각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한편으로는 진중권 선생이 말했듯, 단박에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애초에 현실이 이 꼴"이 아니겠지요. 우리 좀 더 힘을 내어 보아요. 갈 길도 먼데. (근데 왜 자꾸 눈물이. 흙흙)

치니 2008-08-03 12:44   좋아요 0 | URL
촛불 든 사람들을 보고, 우리나라 시민들의 냄비 근성 때문에 얼마 못 갈 거라고, 한 때의 해프닝이고 어차피 공권력이 가는대로 따라가게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도 있었어요.
그들에게 말로 반박 하는 것 보다,
이번 선거 같은 기회에 한 번에 보여주는 것이,
진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었죠.
당시에는 단박의 변화를 바랬다고 생각 하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것이 되었어요.
아직 참 갈 길이 멀어요, 정말. 그런데 왜, 우리만 자꾸 이렇게 힘 내야 할까요, 그게 억울해요.


나비80 2008-08-0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남 엄마들은 자식들 학원 수강비 내는 마음으로 투표하러 간 게 아닐까요. 고비용 구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들의 욕망을 제도화하는 방법을 그런식으로 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소비자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돈을 받으면서도 전혀 고마워 하지 않는 집단이 강남의 학원, 병원, 대학 아닙니까. 그러니까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아깝기도 하겠지만 그 욕망의 제도화 구조가 한꺼번에 무너질지 모른다는 압박감이 작용한 듯 싶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서 떠 뻔뻔하게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드는 게 지금 강남 교육의 목표이기 때문이죠. 이때 공정택이 '경복궁' 아저씨를 전교조로 묶어낸 것은 탁월한 전략이었습니다('경복궁'이 전교조의 대표는 아니었지만 전교조가 경복궁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에서 빼도박도 못하게 되어 버린거죠). 이미 상투를 잡은 강남 사람들이 주경복이라는 손절매를 택하기 보다 공정택이라는 추격매수를 통해 어떻게든 손실을 줄여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지표상의 마이너스 퍼센트만 줄인다고 절대손해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또 교육감 선거는 아이들에게도 선거권을 주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겠어요. 자기들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건지 비정규직의 바다로 휩쓸려가는지 최소한 선택을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교육감 직선제 도입의 취지와도 부합되는 듯 하구요. 이 문제는 다른 선거권의 연령을 낮추는 문제와도 연동해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이겨보나 했더니 또 졌네요. 제 개인적인 연전연패의 투표이력은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ㅠㅜ

치니 2008-08-07 09:05   좋아요 0 | URL
네, 소이부답(^-^;;) 할 수 없어요, 아직은.
우아하게 나는 내 할 일 하자, 남들은 저 살고 싶은대로 살게 놔두자 그랬더니, 이 모양이 되었어요.
설득할 수 있는 대상은 모두 설득하려고 노력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남 엄마들처럼 정말 자기 발등에 눈앞의 손실이 보이니까 반상회까지 소집해서 표심을 붙들어놓는 열성이, 경복궁쪽에는 없었던 거에요.
그런 열성 내보지도 않고 (저를 비롯)포기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강남 엄마들의 극성을 경멸하기 보다는, 자기가 학부모가 아니라서 혹은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서 방관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탓하게 되는 마음이 더 큰 것도, 그런 연유에요.
선거권의 연령 낮추는 것은 저도 적극 찬성입니다만, 과연 이 정부가 그렇게 해줄까 무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이번 투표율이 낮았다는 이유로, 직선제도 없애버릴까봐 두려워요. 휴, 갈 길이 너무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