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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 위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과 성장의 조건
조권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604/pimg_7251331101664702.jpg)
'회계'라는 단어는 어려움, 복잡함, 벽, 접근 불가, 노력, 전유물,
등등의 단어들과 함께 난감한 감정을 불러온다.
평소 '회계'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유일 수 있으나 '회계'라고 하면 막연하게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문적인 '무엇'이라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고등학교에 접어들면서 문과 이과를 나뉘기 시작하고 숫자와 친하지 않는 문과생들, 그중에서도 수포자라고 하면 '회계'라는 단어보다도 무수한 '0'이 붙은 숫자와 상상하지 않았던 단위의 금액, 수식처럼 보이는 표에 질려버리기에 아무리 쉽다고 얘기하더라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두려움이 있다.
만약 '회계'가 숫자가 아닌 평소 쉽게 쓰는 글자들로 만들어졌다면 문과생으로써는 조금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된다.
내가 아는 '회계'는 일 년에 한 번쯤 뉴스를 통해 듣는 '분식회계'라는 단어로부터 시작됐다.
어느 대기업이 '분식회계'규모가 몇억에서 몇 조에 이른다는 소식과 함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가, 채권자들과 무슨 협의를 했다던가, 뭔가를 유해시켜주거나 삭감했다던가 하는 뉴스 속에서 막연하게 '회계'는 안 좋은 거구나, '분식회계'로 인해서 기업은 망하는구나.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구나. 하는 부분들만 인식하게 된다.
뉴스 속의 이야기가 정말 대단하다, 역대 최대 규모다.라고 해도 내 삶과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에 '막연함'이 가장 컸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진 않았고, 어디선가 김우중의 대우가 세계 최고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 이면서도 아직도 잘 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며, 당시 생긴 수십조에 이르는 돈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전부였다. '회계'는 내 삶과 크게 연결된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회계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어떤 것이었는데. 책을 읽고 난 후 자본주의에서 '회계'만큼 중요한 것은 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공적자금'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이란 것이다.
기업이, 총수 일가가 잘 못을 한 건데. 망하기 싫어해서, 아니면 조금 더 많은 돈을 빼돌리기 위해서 저지른 것이 '분식회계'라는 건데.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회사가 망했는데. 왜 그 회사를 살려야 하며, 살리더라도 '세금'으로 살리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고, 그동안 다양한 기업에서 엄청난 규모의 '분식회계'사건이 있을 때마다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힘겹게 살리거나 기업의 생명을 연장해 줬지만 회수된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책의 1부는 회계 부정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현실을 고발한다.
2부는 왜! 그들이 회계 부정의 유혹에 취약한지 분석하며 3부에서는 분석을 토대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대책을 제안한다.
저자가 다룬 회계 부정 사건은 크게 저축은행 사태와 동양그룹 사태를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느끼게 해준다. 저축은행 사태가 있었던 당시에 난 대학생이었기에 그런가 보다 하며 넘어갔는데 이제서 알게 되니 은행이 파산하게 되면 그 여파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가온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파장을 불러온다.
당장 내일 필요한 현금을 찾을 수 없어 생기는 위기들,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것은 당장 밥 한 끼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주거 계약금을 납부하지 못해 길거리로 쫓겨 날지도 모르며, 삶에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할 정도다.
가장 최근 우리가 겪은 회계 부정 사태는 조선업계의 일이다.
채권 연장을 위해서 왜곡한 실적이 더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졌을 때. 그것을 주도한 사람들의 생활보다 기업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그야말로 재앙이다.
한순간에 살아온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 그 충격은 겪지 않는 한 느끼거나 짐작할 수 없는 '공포'가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서 우리 관심에서 멀어진 사이 책임자들이 책임을 졌는지, 사태는 해결 한 것인지. 노동자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무너진 지역 경제로 인해 연쇄적으로 발생한 취약계층들의 삶은 어떻게 보상받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체 우린 일상을 보내고 있고, 새로운 대통령의 행보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의 규모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복지예산으로 쓰였으면 우리가 느끼는 삶의 질을 한껏 올리고도 남았을 정도의 예산일지도 모른다. 그 돈이, 내가 낸 세금이 다 어디로 갔을까?
회계를 알지 못하면 그 행방 역시 알 수 없다.
청와대의 특별활동비도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어 난리인데. 그보다 수십 배나 큰 규모의 '세금'이 사라졌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무기력함에 분노하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회계 부정을 막기 위한 방법들.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정확하게 징벌하고, 회계사들이 감시업무를 강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들이 실행되게 하려면 결국 우리들이 나서서 요구해야 한다. 법을 만들어야 되면 법을 만들도록, 있는 법을 개정해야 되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또 요구해야 그 일부분이라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총수들에게도 우리 촛불의 힘을 느끼도록 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변화이자, 벌이며,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