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종이괴물 상상력을 키우는 만화그림책 1
루이 트로댕 지음, 김미선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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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살, 6살 아이를 위해 구입한 책입니다. 일주일에 한 권씩 그림책을 매일 읽어주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이의 눈높이에 안맞는 책을 구입한 것 같네요. 큰 아이가 아직 글자를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 제가 그림책을 소리내어 읽어줍니다. 글씨도 작고 읽어줄 양이 많기도 하고 그림도 작아서 두 아이를 동시에 안고 읽어주기에 엄마가 힘이 들어요. 처음 읽어줄 때는 꼼꼼히 읽어주는데, 두번째는 이야기만 한 문장씩으로 간략하게 줄여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글자를 알고 혼자서 읽을 수 있는 연령의 아이에게 적합한 것 같아요. 그림 속에서 종이 괴물이 튀어나온다는 발상도 신선하고, 아이가 막 그린 듯한 괴물의 모습도 독특하고, 물에 약한 종이의 성질도 배울 수 있지만, 우리 아이 눈높이에 맞지 않아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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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붉은 강가 1
시노하라 치에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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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여기 서로 다른 세계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 남녀가 만나 그들의 사랑과 이상을 실현시키고 있다. 두 세계의 간격은 너무나 크다. 20세기 일본인 소녀 유리와 기원전 고대 히타이트의 왕자 카일, 그들은 판타지 속에서 만난다. 현실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마력의 힘을 빌어 만화의 공간 속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을 한다.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 남자의 가슴 속에서 세상을 본다고 한다. 20세기에서 고대 히타히트로 내던져진 여주인공 유리는 히타히트 왕자를 사랑하면서 세상을 확인하고 바라본다. 고난 속에서도 자신을 점차 성장시켜 나간다. 그녀의 등은 곧고 검은 눈은 똑바르다. 왕자 역시 그런 그녀에게 다른 여자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마음 한 켠과 미래, 그리고 달콤하고 깊은 잠을 나눈다.

이 만화는 일종의 성장기다, 한 소녀가 한 여자가 되는. 그리고 사랑 이야기다. 사랑의 양면이라 할 수 있는 정신과 육체의 일치를 두 축으로 한. 사실 독자인 나는 불온하다. 첫키스, 첫경험 이런 남녀의 육체적 사랑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상당히 즐겁다. 만약 그런 부분을 삭제한다면 이 만화의 재미는 반감할 것이다. 아니 이야기가 진행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완벽한 성인물이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예쁘장한 그림체에 어울리지 않는 농밀한 내용이라 18세 이상 성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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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아저씨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4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4
레이먼드 브릭스 그림 / 마루벌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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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어줄께, 자, 오늘은 어떤 책을 할까?' 하고 말하면 여섯살 된 큰 아이가 몇 권씩 들고 오는 그림책 중 빠지지 않는 게 '눈사람 아저씨'입니다. 처음에 봤을 때 아이보다 엄마가 더 당황했답니다. 읽어 줄 글자가 없어서. 어떤 식으로 읽어주면 좋을까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차츰 읽다보니 요령도 생기고 그 때마다 상황에 적합한 의성어도 넣기도 하고 또 아이의 눈이 가는 곳을 따라 읽어주니 엄마가 그림책 읽는 연습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 책은 겨울과 눈사람, 언뜻 차가와보이는 소재를 파스텔톤으로 무척 따뜻하게 그려내었습니다. 앞부분은 아이가 침대에서 일어나 윗옷과 바지를 입고 일상생활과 집밖에서 혼자 눈사람을 만들고 그 눈사람이 한 밤에 처벅처벅 걸어와서 같이 노는 장면도 재미있습니다. 뒷부분은 눈사람의 손을 잡고 눈보라 치는 북쪽 나라의 하늘을 날 때 아이와 함께 탄성을 발할 정도로 마음이 환해지는군요.

아이와 눈사람 아저씨가 수도꼭지, 전등, 얼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장면에서는 아이와 함께 뜨거운 것을 조심하도록 가르칠 수도 있답니다. 그리고 글자를 모르는 아이 혼자서도 책의 그림을 가만이 들여다보는 것 보니, 그것이 글 없는 그림책만의 장점인 듯 싶군요.
'엄마, 나도 눈사람 만들면 눈사람 아저씨가 올까?'하면서 우리 아이가 올겨울 눈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모든 아이에게 눈사람이 오는 것을 아님을 설명하면서, 그렇게 책을 읽으며 부쩍 커버린 아이를 대견하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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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의 왕자 1 - 에치젠 료마
코노미 타케시 지음, 조은정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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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인가 동생과 함께 이 책의 패러디인 '스매쉬의 왕자'를 빌려 보았습니다. 아마츄어 만화가의 패러디 작품을 모아놓은 그 책이 재미도 없어 인상을 쓰고 있으니, 옆에서 동생이 '언니, '테니스의 왕자' 읽은 나도 이해안되는데, 언니는 오죽 하겠어!'란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원작이 얼마나 대단하면 이런 패러디 작품집이 나올 수 있는가 궁금하더군요.

읽어보니 말 그대로 테니스 만화더군요, 농구를 다룬 '슬램덩크'처럼. 한 일본의 중학교 테니스 부원들이 전국 1위를 향해서 열정과 재능을 갖고 나아가는 과정을 담은 만화랍니다. 타고난 천재 1학년 료마를 축으로 활달한 모모시로, 냉철한 데즈카 부장, 후지 등 그들이 모여 겨루면서 점점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구성이더군요. 중간중간에 전문적인 테니스 용어들을 자세히 풀어줘서 테니스를 잘 모르는 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답니다.

그림체는 날카로우면서 깔끔합니다. '슬램덩크'의 캐릭터 묘사가 남성적이고 거친 것에 비해, 좀더 순정만화의 캐릭터 묘사와 가깝더군요.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너무 천재고 완벽한 인물로 묘사되어 조금 동화되기 어렵더군요. 만약 제가 10대였다면 열광하고 반할만한 만화였지만, 30대인 저는 '훗~귀여워'하고 말았답니다. 마치 벤치를 지키는 늙은 여감독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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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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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무작정 아무 데나 잘 간다. 어느 날은 책을 소재로 한 멋진 그림책이 있다기에, 그냥 그 책을 끌어안고 싶어졌다. 마음이 속삭였다. 이거 멋진 걸, 이렇게 책을 이불처럼 덮고 자는 사람이 있다니. 추운 밤에는 두꺼운 솜이불의 무게에 눌려 자고 싶은 때가 있다. 저렇게 무거운 책을 덮고 저렇게 편안한 얼굴로 자다니, 놀라운 사람이군. 마음은 그림과 그림 사이를 뛰어다니며 본다. 안테나에 찔리거나 가위에 찔려 피를 흥건히 흘리는 책을 보고 몸서리를 친다. 검은 혀를 쑥 내밀어 메롱, 하는 책을 보며 응대하듯 마음은 혀를 내민다.

어떤 남자는 홀린 듯 책을 끌어안고 있다. 별도 없이 캄캄한 밤, 해부실에서 급히 빼내어온 연인의 시체라고 한다. 애인의 아름다운 육신이 칼로 찢겨지는 것은 차마 못보겠다고 한다. 그들은 오늘밤 강을 통해서 탈출할 거다. 피곤하지만 뭔가에 홀린 남자의 얼굴. 또 마음은 켭켭이 쌓인 책을 밟고 먼 바다를 보기도 하고 눈오는 날 날랜 표범이 되어 책을 물고 뛰어가기도 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비를 피해 책 속에 숨기도 한다. 마음은 바람이 되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어느 연인의 침실에 책장을 후루룩 넘기며 지나기도 한다. 타자기, 까마귀, 카드, 펜, 등불, 자전거 등이 간간히 등장하지만 늘 주인공은 책이다.

마치 오래된 재생종이처럼 꺼칠꺼칠한, 아니 오래된 흑백영화필름에 엷은 색채를 입힌 듯한 점묘법의 책그림책. 마음은 이런 모험을 좋아한다. 현실에선 절대일어날 수 없는.

*참고: 어떤 이의 글은 매력적이지만 어떤 글은 사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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