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엔진 교과서 - 제트 여객기를 움직이는 터보팬 엔진의 구조와 과학 원리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12
나카무라 간지 지음, 신찬 옮김, 김영남 감수 / 보누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트 여객기를 움직이는 터보팬 엔진의 구조와 과학 원리


비행기 엔진 교과서 - 나카무라 간지.jpg

지난 봄날 설레게 한 책 한 권을 만났다.
어쩌면 인생 책 중 하나로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비행기를 좋아하지만 그동안 비행기 엔진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쓰인 책은 없었던 것 같다.
비행기의 종류와 비행기의 역사 또는 이야기들은 많이 접했지만 비행기 엔진만을 따로 떼어내서 오로지 엔진을 중심으로 쓰인 책은 처음 접했다.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괜히 창가에 앉아 날아가는 새들을 하염없이 쳐다 보기도 했고, 노을 사이로 비행하는 새무리를 보는 걸 즐기기도 했다. 그러다 독수리에 빠졌었고, 그다음 곤충의 비행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보게 된 스타워즈가 내 관심을 우주선으로 옮겼다.
초등학교 때 스케치북을 보면 우주선이 가득했다.  하늘을 나는 것을 넘어서 우주에서 비행을 한다니!!
엄밀히 말하자면 우주에선 비행이 아니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로써 인생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장난감도 비행기였다.
연날리기에 빠졌다가 모형 글라이더 날리기에 빠지기도 했고, 고무동력 비행기를 만들면서 비행기 동력에 관심을 살짝 가지기도 했었다. 매년 과학의 달에 있던 물로켓 발사 대회도 빼먹지 않고 참가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어느 날 프라모델에 빠지면서 비행 자체보다도 비행기에 담긴 이야기들이 좋았었다.
세계 최초 동력비행이라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전쟁에서 활약한 비행기, 대한민국 최초의 비행기, 국내 최초 비행사, 여자 비행사, 블랙이글 곡예비행 등등

꽤 오래전 푹 빠졌던 비행기에 대한 꿈.
지금은 다른 것 꿈을 꾸며 잊혔던 그 기억들이 "비행기 엔진 교과서"라는 책을 만나면서 다시 살아났다.
오래전 기억이지만 여전히 '비행기'라는 단어에 심장이 뛴다.
수많은 처음 이란 설렘들 중에서도 처음 접한 비행기에 대한 설렘이 가장 뚜렷하다.

"비행기 엔진 교과서"는 순수하게 비행의 원리부터 엔진의 발전사를 전부 담고 있다.

가끔 공항에서 거대한 비행기를 마주할 때면 그 거대한 동체가 중력을 거슬러 공중에 떠 있다는 것.
하늘을 날아간다는 것이 신기했다. 과학시간에 잠깐 배운 양력이란 것 때문이라곤 하지만
정확한 원리를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비행기 엔진 교과서"는 말 그대로 교과서다.

비행기의 엔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 전에 우선 비행기가 어떻게 해서 하늘에 뜨고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고도의 수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책의 설명을 차근차근 읽다 보면 머릿속에 느낌표가 번쩍하고 켜진다.

다시 살아난 비행기에 대한 열정 때문일까.
요즘 가는 곳마다 비행기 모형이나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최근에는 '드론'이란 녀석이 비행기 못지않게 관심이 한다. 
날개가 직접 움직여서 비행하는 것과 공기의 흐름을 날개로 바꿔주면서 비행하는 것에는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비행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설레게 하는 것은 하늘을 날고 싶은 인류의 오랜 소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찾아 보니 나카무라 간지의 다른 책들도 번역되어 있다.
비행기 구조 교과서, 비행기 조정 교과서. 알기 쉬운 항공역학 등.

혹시 비행기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다른 책을 찾아 볼 필요도 없이 나카무라 간지의 책으로도 비행기의 원리부터 비행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충분히 쌓을 수 있다.

거기에 비행사가 알고 싶다면 최근 나온 비행기 대백과 사전을 찾아 보길 추천한다.

'드론'이 일상 되면서 개인 비행 시대가 오길 기대해 본다.
점점 많아지는 비행 인구가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갈 것이라 믿는다.


리뷰어스 클럽.p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금 재테크 상식사전 - 2017 최신 개정세법 완벽 반영
유종오 지음 / 길벗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연말정산부터 부동산세, 종합소득세, 상속·증여세까지 세무사 도움 없이 환급&절세 OK

 
세금 재테크 상식 사전.jpg

탈세가 아닌 절세!
버는 건 조금인데 쓰는 건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세금'을 알아야 한다.

세금에 무지하고 생각 없이 경제활동을 하다가는 언제나 통장 잔고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시간이 흘러도 삶이 나아지기는커녕 조금씩 뒤처지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금'은 나와 다른 세상 이야기인 줄 알았다. 회계를 전공하거나 기업을 운영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딱히 신경 쓸건 없다고 생각해왔다.

급여 명세서에는 한 달 동안 일한 노동의 가치가 금액으로 찍혀 있고, 그 노동에 대한 근로소득 원천징수 내역에 한숨이 나오게 되지만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내는 거란 생각에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 일 수였다.

첫 연말정산에선 어차피 내는 것도 얼마 없는데 뭐 별거 있겠어? 하는 마음에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해 제출했었고, 환급이 아닌 추가 납부액에 대해서 한동안 충격을 받았다.
아니 왜? 무엇을 잘못 했기에? 매달 가져가면서 또 내라고?
이런 생각들이 순식간에 들었다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동료들의 상황이 궁금했다.
결과는 천차만별. 누구는 돌려받고, 누구는 더 내고, 규모도 제각각
뭐가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걸까?

연말정산뿐이 아니었다.
독립을 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집에 대해서 알게 된다.
대학생 때 월세집을 구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전세와 매매에 따른 세금, 거래 시 발생하게 되는 비용.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와는 너무나 다른 거래 방식에 놀라게 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도 조건이 정말 다양하다.
이자를 납부하는 것, 또 세금을 내야 하는 것.
종이를 아무리 쳐다봐도 알 수 있는 것은 한정된다.
평소에 너무나 관심이 없던 분야이기에 더욱 어려웠다.

부모님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면 상속이냐 증여냐에 따라 또 세금을 내야 한다.
학생 때 용돈을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부모님이 벌었던 것을 자식에게 주는데도 세금이 있다니!!!

책을 보면서 너무나 아쉬웠다.
길벗에서 나온 『세금 재테크 상식사전』을 미리 알았다면 시행착오가 적었을 텐데.
아! 내가 너무 몰라서 여기저기 검색하고 조언을 듣고 했던 많은 것들이 '상식'이었구나.
살아가는데 있어서, 더군다나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누구나 겪고, 당연히 알아야 하는 내용이었구나, 이걸 몰라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잘 알지 못하는 아까운 세금을 더 내고 있었다니, 이것이야말로 알면 힘이 되는 진짜 지식이란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을 모두 암기하고 있다면 참 좋겠지만
시간도 없고 머릿속에 담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한 번쯤 읽어 보고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책 뒤편에 사전처럼 찾아보기 쉽게 정리를 해뒀다.
평상시에는 잠시 잊어버리더라도 한 달에 한 번, 또는 일 년에 두 번쯤은 필요해 찾아 보게 될 것 같다.

절세!!
한 푼이라도 아쉬운 노동자의 삶에 단비 같은 즐거움이 될 것 같다.
차곡차곡 모와 시간이 흐른다면 나도 자본가가 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이란 꿈을 품어 본다.

리뷰어스 클럽.p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목에 대하여 - 가치를 알아보는 눈
필리프 코스타마냐 지음, 김세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축적된 경험에서 비롯된 직관
'안목'을 가진다는 것은 깊고, 넓고, 높은 경험이 있다는 말 아닐까.
유홍준 교수의 '안목'을 읽고서 흔히 서양이라 부르는 곳에 관심이 갔다.
그 대표라 할 수 있는 필리프 코스타마냐의 책 '안목에 대하여'를 만난 건 필연이었다.
제목부터 '안목에 대하여'라니 유홍준 교수의 '안목'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책 표지에서부터 이 책은 꼭 읽어봐야 돼!!라고 말하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안목은 보는 것에 관한 문제다
누구나 보지만 다 똑같이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 누구나 보지만 결과는 전부 다르다.
유홍준의 책에서도 첫 시작이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알아본 안목에 대한 일화다.

책 소개도 멋들어진다.

세계적인 미술품 감정사 프랑스 아직시오 미술관 관장이 들려주는
예술과 삶에서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아보는 법!

'예술과 삶에서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아보는 법'이라니!!

간혹 주위를 둘러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에서 '별것'을 찾아내고, 감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것에 부러움을 느낀다.
어떻게 하면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을까?
그들에게 물어보면 그냥 딱 보였다는 대답에 할 말을 잃고 마는데.
그 비밀이 이 책 속에 있었다.

'그냥'이란 것은 살아오면서 축적된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얼마나 좋아하면 눈을 뜨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한가지 생각에만 빠져 지내기도 할까.
그런 열정의 시간들이 쌓여 어느 순간 쓱~ 보이는 것.
그것이 '안목'의 실체였다.

 

유홍준의 '안목'은 생활 속에서 실제로 느껴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설명이라면 필리프 코스타마냐의 '안목에 대하여'라는 감정사로써 '마음' '다짐' '자세'를 담았다.

개인이 감정사로 성장하며 느끼는 것들에 대한 고백이랄까.
유홍준의 '안목'을 읽고 기대해서 보게 된다면 나처럼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인 감정사로써 대표적인 작품들을 보는 방법이나 차이점, 어떻게 알아보게 되었는지 과정과 기술들을 기대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아마도 난 이 책에서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기 보다 잡아준 물고기를 기대했는가 보다.

요컨대 안목은 보는 것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를 보지만 다 똑같이 보지는 않는다.
나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다.
아니, 안목을 갖게 되었다.
훌륭한 미술품 감정사로 거듭나기 위해 보는 법을 배우고 익혔다.
미술품에 눈먼 사람처럼 맹목적으로 딴 데는 눈이 팔리지 않는다.
오로지 내가 봐야 할 대상에만 일편단심으로 눈길을 준다.
내가 미술품 감정사 직업을 가져서 좋은 점은 거무스레한 면 뒤에 숨겨진 밝은 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걸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는 미술품 감정사로서 오감을 곤두세우고 미술의 세계를 탐험한다.

책의 마지막 문단이다.
책의 핵심은 이 글이 다 담겨 있다.

어떤 삶을 살아가던 흥미를 느끼는 것에 푹 빠져보는 것.
다른 곳엔 눈을 팔지 않고 오로지 한 곳만 바라보는 것.

시간과 노력이 쌓여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안목'이다.
안목이란 것은 그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이며 달인이라는 말이었다.

그냥 아니면 말지라는 생각과 취미생활일 뿐이라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여섯 번째의 감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회계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 위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과 성장의 조건
조권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계'라는 단어는 어려움, 복잡함, 벽, 접근 불가, 노력, 전유물,
등등의 단어들과 함께 난감한 감정을 불러온다.
평소 '회계'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유일 수 있으나 '회계'라고 하면 막연하게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문적인 '무엇'이라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고등학교에 접어들면서 문과 이과를 나뉘기 시작하고 숫자와 친하지 않는 문과생들, 그중에서도 수포자라고 하면 '회계'라는 단어보다도 무수한 '0'이 붙은 숫자와 상상하지 않았던 단위의 금액, 수식처럼 보이는 표에 질려버리기에 아무리 쉽다고 얘기하더라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두려움이 있다.
만약 '회계'가 숫자가 아닌 평소 쉽게 쓰는 글자들로 만들어졌다면 문과생으로써는 조금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된다.

내가 아는 '회계'는 일 년에 한 번쯤 뉴스를 통해 듣는 '분식회계'라는 단어로부터 시작됐다.
어느 대기업이 '분식회계'규모가 몇억에서 몇 조에 이른다는 소식과 함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가, 채권자들과 무슨 협의를 했다던가, 뭔가를 유해시켜주거나 삭감했다던가 하는 뉴스 속에서 막연하게 '회계'는 안 좋은 거구나, '분식회계'로 인해서 기업은 망하는구나.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구나. 하는 부분들만 인식하게 된다.

뉴스 속의 이야기가 정말 대단하다, 역대 최대 규모다.라고 해도 내 삶과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에 '막연함'이 가장 컸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진 않았고, 어디선가 김우중의 대우가 세계 최고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 이면서도 아직도 잘 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며, 당시 생긴 수십조에 이르는 돈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전부였다. '회계'는 내 삶과 크게 연결된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회계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어떤 것이었는데. 책을 읽고 난 후 자본주의에서 '회계'만큼 중요한 것은 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공적자금'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이란 것이다.
기업이, 총수 일가가 잘 못을 한 건데. 망하기 싫어해서, 아니면 조금 더 많은 돈을 빼돌리기 위해서 저지른 것이 '분식회계'라는 건데.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회사가 망했는데. 왜 그 회사를 살려야 하며, 살리더라도 '세금'으로 살리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고, 그동안 다양한 기업에서 엄청난 규모의 '분식회계'사건이 있을 때마다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힘겹게 살리거나 기업의 생명을 연장해 줬지만 회수된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책의 1부는 회계 부정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현실을 고발한다.
2부는 왜! 그들이 회계 부정의 유혹에 취약한지 분석하며 3부에서는 분석을 토대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대책을 제안한다.

저자가 다룬 회계 부정 사건은 크게 저축은행 사태와 동양그룹 사태를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느끼게 해준다. 저축은행 사태가 있었던 당시에 난 대학생이었기에 그런가 보다 하며 넘어갔는데 이제서 알게 되니 은행이 파산하게 되면 그 여파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가온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파장을 불러온다.
당장 내일 필요한 현금을 찾을 수 없어 생기는 위기들,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것은 당장 밥 한 끼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주거 계약금을 납부하지 못해 길거리로 쫓겨 날지도 모르며, 삶에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할 정도다.

가장 최근 우리가 겪은 회계 부정 사태는 조선업계의 일이다.
채권 연장을 위해서 왜곡한 실적이 더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졌을 때. 그것을 주도한 사람들의 생활보다 기업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그야말로 재앙이다.
한순간에 살아온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 그 충격은 겪지 않는 한 느끼거나 짐작할 수 없는 '공포'가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서 우리 관심에서 멀어진 사이 책임자들이 책임을 졌는지, 사태는 해결 한 것인지. 노동자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무너진 지역 경제로 인해 연쇄적으로 발생한 취약계층들의 삶은 어떻게 보상받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체 우린 일상을 보내고 있고, 새로운 대통령의 행보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의 규모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복지예산으로 쓰였으면 우리가 느끼는 삶의 질을 한껏 올리고도 남았을 정도의 예산일지도 모른다. 그 돈이, 내가 낸 세금이 다 어디로 갔을까?
회계를 알지 못하면 그 행방 역시 알 수 없다.

청와대의 특별활동비도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어 난리인데. 그보다 수십 배나 큰 규모의 '세금'이 사라졌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무기력함에 분노하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회계 부정을 막기 위한 방법들.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정확하게 징벌하고, 회계사들이 감시업무를 강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들이 실행되게 하려면 결국 우리들이 나서서 요구해야 한다. 법을 만들어야 되면 법을 만들도록, 있는 법을 개정해야 되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또 요구해야 그 일부분이라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총수들에게도 우리 촛불의 힘을 느끼도록 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변화이자, 벌이며, 책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5월 18일은 광주민주화운동 제37주년 기념식이었다.
겨우 38년 전에 일어났던 일. 내 나이와 고작 8년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일인데 1980년 5월의 광주의 항쟁은 조선시대 있던 동학농민운동만큼도 알지 못했다.

내가 아는 5.18은 TV 드라마에서 잠깐 봤던 내용, 어느 가수의 뮤직비디오 속의 한 장면, 그리고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만난 것이 전부였기에 단순한 사실 1980년 5월 18일에 광주에서 민주 항쟁이 있었다. 뿐이었다.

한국사 교과서에서도 짧게 한 페이지도 안되는 내용으로 배웠던 것 같은 기억이 어렴풋하다.
그렇게 5.18은 지난 시간 속에 있던 하나의 사건이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기 전까지는.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 역시 나에게 있어 역사 속 사건일 뿐이었다.
조선의 왕조를 외우고 공부하듯이 한국의 근현대사 역시 책 속에 담겨 있는 지나간 하나의 일이었다.
그랬기에 '예전에는 그런 일도 있었구나.' 하며 넘어가던 사실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무관심 사이에서 나와는 관련 없는 누군가의 이야기였구나 싶었다.

지난겨울의 사건을 알지 못했더라면, 지난봄에 일어난 힘을 알지 못했더라면,
오늘 이 책을 읽지 못했더라면 나에게 있어서 5.18은 여전히 한 줄 기록으로 막연하게 알아둬야 하는 사실쯤으로 남아있었을 거다.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했다.!?
1980년이면 그래도 현대 사회인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컸다.
설마, 어쩌다 한두 명의 군인이 실수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한두 명쯤 피해가 있었겠지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군인의 상대는 언제나 '적군'이고 민간인은 군인이 보호하고 지켜야 할 '목적'이기 때문에 설마 했다.

더군다나 88년에는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국가적 위상이 높아졌고, 광복 이후 시간도 많이 흘렀으며, 박정희 독재도 끝난 시점이었기에 더욱더 상상할 수 없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소설이나 영상처럼 각색한 픽션이 아니다.
순수하게 당시 있었던 사실을 증언을 기록한 기록물이다.
그렇기에 책을 읽고 난 후 받은 충격은 거대했다.
내가 알던, 내가 살아왔던 하나의 세계가 무참하게 무너지는 충격이었다.

욕심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고 하지만 단체로 민간인을 학살하다니 글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이게 사실인가 싶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국가 대 국가의 이념 전쟁도 아니었다. 독일의 나치처럼 인종 학살도 아니었다. 제국주의에 의해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그저 국가의 권력을 잡기 위해서, 자국의 한 지역을 고립시키고 자행한 '학살'이었다.

당시 대통령은 최규하였으나, 1980년 5월의 광주를 고립시킨 것은 전두환이었다.
이미 끝난 일이라 생각했던 5.18은 아직도 진행 중인 사건이다.
국가 권력에 의해서, 군이 투입되어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 단순한 군이 아닌 공수부대가 투입된 것.
처음부터 '적'으로 봤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일부 극우 세력은 아직도 5.18은 북한의 공작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과장되었거나,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을 다를 수 있으나 남아 있는 자들의 증언까지 매도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민간인을 향해 총을 발포한 것도 사실, 군부대를 투입한 것도 사실, 헬기가 동원된 것도 사실, 전차와 장갑차가 투입된 것도 사실, 남아있는 수많은 사실의 기록과 흔적들이 5.18의 광주를 증명한다.

책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5.18 광주의 당시 사건도 사건이지만 항쟁이 끝난 이후 지금의 이야기다.
전두환은 법정에서 판결을 받았지만 특별 사면됐다. 그리고 최근 자서전까지 출간했다. 헬기에서 발포했다는 증거는 있으나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 기관총을 쐈는지 소총으로 발포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많은 지휘관들은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무죄!...  일반 사병이 아닌 지휘관의 무죄는 광주 민주 항쟁의 진실을 알게 된 지금은 받아들이기 힘든 판결이다. 불과 38년 전의 일. 당시를 겪었던 많은 사람들의 아픔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민간인을 학살한 그들은 과연 책임지고 반성했으며, 국가는 최선을 다해 용서를 구했다고 할 수 있을까?

올해 5.18 광주 민주 항쟁 기념식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지난날 난 노래 한 곡을 제창하거나 합창하는 것에 대해 왜들 그렇게 싸우는지 알지 못했다.
노래 한 곡을 기념식에서 빼는 것이 왜 논란인지 깊이 공감하지 못했다.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그들이 희생으로 살아가고 있는 오늘
꼭 기억하자는 다짐, 다신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자는 결심,
시민으로 깨어있고, 시민으로 책임을 다하며 시민으로 자부심을 가진다는 것의 의미를.
국가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일이라는 것. 국민이, 시민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피 흘리는 희생을 하게 될지 모른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그들의 목숨. 그 무거운 생명의 무게를 영원히 잊지 않기로 맹세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린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올 수 있었음을 꼭 기억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