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세계를 굴리다 - 바퀴의 탄생, 몰락, 그리고 부활 사소한 이야기
리처드 불리엣 지음, 소슬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바퀴의 탄생, 몰락, 그리고 부활

 

 

바퀴!!
세상에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많다.
집에는 컬러 TV와 라디오는 당연히 있고,
침대와 소파, 의자, 집안에 부엌과 화장실이 있는 것,
도로에는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고, 그 위로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가 다니고 있는 것,

불과 몇 세기 전만 해도 지금 누리는 것들 중 대부분은 없던 물건들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살아오면서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에는 쉽게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이게 왜 당연한지? 왜 그런지? 생각하고 고민하기보단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바퀴 역시 그렇다.
윤축, 차륜, 캐스터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물건이라면 믿기지 않는다.
그 어떤 물건이라도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왜 유독 바퀴에 대해서는 무지할까?

초등학교에 다닐 때쯤이었나?
바퀴에 푹 바진 적이 있다. 바퀴 중에서도 자동차 바퀴에 푹 빠져서, 바퀴에 새겨진 무늬만 봐도 어느 회사의 바퀴인지 맞추는 걸 좋아했고, 자동차마다 휠의 모양과 크기가 달라 차종을 알아맞혀 보기도 했다.

바퀴의 과학적 원리와 역할이라고 할까?
책은 '바퀴' 그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바퀴의 역사'를 보여준다.

바퀴는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확실하진 않지만 인류가 광물을 얻기 위해 광산을 파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추정한다.
바퀴의 탄생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소가 원인이 되어 탄생한 것이다.

그 후로 많은 문명에서 많은 국가에서 바퀴를 사용했지만
현대만큼 많이 사용한 문명은 없었다.

바퀴가 인류에 등장한지 수 만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윤축과 차륜이라는 기본적인 개념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캐스터 또한 남아있는 자료와 사료가 부족해 추측을 할 뿐 언제 어디서부터 쓰기 시작했는지는 특정 지을 수 없다는 것.

책의 놀라운 점은 기존의 학자들의 연구를 반박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분야에 최고라는 석학들의 연구를 말이다.

논리적인 반박이 얼마나 멋진지... 솔직히 바퀴보단 바퀴의 역사를 통해서 기존 학설을 반박해 내는 과정을 더 집중해서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엔 궁금했으나 어느 순간 잊었던 궁금증이 다시 떠올랐다.
왜 우리는 바퀴를 고무로 만들까? 언제부터 아스팔트 포장을 했고,
도로는 아스팔트, 바퀴는 고무라는 공식이 자리 잡은 걸까?
한때 바퀴는 튜브를 사용했고, 지금은 점점 공기 주입 없는 바퀴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보다
왜 튜브를 버리고 공기주입 없는 바퀴를 만들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

지구 상에 있는 수많은 종류의 재료 중에서 바퀴에 사용되는 재료는 나무와 철 고무로 한정되었는지...
인류는 왜 공 모양이 아닌 동그란 원을 바퀴로 사용했는지... 구르는 건 공이 더 잘 구를 텐데...

<바퀴, 세계를 굴리다>를 통해서 이런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지만
오랜만에 학구열에 불을 지폈다.

수만 년 동안 변치 않았던 바퀴에 대한 개념!
바퀴가 생기고 언어가 생겼다던가. 바퀴의 전파에 따라 언어도 같이 전파되었다라든가 하는 인류 문화사적인 이야기가 아닌 기술적인 면에서 바퀴의 변화는 조만간 이뤄질 듯싶다.

작년에 등장했던 한국타이어의 광고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새로운 프로젝트!!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놀라움과, 그는 생각에서 그친 것이 아닌 실천을 했다는 존경스러운 감정을 불러오는 광고.

한국타이어가 개발 중인 볼 핀 타이어와 자이로스코프 프로젝트!!

가까운 미래, 탈것의 모양과 바퀴의 개념이 바뀔 수 있을까?
자동차는 이젠 4륜을 버리고 공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새로운 개념, 공이 등장했다.

누가 관심을 가지고 이 새로운 발견을 확산시킬 것인가?
책을 읽고 나니 더 관심이 생겼다.

바퀴가 세상을 구르기 위해선 개념의 탄생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문화, 경제적 분위기다.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효용성보다는 바퀴를 사용해야겠다는 강력한 심리적 요인이 필요하다는 것.

새로운 생각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혁명이다.

각 파트 요약은 출판사 블로그에 있어서 링크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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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 최민석 초단편 소설집
최민석 지음 / 보랏빛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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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단편 소설집

 
작은 크기에 얇은 책!
단순한 이유로 내 손에 들어왔다.
아! 한가지 더.
"초단편 소설집"

단편이면 단편이지, 초단편은 또 무엇인가?
호기심을 자극하기 딱 좋은 문구에 끌렸다.

책 머리? 당부의 말? 작가의 말?
여하튼 목차를 지나 첫 페이지에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가공된 이들이다.
설사 실제로 유사하거나 동일한 인물, 혹은 지명이 있을지라도
이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글은 소설인데,
이러한 사족을 붙이는 이유는 그간 내 소설들이 매우 현실적이라 실재와 혼동하는 독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현실을 비웃는 초현실주의적인 이야기인 만큼,
부디 현실과 혼동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럼, 즐겁게 읽으시길.
이미 소설은 시작되었으니까.

책을 읽는 내내 이 경고문을 생각하지 않으면 순간순간 현실과 혼동할 수 있다.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지? 싶다가도.
와!!! 대단하다!!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초현실주의 소설이라고 하지만 현실을 벗어날 순 없다.
2015년 여름... 메르스 사태를 겪은 우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처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염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았다.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에서 모기떼의 공포는 메르스의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현실과 다른 초현실적인 소설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최민석 작가는 그 공포를 웃으며 날려버릴 수 있게 했다.

짧은 이야기들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초 단편소설... 생각해보니 한강의 소설 <흰>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짧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
실험 같은 소설들이 앞으로의 유행이 되어 가는 걸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에는 현대 사회의 공포들이 숨어 있다.
국가적 재난이었던 메르스 사태, 세월호 사건,
사회문제로 극심해지는 양극화와 수저론, 나아가서 N 포세대의 자리 잡은
사랑과, 취업에 대한 공포들...

정신없이... 생각 없이 읽어내려가면
은연중 받고 있던 많은 공포와 걱정들을 잠시나마 잊는다.
배꼽 빠지게 웃기진 않지만... '이건 뭐지?'란 생각에 쓱쓱 읽어내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피식'하며 웃음 짓게 하는 것.

그 웃음을 통해서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은 그런 의미가 담겨있는 것 아닐까?
책을 막 읽고 났을 뗀 뭐 이런 게 다 있어 했던 생각이. 하루 이틀 지나고 나니...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 속에 삶이 있고, 남은 날이 많다고 응원해 주는 느낌을 받는다.

최민석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하지만.. 책 속에서 스스로 자조하는 소설 그 무서운 모기떼를 잠재우는 소설 <풍의 역사>가 궁금해진다.
아!! 고도의 홍보전략까지 담겨 있다니!!! 마지막까지 감탄이다.

무리를 짓지 않는다.
소속되는 것도 싫어한다.
수임료는 현찰로 받지만,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
내키면 때론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는다.
여인의 키스도, 노인의 인사도, 젊은이의 존경도
그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
매일 밤 동경의 야경을 즐기며
하이볼을 한잔하는 것뿐이다.
그는 고독한 독신 탐정, 김평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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믜리도 괴리도 업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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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블랙박스 _7
먼지의 시간 _43
매달리다 _81
골짜기의 백합 _107
믜리도 괴리도 업시 _139
사냥꾼의 지도 _177
몰두 _219
나는 너다 _255

해설 노태훈(문학평론가): 스토리텔링 애니멀 265
작가의 말 281

<믜리도 괴리도 업시>
성석제의 단편집이다. 띠지에 있는 신작 소설집이라는 문구에 결제부터 하고 봤는데...
받고나서 보니 많이 익숙한 단편.
어디서 분명 읽어봤는데... 싶었던 소설...
알고 보니 문예지에 당선한 작품이였다.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단편집의 감상은 어떻게 써야 할까?
매번 하는 고민 중 하나다.

각각의 단편마다 성격이 달라서 따로 해야 할까?
한 권의 소설집으로 엮은만큼 전체적인 흐름에 따라 느낌을 남겨야 할까?
정해진 형식같은 건 없지만 글을 남기기 전엔 고민이 된다.

이번 단편집.. 뭐라고 해야 할까?...
스토리텔링 에니멀이라는 별명으로 띠지에는 홍보했는데...
'성석제'라는 이름은 많이 접해봤지만 단편집은 처음인데다... 솔직히 장편소설은 읽어볼까 말까 고민만 하다 내려놓게 되서 이번 책으로 만나는 성석제가 내가 아는 전부다.
단편이 수록되었던 곳이 다른만큼 소설의 맛이 조금씩은 다르다.
어떻게라고 콕 찝어낼 순 없지만 읽어보면 다름을 충분히 느낄 정도는 된다.

책의 해설과 출판사서평까지 읽고나니...
그들과 다른 무엇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괜히 생겼다.
감상이란 것은 사람 수 많큼 다르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좀처럼 써지지가 않는 것은... 이미 고정관념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해설과 출판사 서평을 통해 만들어진 테두리...
그것을 벗어나고자 고민하고 좀더 깊게 생각해보고...
억지로라도 난 새로운 것을 찾아보겠어 했지만...
결국은 제자리 걸음일 뿐이다.

무슨 말을 덧 붙여야 할까...
어쩜 난 이책을, 성석제의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 했다.
소설이란 것이 그렇다. 책을 읽고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던가, 알고 싶어서 읽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소설이라서 읽게되는게 소설이다. 이야기가 있으니 읽는다.
특별한 목적없이 읽는 것. 그렇지만 읽기 전과 후에 확연한 변화가 찾아오는 것.
성석제의 소설들 속에서 이 시대의 다양한 삶을 상상해 본다.
무수한 다양함 속에서 평범한 삶이란 무엇일까...
평범하다라는 말 속에 숨어있는 뜻은 남들처럼인데... 그 남들이 너무나 다양해서 평균을 낼 수 없다.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걸까?

[블랙박스]속 작가는 소설을 쓸 수 없어서 괴로워 했고,
[매달리다]에선 진실을 진실이라 말 할 수 없어 삶이 망가졌다.
[먼지의 시간]에서 만난 인물들은... 대체 왜? 라는 의문만 남겨주고,
[골짜기의 백합]의 인물은 경의롭다.
[믜리도 괴리도 업시]에선 그럼에도 변하지 않음을... 이성과 감성사이의 괴리감을...
[사냥꾼의 지도]에선 어쩌면 낭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두]에선 삶이란 결국은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나는 너다]에선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나다움'에 대한 두려움을 생각한다.

그리고 현실에선 '좋다!' 라는 감탄 한마디,
다 읽었다는 개운함과 뭔가 이상했어 라는 우울함을 남겨둔체 언제나와 같이 물을 마시고, 티비를 보고, 책장을 정리하고, '시간되면 감상문을 써야지'란 생각을 가지고 잠이든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전과 같은 생활이 기다린다.
씻고, 밥먹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나면 또 다른 소설을 읽어볼까 하고 집어드는...

소설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시간이 없으면 조금 미뤄도 되는 그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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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1부 (스페셜 리허설 에디션 대본) 해리 포터 시리즈
J.K. 롤링.잭 손.존 티퍼니 원작, 잭 손 각색,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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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가 돌아 왔다~~~
솔직히 말하자만 기대보단 실망이 컸다.

해리포터는 역시 소설이 최고다!
물론 번역으로 처음 읽었지만 한국에서 읽는 한국의 판타지와는 다른 분위기와 연출 탄탄한 개연성 현실에 있을 것 같은 상상력!

어릴땐 정말 지하철 개찰구에 우리가 모르는 특별함이 숨어 있는 줄 알았다. 지하철도 없는 동네에서 신기함에 서울로 놀러갈때마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했던 이유이기도 하고...

무려 15년이 다되가는 시간...
책으로 만났던 해리포터는 영화로 제작되었고, 처음 영화를 보는 순간 상상이 파괴되는 것 같은 경험에 무척 큰 실망을 했다.  소설로 그렇게 재미있던 것이 왜 영화로 변하는 순간 상상과는 다른 작품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시리즈는 이어졌고, 어느덧 영화에 적응했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끝으로 얼마나 아쉬워 했는지...

2015년 인터넷에서 해리포터가 새롭게 연극으로 탄생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영극이라니!!! 영어도 못하는데... 영극은 보고 싶은데... 해외여행도 못 했는데...
런던이라니!!! 장기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열심히 돈모와서 꼭 현지에서 연극을 보고 오는 것을!

그런데!! 그런데!! 대본이 공개됐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예약구매 시스템으로 결제먼저 진행!!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본을 펼쳤다!

눈앞에 환상과 마법의 세계가 촤라락~~~ 펼쳐졌으면 좋았지만...
실망이다...ㅠ 1,2부 를 한번에 봤어야 했는데...
아!! 이건 대본으로 만나는게 아니라 극으로 봤어야 됬는데...
무대연출은 어떨까? 상상속의 세상에서 나이든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위즐리의 모습
어린 시절의 해리와 성인이 된 해리의 모습, 가족과 새로운 이야기!!!

아!! 1부를 이렇게 끝내다니.. 아쉽다.. 너무 아쉽다...
그래서 실망이다... 출판사에 실망이고... 부족한 내 영어 실력에 실망이다...

영어만 자유자제로 구사할 수 있었다면... 번역을 기다리지 않고
영어로 출간된 책으로 벌써 다 읽고 궁굼증을 풀었을 텐데...
해리포터이야기는 역시 해피엔딩으로 끝나겠지?

과연 알버트는 우정과 가족의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해리는 과연 어둠의 기운을 이겨낼까?
아빠 포터와 아들 포터, 해리와 알버스의 관계는 회복될까?

많은 부분이 궁굼하고, 가장 궁굼한건 영화로도 만들어 질까?여부다.
과연 해리포터의 주역들이 다시한번 뭉칠 수 있을까?

올해 신비한동물사전이 개봉하면서 아쉬움을 조금 달래본다.

국내 출판은 왜꼭!!! 합본이 아닌지..ㅠㅠ
너무 잘팔려서 마케팅 전략이라면 너무 실망이다.
꼭 1부와 2부를 나눠서 출간했어야 했는지.. 며칠 차이나지 않는다면 한번에 출간하는 것은 불가능 한건지... 어릴때 부터 항상 궁굼했다. 왜 우리말 번역은 책이 두꺼워 지고 권수가 많아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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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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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 아무것도 아닌 것
- 우리 안의 천사
- 영영, 여름
- 밤의 대관람차
- 서랍 속의 집
- 안 나
- 해설 (공허와 함께 안에서 밀고 가기 - 백지은)

 

 

                                            

가을은 단편의 계절이다.
찾게 되는 소설이 단편이기도 하고, 기다리던 작가들의 출간 소식도 단편집이 많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정이현의 단편집이다.
약 2년간의 단편들을 한 권으로 묶었다.
시대를 읽어내는 소설가 정이현.
그녀의 책 <달콤한 나의 도시>가 기억에 남아 있다.
20대 중반, 복학해서 새로운 꿈으로 부푼 그때 만난 정이현은 졸업 후의 현실을 상상해볼 수 있게 했다. 사랑과 우정, 남과 여라는 성별을 떠나서 느끼는 그때의 무엇.
<달콤한 나의 도시>이후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난 소설 속의 오은수만큼 나이를 먹었고, (아직 두 살 부족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살기 팍팍하다 싶은 느낌을 넘어 살아있는 지옥이란 소리가 어색하지 않다.
수저 계급론이 탄생했고, 다양한 수저들 속에서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흙 수저임을 밝히며
꿈과 희망보단, 좌절과 포기에 더 익숙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나와 내 주변은...)

그리고 만난 <상냥한 폭력의 시대>속 다양한 이야기들...
이야기 속에서 느낀 현실은 '여전히 힘듦'이다 막 30대가 된 우리들도, 20대인 그들도 힘들지만...
40대가 가까워진 그들의 세상 역시 무심함이 가득하다.

소설을 소설뿐이라며, 미래는 만들어 가기 나름이라는 패기가 있던 20대의 나는 '헬조선'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무심함'으로 하루하루 물들고 있다.
무엇이 먼저냐는 논란보다 어떻게 해야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낼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는 지금.
하루하루를 흘러가는 대로 흔들리며 겨우 숨만 쉬며 살아간다는 회의감.

정이현이 그려내는 소설의 나이테는 나보다 15년 정도 앞선다.
각각의 단편들이 가지고 있는 그 미래의 시간들을 현재로 가져와 차곡차곡 쌓아둔다.
시간이 흘러 내가 그 나이쯤 되었을 때,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으로...

10년 전의 내가 그랬듯이, 10년 후의 나 역시 그럴 거다.
나에게 정이현의 소설은 오지 않은 시간의 상자다.
같은 세상, 같은 시간 속에서 나이라는 경험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타임머신...
그 마법에 무심함을 훌훌 날려버릴 힘을 가질 수 있게 한다.

10년 전과 같은 패기는 없지만, 그때 보다 10년이란 경험치가 쌓여 있다는 것.
그 경험이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을 힘이 되어 오늘도, 내일도 버텨낼 수 있다는 것,
<상냥한 폭력의 시대>속에서 <상냥한 웃음의 시대>를 꿈꾼다.

10년 후에 펼쳐보면 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이번 주는 <달콤한 나의 도시>를 다시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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